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를 넘긴' 디섐보·'행운의 실력파' 스피스·'세월 잊은' 웨스트우드

류형열 선임기자 2021. 3. 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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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힘든 드라마를 쓰는 Sports
"이 어려운 걸 해내지 말입니다"

[경향신문]

7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C&L에서 열린 PGA 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3라운드에서는 많은 명장면이 나왔다. 브라이언 디섐보는 호수를 넘어 페어웨이에 안착하는 티샷을 성공시켰고(위 사진), 조던 스피스는 홀인원에 벙커샷까지 성공시켜 선두로 나섰다(가운데). 노장 리 웨스트우드는 무려 7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에 올랐다. PGA 투어 트위터 캡처·AP·EPA연합뉴스
‘파5’ 6번홀 원온 공략, 페어웨이까지 370야드…갤러리 탄성

7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C&L(파72·7454야드)에서 열린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총상금 930만달러) 3라운드 파5 6번홀.

브라이슨 디섐보는 마치 링에 오르는 권투선수처럼 티박스에 들어섰다. 뒤에 진을 치고 있던 갤러리들이 스마트폰을 일제히 들어 그의 티샷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팬들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그린을 노려라(go for it).”

6번홀은 호수를 둘러싸고 편자 형태로 이뤄진 좌 도그레그 홀이다. 존 댈리가 1998년 그린을 직접 공략했다가 18타 만에 홀아웃한 바로 그 홀이다. 이날은 531야드로 플레이됐는데 티박스에서 호수를 가로질러 바로 그린을 노릴 경우 캐리로 340야드 이상을 날려야 한다. 1, 2라운드에선 잘라 가는 플레이를 선택했던 디섐보가 이날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드라이버샷을 날린 디섐보는 볼이 호수를 넘어 페어웨이에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득의양양하게 두 팔을 하늘로 뻗었다. 갤러리들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그린 오른쪽으로 날아가 원온은 하지 못했지만 도전은 성공이었다.

캐리로 347야드를 날아간 볼은 호수를 훌쩍 넘어가 페어웨이에 떨어진 뒤 러프까지 굴러갔다. 런까지 포함한 비거리는 370야드. 2003년 이후 이 홀에서 기록된 최장거리 드라이버샷이었다. 스윙 시 클럽헤드 스피드는 시속 220㎞, 볼 스피드는 315㎞를 찍었다. 홀까지 70야드를 남겨둔 디섐보는 두 번째 어프로치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지만 세 번째 샷을 퍼터로 홀에 붙인 뒤 버디로 마무리했다.

디섐보는 “호수를 넘겼을 때는 마치 우승했을 때처럼 ‘아, 내가 해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디섐보는 이날 버디 6개에 보기 2개로 4타를 줄여 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선두 리 웨스트우드에 1타 뒤진 공동 2위에 올랐다.

2번홀 홀인원·벙커샷도 그대로 홀컵에…11m 버디 퍼팅까지
48세 노장의 신들린 샷…이글 1개·버디 8개로 단독 선두에

조던 스피스도 디섐보 못지않게 드라마틱한 하루를 보냈다. 223야드짜리 파3 2번홀에선 5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잡아냈고, 파3 7번홀에선 벙커샷을 그대로 집어넣어 버디를 낚았다.

파4 3번홀에선 티샷이 해저드에 빠진 뒤 9.6m 파 퍼트를 집어넣어 파 세이브를 했고, 10번홀에선 11m짜리 긴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다. 행운의 샷들이 이어지며 4타를 줄인 스피스는 합계 9언더파 207타로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48살 노장 웨스트우드도 무빙데이를 흥미진진하게 만든 또 한 명의 주역이었다. 웨스트우드는 이날 이글 1개와 버디 8개, 보기 3개로 7타를 줄이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합계 11언더파 205타 단독 선두다.

1998년 그가 이 대회에 처음 출전했을 때 스피스는 겨우 5살이었다. 40세 이후에만 전 세계 투어에서 5승을 올리고 있는 웨스트우드는 “사람들이 언제 시니어 투어에 가느냐고 계속 묻는다”며 “나를 없애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라운드까지 7위였던 임성재는 이날 버디 3개, 보기 3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합계 5언더파 211타 공동 18위로 밀렸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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