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반백신주의와의 싸움 / 티모 플렉켄슈타인

한겨레 2021. 3. 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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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티모 플렉켄슈타인 | 런던정경대 사회정책학과 부교수

코로나19 사태가 2년째에 접어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 조처는 우리 삶과 복지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다행히 최근 대규모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우리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파이널 라운드’에 접어들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영국은 이미 2240만명이 첫번째 백신을 맞았고, 오는 7월 말에는 모든 성인들이 첫 접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백신 접종률은 일상으로 복귀하는 유일한 길인 ‘백신 프로그램’의 필수 요소다. 코로나19에 대한 ‘집단면역’을 위해서는 국민 70~80%는 면역이 형성되어야 한다. 대규모 공급이라는 물류상의 문제와 함께 과학적 근거 없이 백신의 부작용을 소셜미디어(SNS)에 퍼뜨리는 ‘백신 반대 운동’은 크나큰 장애물이다.

반백신운동은 다수 유럽인들의 백신 접종 의지를 약화시킨다. 영국에서는 인구의 약 4분의 1이 백신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특히 소수 인종의 거부감이 강한데, 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더 큰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들의 백신 거부감은 특히 우려스럽다. 94살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자신의 백신 접종 경험을 대중에게 공유했을 때 사태의 심각성이 강조된 바 있다. 독일은 인구의 약 3분의 1이 백신 접종 의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공 지향적인” 젊은층과 포퓰리스트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을 지지하는 층은 백신을 맞을 의사가 거의 없었다. 프랑스는 더 상황이 좋지 않은데, 국민 10명 중 4명만 백신 접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백신운동은 프랑스에서 여러 해 동안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백신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의구심은 사회 엘리트들에 대한 신뢰가 부식되었음을 보여준다. 반백신운동은 정부와 국민 사이의 이런 균열을 효과적으로 이용한다.

신뢰 재건은 장기적 과제이지만, 백신 접종 프로그램은 지금 바로 효과적인 조처가 필요하다. 우선 소셜미디어상의 거짓 정보와 싸울 대중 캠페인이 필요하다. 영국에서는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인종의 유명인사들이 백신 접종을 위한 캠페인을 벌여 왔다. 정치인들이 각 지역 커뮤니티에까지 지도력을 발휘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여러 소외된 커뮤니티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지역 보건의사와 지역 사회 지도자들에게 더 큰 지원이 필요하다.

소셜미디어 기업도 책임이 크다. 코로나19 정보를 주로 소셜미디어에서 얻는 사람들은 코로나19에 대한 음모론을 더 믿고 봉쇄 조처를 어길 가능성이 더 높다는 근거도 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명백한 거짓 정보로부터 플랫폼을 보호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반백신 산업’에서 연간 7억5천만파운드의 수익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소셜미디어 기업에 대한 압력을 높일 필요가 있고, 필요하다면 규제 기관이 사정의 칼날을 드러내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백신 격차’ 문제는 별도로 남는다. 유럽연합(EU)은 이번 여름에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디지털 백신여권’을 도입하기로 했다. 유럽의 백신여권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사용될지 아직 불분명하다. 그러나 에스토니아와 아이슬란드는 여행뿐 아니라 검역을 피할 수 있는 백신여권을 이미 도입했다. 유럽 밖에서는 이스라엘이 선두주자다. 영국에서 보듯, 백신여권은 논쟁적이다. 진보단체는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고, 다른 단체들은 일부가 필수품과 필수 서비스 등에서 배제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어찌 됐든, 반백신운동의 인기가 코로나19와의 싸움을 위태롭게 하기 때문에 정부의 주도적 역할 없이는 이를 물리칠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정상적인’ 삶으로의 복귀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민을 보호할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 공동선을 위해 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이들은 좀 더 제재를 받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쉬운 길은 없다. 우리 모두 바라건대 이 ‘파이널 라운드’에서 서로의 경험을 매우 긴밀하게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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