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만 챙기는 여성의날? 국내 대기업 "촌스러워서.."

박수지 2021. 3. 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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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계 여성의 날][3·8 세계 여성의 날]
외국계 기업, 다양성 등 비전 공표 계기
국내 대기업 침묵 속 롯데쇼핑은 사회공헌 접근
한국맥도날드 ‘세계 여성의 날’ 행사에서 앤토니 마티네즈 대표이사(왼쪽)와 직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국맥도날드 제공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외국계 기업들이 관련 행사를 진행하는 것과 달리 국내 대기업은 잠잠하다.

8일 미국계 기업 켈로그는 여성의 날을 맞아 기업 핵심가치로 ‘형평성·다양성·포용성’(Equity, Diversity & Inclusion)이라는 새 비전을 공개했다. 켈로그는 “다름을 수용하되 모두의 형평성을 보장하는 다양과 포용의 문화를 통해 최고의 기업이 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미국 켈로그와 합작법인인 농심켈로그는 온라인 라이브로 켈로그 쪽 임원과 농심켈로그 구성원이 이와 관련 대화를 나누고, 세계 여성의 날 조직위원회(IWD2021)가 발표한 캠페인 주제 #ChoosetoChallenge(도전을 선택하자)에 맞춰 임직원 개인의 경험과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도 보낼 계획이다.

호텔 체인 아코르는 ‘젠더 기반 폭력 근절 연합’(Coalition Ending Gender-Based Violence)에 서약했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와 일본, 한국 사업 부문을 이끌고 있는 가스 시먼스 최고경영자(CEO)는 “#미투 운동이 보여준 여성에 대한 괴롭힘과 폭력의 만행을 보면 우리는 중요한 순간에 놓여 있다. 이와 싸우는 최고의 방법은 회사나 커뮤니티에서 리더십 위치에 여성을 대등하게 대우하고 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임원진 구성은 5명의 여성과 6명의 남성으로 돼 있다.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다. 성평등은 아이디어를 풍부하게 하고 훌륭한 협력과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기반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특히 보다 많은 여성 총지배인을 배출할 수 있도록 집중할 예정”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앞서 지난 4일 한국맥도날드도 여성의 날 캠페인에 동참하고 ‘다양성·형평성·포용성’(Diversity, Equity, & Inclusion)이라는 맥도날드의 핵심가치 실천을 다짐하는 사내 행사를 진행했다. 조니워커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위스키 회사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5일과 8일 이틀간 전 직원을 대상으로 ‘포용성과 다양성’ 콘퍼런스를 진행한다. 특히 8일엔 남성 직원들이 대부분인 주류영업에서 여성 영업사원으로서 겪은 어려움과 극복 사례, 여성 팀원들을 처음 접해보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했던 남성 리더의 경험, 여성 리더가 많지 않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경력을 꾸준히 이어올 수 있던 여성 임원의 커리어 팁 등 직원들 본인들의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들 기업은 여성 고용과 관련한 현 상태를 홍보하기도 했다. 농심켈로그의 서울 사무실 내 전체 직원 중 여성의 비율이 50%고, 여성 관리자급도 약 43%에 이른다. 한국맥도날드도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은 54%이며, 특히, 여성 임원 비율은 국내 500대 기업 평균인 2.7%를 크게 뛰어넘는 44%다. 업계 최초로 ‘주부 채용의 날’을 열면서 지난 1월 기준 1500여명의 주부 직원이 근무 중이다.

롯데쇼핑 직원들이 리조이스X수신지 작가의 협업 에코백을 선보이는 모습. 롯데쇼핑 제공

국내 대기업은 여성의 날에 발맞춘 외국계 기업의 문화에 어색해하는 모양새다. 여성 고용 비중이 높은 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여성의 날 행사를 별도로 진행하는 게 도리어 생색내기 같고, 촌스러워 보인다”며 “하루 반짝 이벤트를 하는 것보다 평소에 여성들이 다니기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재 관련 대기업 관계자도 “여성의 날 기념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며 “다른 기념일을 특별히 챙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 중 롯데쇼핑이 여성의 날과 연관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롯데쇼핑이 2017년부터 ‘리조이스’라는 이름으로 진행해온 이 프로그램은 여성 우울증 치료와 인식개선 등 사회공헌 관점에서 접근해왔다. 기업 전체의 비전 공표의 계기로 삼는 외국계 기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셈이다. 올해부터 롯데쇼핑은 이를 여성의 자존감, 꿈과 도전을 응원하는 테마로 바꾸고, 여러 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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