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미국발 ‘금리 공포’
3700년 전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이 공표한 ‘연 20% 대출 금리’는 자본주의 등장 이전까지 인류의 표준 금리 역할을 했다. 근대 이후 은행업이 발달하면서 금리 인하 혁신이 뒤따랐다. 국부론 저자 애덤 스미스는 연 5%가 적정 금리라고 주장했다. 현재 세계 금리 지표인 미 국채 금리도 1970년대까지 5~7% 선에서 움직였다. 그러다 1·2차 오일쇼크가 촉발한 인플레이션이 금리 급등을 유발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15%대까지 치솟았다. 당시 우리나라 은행 정기예금 금리도 연 20%를 웃돌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인류 역사 초유의 ‘제로(0) 금리’ 시대를 열었다. 미국 등 선진국 국채 금리가 0%대로 곤두박질쳤다. 투자자들이 채권을 외면하고 부동산, 증시로 몰려갔다. 자산 버블 부작용이 커지면서 선진국들이 금리 인상으로 돈줄을 죄려는 순간 ‘코로나’가 닥쳤다. ‘금리 인하’ 카드를 잃어버린 정부는 새 돈을 찍어 국민 호주머니에 꽂아주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15조달러(약 1경7000조원) 이상 새 돈이 풀렸다.
▶'돈의 홍수' 덕에 마냥 질주할 것 같던 글로벌 증시가 미국발 금리 상승 공포에 휩싸였다. 미국의 백신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경기 회복이 뚜렷해지자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물가도 오르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 우려 탓에 미 국채 금리가 한 달 새 50%나 뛰었다(연 1.6%). 그런데 미 중앙은행 수장이 “아직은 견딜 만하다”고 말해 공포감을 더 키웠다.
▶금리 상승은 세계 경제를 뒤흔들 폭탄이다.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국가부채가 너무 늘었기 때문이다. 일본 경우 국채 금리가 연 0.1%에 불과한데 예산의 23%를 국채 원리금 갚는 데 쓴다. 금리가 오르면 미국도 일본처럼 되지 말란 보장이 없다. 최선의 해법은 금리 인상을 최대한 늦추면서, 경제 성장을 촉진해 세수를 늘리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1조9000억달러 경기부양책은 이런 계산에서 나온 승부수일 것이다.
▶미국 금리 상승 여파로 우리나라 시장 금리도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했다. 집값 급등에 놀라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로 집을 사거나, 주식·비트코인 투자에 나선 사람들에게 금리 상승은 ‘악몽’ 그 자체다.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모두 시장 금리에 연동된 변동금리형 대출이기 때문이다. 1000조원에 육박하는 국가부채, 1700조원을 웃도는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으로선 가계와 정부 모두 미국의 정책 도박이 성공해 금리가 연착륙하길 빌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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