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메기 효과'.. 잠자던 완성차들을 깨웠다

박찬규 기자 2021. 3. 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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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① 테슬라 시대 끝난다?.. 전기차 패권의 향방은

[편집자주]전기자동차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40% 이상 성장한 약 688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내연기관차의 미래는 없다”며 전기차 전환을 잇따라 선언하고 있다. 전통적인 ‘굴뚝산업’이었던 자동차산업이 본격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마주하고 새롭게 펼쳐지는 ‘굴뚝 없는’ 미래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완성차 기업은 전기차 시장의 절대 강자 테슬라를 상대하며 고전했지만 현재는 테슬라가 오히려 압박을 받는 모양새다. 테슬라를 따돌리고 전통의 완성차 기업이 승기를 잡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전기차 패권의 향방을 조명해봤다.

아이오닉5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테슬라 전용 충전시설 /사진=로이터
-설계부터 생산방식까지 싹 갈아엎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경쟁 시작

반응은 뜨거웠다.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사고에도 일단 계약부터 하자는 식이다.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23일 공개한 ‘아이오닉5’는 사전계약 실시 하루 만에 2만3760대의 실적을 올리며 한국 자동차 역사를 새로 썼다.

업계는 지난해 출시된 기아 4세대 카니발의 사전계약 첫날 실적인 2만3006대 기록을 전기차가 갈아치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이오닉5는 유럽에서도 3000대 한정 판매분이 이미 동났다. 현대가 올 한해 판매 목표로 제시한 2만6500대는 이미 달성한 만큼 “국내 전기차 보조금을 싹쓸이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올해 정부가 예고한 승용 전기차 보조금은 약 7만5000대분이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 비중이 약 2.5%인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반응은 이례적이란 분석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 일렉트릭 ▲니로EV ▲포터EV ▲봉고EV 등을 합해 모두 2만7548대를 판매했다. 아이오닉5의 파괴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아이오닉5 돌풍에 테슬라 긴장했나


아이오닉5가 각광받으며 테슬라와의 비교도 이어지고 있다. 테슬라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23%를 차지하는 절대강자다. 2020년 국내 판매량은 1만1829대로 2019년의 2430대와 비교해 판매가 7배 이상 늘었고 2018년 585대보다는 무려 20배 이상 성장했다. 2019년까지는 모델S와 모델X 등 가격이 비싼 2개 차종만 판매했지만 지난해 보급형인 ‘모델3’ 출시 이후 판매량이 급증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지난달 아이오닉5의 출시 직전 5999만원으로 ‘모델Y’ 최하위 트림의 사전계약을 받다가 갑자기 이를 중단하고 상위 트림만 판매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모델Y 기본형의 짧은 주행거리 탓이다.
업계에선 아이오닉5가 테슬라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완성도 높은 아이오닉5가 테슬라 독주에 제동을 건 셈”이라며 “앞으로 전용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차종이 쏟아질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반응이 폭발적인 것은 상품성을 인정받았음을 의미하고 첫 차가 성공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아이오닉5는 겉보기엔 준중형차 수준이지만 3m가 넘는 휠베이스로 중대형차 수준의 실내공간을 갖춘 점 등이 관심을 모았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은 지난달 아이오닉5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고객이 비교하고 선택하는 관점에서 기준이 돼야 한다”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가진 것은 흔하지 않다는 것이고 그것을 실제 입증하는 차가 아이오닉5”라고 강조했다.
파예즈 라만 현대차그룹 차량아키텍처개발센터장(전무)은 “안전은 아이오닉5를 개발하며 가장 최우선 순위에 뒀던 부분”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자와 동승객, 배터리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엔지니어들이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겉은 작지만 속은 넓게… 전용 플랫폼의 힘


플랫폼은 엔진과 변속기 등 자동차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를 담는 일종의 그릇이다. 일부 업체는 구성 방식을 뜻하는 ‘아키텍처’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업계에선 아이오닉5의 인기 비결을 두고 전기차만을 위한 유연한 설계 및 생산방식인 ‘전용 플랫폼’ 때문으로 해석한다. 플랫폼은 엔진과 변속기 등 자동차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를 담는 일종의 그릇이다. 일부 업체는 구성 방식을 뜻하는 ‘아키텍처’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그동안 완성차업체는 기존 자동차 제조방식을 고수하며 엔진과 변속기 등 전통적인 구동장치가 들어가는 내연기관차의 뼈대를 활용해 전기차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테슬라는 이 같은 방식을 과감히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고 그 결과 전기차 시장의 패권을 거머쥔 상태다.
이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던 자동차업체는 기존 제품의 한계를 뛰어넘으면서도 그동안 해온 대량생산방식의 강점을 살리기 위한 방책으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 카드를 꺼냈다. 특히 모듈형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선 차체 구조 등 기존의 틀을 깨면서도 성능 향상과 원가 절감이라는 목표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같은 전용 플랫폼을 통해 탑승자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용은 넓은 실내공간이다.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배치하고 엔진과 변속기 등 부피가 큰 부품이 차지하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그 결과 범퍼 끝에서 바퀴의 중심축까지의 거리(오버행)가 줄고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인 휠베이스(축거)가 늘어난다. 차체 크기는 준중형급이어도 대형차급의 탑승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 필요에 따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나 미니밴 등으로 변형이 쉬운 것도 장점이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는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전용 플랫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E-GMP’와 폭스바겐의 ‘MEB’ 외에도 제너럴모터스(GM) ‘얼티움’이 대표적인 전기차용 모듈형 플랫폼이며 PSA그룹의 ‘eVMP’나 메르세데스-벤츠 ‘EVA2’ 등도 주요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꼽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테슬라가 메기 효과로 자동차업계에 자극을 줬고 이를 통해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온 것도 사실”이라며 “빠른 변화만큼 달라진 생산체계가 필요하고 노·사문제를 비롯해 기술적인 변화 수준에 걸맞은 제도상의 변화도 함께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앞으로 테슬라의 기능을 다른 회사가 추격할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자동차회사가 어찌 될지는 불확실하다”며 “자동차 본연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앞으로 완성차업체의 공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산차업체 한 관계자는 “유연한 생산 시스템을 갖춘 만큼 시장 수요에 맞춘 빠른 대응이 가능해졌다”며 “특히 독일 등 유럽 주요 자동차 생산국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공장부터 친환경으로 탈바꿈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입지 좁아지는 테슬라


(사진 위부터 시계방향) 쉐보레 볼트 EUV, 벤츠 EQA, 폭스바겐 ID.4 생산공장 /사진제공=각 사
아이오닉5 이후 올해 국내 출시를 예고한 전기차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건 기아의 ‘CV’다. E-GMP가 적용된 기아의 첫 차종이면서 아이오닉5보다 뛰어난 주행성능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민첩한 가속력은 물론 한 번 충전으로 가능한 최대 주행거리가 50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은 최근 북미에서 선보인 ‘볼트EV’ 부분변경 모델과 ‘볼트EUV’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볼트EUV는 GM이 처음 선보이는 전기 SUV인 만큼 관심을 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유럽에서 10만대 넘게 팔린 전기 해치백 차종인 ‘르노 조에’에 집중하고 있으며 쌍용차는 올해 코란도 기반 전기차 ‘E100’을 출시할 예정이다.

벤츠는 소형 전기차 ‘EQA’를 연내 출시하고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의 전기차 버전인 ‘EQS’도 소개할 계획이다. BMW는 ‘iX’와 ‘iX3’를 예고했고 아우디는 ‘e-트론 스포트백‘과 ‘e-트론 GT’를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도 전용 플랫폼을 이용한 전기 SUV ‘ID.4’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 입장에선 완성차업계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상당한 위협일 수 있다”며 “그동안 테슬라의 경쟁력은 뛰어난 수준의 반자율주행 기능과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현재는 완성차업체가 이미 따라잡아 흔한 수치가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성능차 시장도 포르쉐에 빼앗기고 있고 대중차에선 폭스바겐과 현대기아차에 시장을 내주고 있다”며 “결국 테슬라는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차로 여겨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전기차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한다. 전기차 출시가 이어지면서 수요도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40% 이상 성장한 약 688만대 규모로 예상된다. 지난해 전세계 자동차 수요는 15% 줄었음에도 전기차 수요는 30% 늘어 280만대가 판매돼 시장 점유율 3.8%를 기록했다.

한국은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의 10대 대표과제 중 하나이자 그린뉴딜 8대 추진과제로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확대를 꼽으며 전기차로의 전환을 재촉하고 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전기자동차 113만대(누적)를 보급하고 충전 기반시설(인프라)을 4만5000기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나아가 미래차 비중을 18.9%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본격화되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의 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태윤 교수는 “국내 자동차업계와 부품업계가 달라진 환경을 마주하면서 기존의 경쟁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필수 교수는 “그동안 국내 부품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성비’로 승부해 왔다”며 “하지만 전기차나 미래차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빠른 업종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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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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