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미국발 ‘금리 공포’

김홍수 논설위원 2021. 3. 8.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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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미 국채 금리 상승 진화 실패의 영향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과 대담에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란 견해를 반복했지만, 금리 상승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7월 31일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에서 트레이더들이 TV를 통해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3700년 전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이 공표한 ‘연 20% 대출 금리’는 자본주의 등장 이전까지 인류의 표준 금리 역할을 했다. 근대 이후 은행업이 발달하면서 금리 인하 혁신이 뒤따랐다. 국부론 저자 애덤 스미스는 연 5%가 적정 금리라고 주장했다. 현재 세계 금리 지표인 미 국채 금리도 1970년대까지 5~7% 선에서 움직였다. 그러다 1·2차 오일쇼크가 촉발한 인플레이션이 금리 급등을 유발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15%대까지 치솟았다. 당시 우리나라 은행 정기예금 금리도 연 20%를 웃돌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인류 역사 초유의 ‘제로(0) 금리’ 시대를 열었다. 미국 등 선진국 국채 금리가 0%대로 곤두박질쳤다. 투자자들이 채권을 외면하고 부동산, 증시로 몰려갔다. 자산 버블 부작용이 커지면서 선진국들이 금리 인상으로 돈줄을 죄려는 순간 ‘코로나’가 닥쳤다. ‘금리 인하’ 카드를 잃어버린 정부는 새 돈을 찍어 국민 호주머니에 꽂아주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15조달러(약 1경7000조원) 이상 새 돈이 풀렸다.

'돈의 홍수' 덕에 마냥 질주할 것 같던 글로벌 증시가 미국발 금리 상승 공포에 휩싸였다.

▶'돈의 홍수' 덕에 마냥 질주할 것 같던 글로벌 증시가 미국발 금리 상승 공포에 휩싸였다. 미국의 백신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경기 회복이 뚜렷해지자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물가도 오르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 우려 탓에 미 국채 금리가 한 달 새 50%나 뛰었다(연 1.6%). 그런데 미 중앙은행 수장이 “아직은 견딜 만하다”고 말해 공포감을 더 키웠다.

▶금리 상승은 세계 경제를 뒤흔들 폭탄이다.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국가부채가 너무 늘었기 때문이다. 일본 경우 국채 금리가 연 0.1%에 불과한데 예산의 23%를 국채 원리금 갚는 데 쓴다. 금리가 오르면 미국도 일본처럼 되지 말란 보장이 없다. 최선의 해법은 금리 인상을 최대한 늦추면서, 경제 성장을 촉진해 세수를 늘리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1조9000억달러 경기부양책은 이런 계산에서 나온 승부수일 것이다.

▶미국 금리 상승 여파로 우리나라 시장 금리도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했다. 집값 급등에 놀라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로 집을 사거나, 주식·비트코인 투자에 나선 사람들에게 금리 상승은 ‘악몽’ 그 자체다.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모두 시장 금리에 연동된 변동금리형 대출이기 때문이다. 1000조원에 육박하는 국가부채, 1700조원을 웃도는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으로선 가계와 정부 모두 미국의 정책 도박이 성공해 금리가 연착륙하길 빌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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