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 치킨·피자 '드론 배송' 임박..복잡한 도심 배달 기술 개발이 과제
[경향신문]
아마존 등 유통 공룡들 도입 앞다퉈
2040년쯤 당일 배송 30% 맡을 듯
올 국내 첫 유상업체 탄생 ‘걸음마’
장애물 통제할 관제 시스템 시급
지난 1월 부산 남외항에서 드론 한 기가 날아올랐다. 드론은 곧장 바다를 가로질러 2㎞ 떨어진 곳에 정박 중이던 선박에 내려앉았다. 이륙에서 착륙까지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드론이 배달한 상자에는 선원들에게 필요한 유심카드와 입항서류, 소독약, 마스크 등이 들어 있었다.
국내 최초 유료 드론 배송 사업을 위한 3차례의 최종 실증작업이 마무리된 것으로, 한 달 뒤 국토교통부는 이 드론 배송업체에 국내 최초의 드론 배송 사업등록증을 발급했다.
■ 물류 공룡들의 격전지
드론을 이용한 물품 배송 서비스가 국내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동안 치킨이나 피자 배달, 교통이 불편한 격·오지에 생필품 배달 등 국내에서도 홍보나 실험 형태로 드론 배송이 이뤄진 적은 있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드론 배송으로 ‘돈을 버는’ 업체가 등장하게 되면서 국내에서도 드론 배송 산업이 본격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드론 배송 산업은 국내에서는 이제 걸음마 단계지만 해외에서는 유통·물류 공룡들의 격전지가 된 지 오래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8월 세계 최대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은 미국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드론 배송 서비스 ‘프라임 에어’의 운항 허가를 받았다.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가 2013년 “5년 안에 드론이 고객의 집 앞까지 날아가게 될 것”이라고 밝힌 지 7년 만이다. ‘프라임 에어’는 인구 밀집도가 낮은 해안가나 섬 지역에 2.3㎏ 이하의 물품 배송을 시작으로 차츰 도심 배송까지 서비스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이보다 1년여 앞서 미 FAA는 버지니아주에 한해 드론 택배 서비스를 허용하는 사업허가를 ‘윙(WING) 에이비에이션’에 허가했다. 윙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자회사다. 2019년부터 버지니아주에서 커피, 음식, 휴지 등 기호품과 생활필수품을 주민들에게 배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4년 격·오지 배송 서비스 실증에 뛰어든 물류업체 UPS를 비롯해 최근에는 미국의 월마트, 중국의 알리바바까지 앞다퉈 드론 배송 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공룡기업들이 드론 배송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직접 배달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비약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례로 부산 남외항 선박 드론 배송서비스의 경우 배달 시간은 종전 40분에서 5분으로 줄어들고, 비용도 8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다. 배송비가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유통업계가 눈독을 들이는 배경이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 매킨지는 2017년 64억달러(약 7조2400억원)에 그쳤던 드론 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202억달러(약 2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킨지는 특히 절반 이상이 군사용이 아닌 운송 등 산업 현장과 소비자용으로 쓰일 것으로 전망했다.
2040년쯤에는 당일 배송물량의 30%를 드론이 담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영국계 경영 컨설팅업체인 LEK 컨설팅은 드론 배송이 중량 화물 수송 등 트럭을 통한 배송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경량 화물을 중심으로 비중을 점차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5㎏ 이하의 경량 화물을 드론으로 배송할 경우 탄소배출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으로 거론됐다.
■ 해상·교외 OK, 도심은?
국내외에서 상용 서비스가 잇따르고 있지만 드론 배송 산업에 장밋빛 앞날만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내로라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유통 기업들도 아직까지 도심 배송에는 고개를 젓는다. 아마존이나 윙도 특정 지역에 한정해 서비스를 제공 중이고, 최근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월마트+’도 교외 지역만 배송이 가능하다.
장애물이 거의 없는 해상이나 평원 지형이 아니라 복잡한 도심을 헤치고 배송을 하기 위해서는 관제시스템이 필수적인데 이를 마련하기 위한 기술과 데이터 축적 등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아파트 중심의 도심 주거 형태가 드론 배송 활성화에 가장 큰 난관이다.
조종사가 직접 조종을 하고 항공교통관제사가 관제지시를 제공하는 비행기와 달리 드론은 조종사가 타지도 않고, 관제업무를 제공하는 시스템도 없다. 이 때문에 가시권 밖 비행의 경우 장애물 충돌 방지, 기상정보 및 비행경로상 안전정보를 제공해줄 수단이 필요하다.
정부가 드론의 위치, 기체등록정보, 조종자정보, 공역 통제 사항 등이 포함된 비행정보관리시스템(FIMS)을 구축한 뒤, 민간 사업자가 드론 운용자에게 이 정보를 제공해 안전운항을 지원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K-드론시스템’이라는 사업명으로 2017년부터 연구·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다.
‘K-드론시스템’이 완성되면 국내에서도 무선데이터를 통해 주변 드론과의 간격분리, 비행 경로상 안전 모니터링, 기상 및 기체 정보 등을 제공받아 비행 안전성이 향상되고 드론 여러대의 동시 운용도 가능해진다.
국토교통부는 최종적으로 ‘K-드론시스템’을 사람이 탈 수 있는 유인 드론인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 시스템 구축과 연계해 운용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드론 유상 배송 업체가 정식으로 탄생했지만 도심 운항의 경우 고층 장애물이 많고 사생활보호에 대한 우려도 있어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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