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동물 구하자" 함께 이야기 짓고 그림 그리죠

방종임 조선에듀 기자 2021. 3. 8. 03: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멸종 위기 동물 주제 이야기책 펴내는 다니엘·벤자민 김 형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 사는 흰코뿔소 제프는 야생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기 위해 코뿔소 학교에 간다. 그곳에서 낯선 아이 잭을 만나 친구가 된 제프. 산속 식물에 대해 배우던 평화로운 어느 날, 코뿔소 학교의 조이 선생님이 밀렵꾼에게 끌려가는 광경을 목격한다. 제프는 잭과 힘을 합쳐 간신히 선생님을 구출하지만, 더 이상은 버틸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껴 누군가에게 도와달라는 편지를 쓴다.

멸종 위기 동물을 주제로 이야기책을 펴낸 다니엘 김(왼쪽)군과 벤자민 김군.

지난달 나온 이야기책 ‘수마트라에서 온 편지’의 줄거리다. 멸종 위기 동물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이 책을 쓰고 그림까지 그린 작가는 다니엘 김(13), 벤자민 김(11) 형제. 김군 형제는 책의 내용을 영상으로도 제작했고, 이는 지난해 말 야생동물 보호 영화제(Wildlife Conservation Film Festival· WCFF)와 런던 리프트-오프 글로벌 네트워크(Lift-Off Global Network) 영화제에 초청작으로 공식 선정되기도 했다.

김군 형제가 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멸종 위기 동물에 관한 내용으로 지금까지 총 5권의 이야기책을 냈다. ▲하와이에서 태어난 거북이 코코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 긴 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다룬 ’200살 거북이 이야기' ▲부모님이 어부에게 잡혀가 혼자 자란 아기 고래의 고민을 다룬 ‘아기 고래의 똥 이야기’ ▲따뜻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 남쪽 나라로 이주하던 아기 새가 온난화의 영향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바람에 가족과 헤어진 이야기를 다룬 ‘바람은 놀라워!’ ▲평화를 소망하며 모험을 떠나는 아무르표범과 후크선장의 이야기인 ‘아무르표범과 후크 선장’ 등이다. 형제의 책은 환경 분야 전문가들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와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도 추천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김군 형제가 멸종 위기 동물에 관심을 가진 것은 5년 전, 부모님과 함께 샌디에이고동물원에 방문했던 경험이 계기가 됐다. 이때 검은코뿔소와 바다거북이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들은 형제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마저도 얼마 후 세 마리뿐인 검은코뿔소 중 한 마리가 죽었다는 사실까지 듣게 됐다. 형제는 더는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결심하며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구할 방법을 같이 고민했다. 그러다 더 많은 사람에게 이를 알리고자 마음을 먹었다. 딱딱한 지식도서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책을 통해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가자는 데 동의한 형제는 그때부터 틈날 때마다 같이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다니엘 김군은 “독자들이 우리들의 그림책을 보며 많은 동물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을 깨닫고 잠시나마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랐다”며 “책의 수익금은 멸종 위기 동물을 보호하는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작은 평소 좋아하는 바다거북 이야기였다. 과학적 사실과 상상력을 동원해 200살 거북이의 여행 과정을 재미있게 정리했다.

“우리는 시작을 바다거북으로 하고 싶었어요. 바다거북이 우리가 알게 된 첫 번째 멸종 위기 동물일 뿐만 아니라 잘 알려진 위기 동물이기 때문이죠. 바다 깊은 곳에서 수영하는 바다거북을 실제로 본 적이 있는데, 장엄하고 우아한 모습에 매료됐어요. 이렇게 멋진 바다거북이 얼마 후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참 아팠죠. 이들의 현실을 알리고자 많은 고민과 공부를 했습니다.”

형제가 이야기책을 지속적으로 쓸 수 있었던 것은 환경을 생각하는 관심사가 비슷하기 때문. 부모님도 이를 전폭적으로 응원해줬다. 벤자민 김군은 “감사하게도 부모님은 자연을 좋아하는 저희를 위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고 자연으로 데려가 준다”며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직접 주우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니엘 김군은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동물들의 실상은 정말 참담하다. 인간과 함께 살아가지만 심하게 학대를 받고 있다”며 “대표적인 예가 코끼리다. 코끼리는 사냥당하지 않도록 상아가 빠질 수 있게끔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형제는 앞으로도 멸종 위기를 주제로 다룬 이야기책을 쓰는 것은 물론 다양한 외부 활동을 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이야기책의 여러 장면을 모아 전시회도 열었다.

“동물들의 상황이 지금 나와는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건 착각입니다. 점점 더 많은 종이 멸종되면 자연의 균형은 붕괴할 것이고 그러면 머지않아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칠 거예요. 만약 그것에 대해 지금 뭔가를 하지 않으면 인간도 다른 모든 포식자처럼 죽게 될 것입니다. 저희의 노력이 많은 분께 조금이나마 인식을 바꾸는 긍정적인 자극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