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호수 넘긴 377야드 샷.. 디섐보, 괴력쇼로 통산 8승
스무살 차이가 나는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와 리 웨스트우드(48·잉글랜드)가 마지막 홀 마지막 퍼트까지 펼친 명승부는 골프의 묘미를 일깨웠다. 이런 나이 차이에 비거리가 30~50야드씩 차이 나면서도 경쟁이 가능한 스포츠는 골프 말고 달리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디섐보가 필드를 무대로 각종 장비를 실험하던 끝에 자신의 몸을 불리는 ‘벌크업 혁명’까지 한 ‘필드 위의 미친 과학자’라면 웨스트우드는 10년 전 세계 랭킹 1위에도 올랐고 지난해 유러피언 투어 ‘올해의 선수’에 4번째 오른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었다.
승부는 디섐보의 1타차 역전 우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18번 홀에서 잘 맞은 티샷이 디봇(잔디 팬 자국)에 들어가는 상황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베테랑 웨스트우드의 모습에 갈채가 쏟아졌다.
9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디섐보는 지난해 9월 메이저 US오픈에서 우승한 지 6개월 만에 다시 정상에 올라 PGA투어 통산 8승을 기록했다. 디섐보는 1타차 공동 2위로 4라운드를 출발해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1타를 줄여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했다. 이날 1타차 단독 선두로 출발했던 웨스트우드는 버디 2개와 보기 3개로 1타를 잃어 디섐보에게 역전당했다.
지난달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컷 탈락하며 주춤했던 디섐보는 또 한 번 엄청난 장타로 인기와 트로피를 동시에 얻는 발판을 마련했다. 디섐보의 힘자랑을 보여줄 수 있는 홀이 거대한 호수를 끼고 왼쪽으로 휘어지는 6번 홀(파5)이었다. 6번 홀의 공식 거리는 555야드지만, 3라운드에서는 531야드, 4라운드에서는 565야드로 세팅됐다. 이 홀은 보통 호수를 피해 페어웨이를 거쳐 돌아가도록 공략한다. 이날 또 한명의 대표적인 장타자인 로리 매킬로이도 원 온을 시도했으나 두 차례나 공을 물에 빠트렸다. 디섐보는 3·4라운드 연속 호수를 가로지르는 티샷으로 환호를 받았다. 디섐보는 3라운드 6번 홀에선 드라이버로 370야드를 날렸고, 4라운드 6번 홀에선 377야드의 드라이버 티샷을 날렸다. 두 차례 모두 그린에는 80야드 안팎 떨어진 곳에 공이 떨어졌지만, 버디를 잡아냈다.
젊은 장타자들의 힘겨루기가 펼쳐지는 이 6번 홀에서 웨스트우드는 노장의 여유와 익살을 보여주었다. 페어웨이 쪽으로 티샷을 안전하게 날린 웨스트우드는 두 팔을 치켜 올리며 전날 6번 홀에서 티샷이 호수를 건너자 만세를 부르는 디섐보의 흉내를 냈다. 웨스트우드도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았다. 1998년 처음 유러피언투어 올해의 선수에 올랐던 웨스트우드는 2000년과 2009년에 이어 지난해 다시 올해의 선수에 올랐다. 미국 PGA투어 2승과 유러피언투어 통산 25승을 거두었다. 그는 오랫동안 ’아직 메이저를 우승하지 못한 가장 뛰어난 선수'로 불리고 있다.
디섐보에게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할 기회를 잡을 수 있게 해 준 것은 장타였지만, 우승을 지켜준 것은 클러치 퍼팅 능력이었다. 디섐보는 11번홀(파4)에서 15m 파 퍼트를 성공했고,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도 2m 남짓한 파퍼트를 넣으며 승부를 끝냈다. 부활 기미를 보이는 조던 스피스(미국)가 공동 4위(6언더파)에 올랐다. 6번 홀에서 티샷을 두 차례 물에 빠트리며 더블보기를 한 매킬로이가 공동 10위(3언더파)였다.
임성재가 공동 21위(1언더파), 안병훈이 공동 43위(3오버파)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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