<오후여담>묘수 세 번이면 진다

기자 2021. 3. 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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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일(4월 7일)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얼마나 불리하면 머리를 쥐어짜서 한 판에 묘수를 세 번이나 두겠느냐는 의미에서다.

형세가 박빙이거나 불리할 때 역전을 위한 돌파구를 모색하는 수인데, 대개는 무리수다.

약간 무리하지만 기합, 용기를 발휘한다는 뜻으로 '기세의 한 수'라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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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일(4월 7일)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사전선거(4월 2∼3일)는 더 가깝다. 각 정당의 후보들이 속속 확정되면서 선거전도 본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정책 선거와는 멀다. 대부분 인기에 영합한 공약들이어서 꼼수 등의 비판이 나온다. 정치에서 유독 바둑 용어가 많이 쓰인다. 득표(집수)를 다투는 공통점 때문인 것 같다. 꼼수도 바둑 용어다. 상대를 속인다는 뜻이 있다. 함정수도 비슷하다. 상대 실수를 노리기 때문에 정수로 대응하면 무너진다.

악수도 있다. 꼼수·함정수가 의도적인 데 비해 악수는 의도보다는 실력 부족으로 두는 손해수를 뜻한다. 그래서 하수일수록 악수가 많다. 자충수는 자기 공배를 메워 불리함을 자초하는 악수를 말한다. 무리수는 과수라고도 하는데, 욕심을 내는 탓에 대부분 손해로 귀결된다. 반대로 묘수도 있다. 상대가 생각하지 못한 좋은 수라는 뜻이다. 그런데 ‘묘수를 세 번 두면 진다’는 격언도 있다. 얼마나 불리하면 머리를 쥐어짜서 한 판에 묘수를 세 번이나 두겠느냐는 의미에서다. 신수도 있다. 유능한 정치 신인이 귀한 것처럼 꼼수 아닌 정수로 인정받는 신수 역시 드물다. 승부수도 정치에서 자주 쓰인다. 형세가 박빙이거나 불리할 때 역전을 위한 돌파구를 모색하는 수인데, 대개는 무리수다. 형세를 망치는 실착도 있다. 후보자의 실언, 구설수 등으로 지지도가 떨어지는 경우에 통할 수 있겠다. 약간 무리하지만 기합, 용기를 발휘한다는 뜻으로 ‘기세의 한 수’라는 말도 있다.

바둑은 수담(手談)이라고도 한다. 입으로 하는 말 없이, 서로 두는 한 수 한 수로 대화한다는 뜻이다. 정석은 흑과 백의 정수들을 일련의 수순으로 연결한 것이다. 한쪽이 유리하지 않아야 정석이다. 좋은 바둑은 좋은 상대가 있어야 가능하다. 바둑은 초반 포석, 중반 전투, 후반 끝내기로 이어지는데 순리를 따라야 이길 수 있다. 정수만 둬서 이긴 바둑을 명국이라고 한다. 바둑 전문기사는 명국 한 판 남기는 것을 일생의 꿈으로 여긴다. 승부를 떠나 예(藝)나 도(道)를 추구하는 멋이 있다. 그렇지만 최근엔 높은 승률만 따라가는 인공지능(AI) 바둑이 확산 추세다. 바둑 최고수는 9단인데, 한국 정치엔 정치 9단이란 말은 있어도 명국은 없다. 바둑도, 정치도 승리로만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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