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들 성평등 공약, 빈약하거나 핵심 못 짚어
[경향신문]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성평등’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전임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8일은 1908년 3월8일 미국 루트커스 광장에서 “빵(생존권)과 장미(참정권)를 달라”고 외쳤던 여성 노동자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세계 여성의날 113주년이다. 하지만 선거를 한 달 앞둔 7일 현재 여야 후보들의 주요 공약에서 구체적인 성평등 의지는 눈에 띄지 않는다. 여성 공약만 해도 안전 이슈가 대부분이고, 코로나19로 심화하고 있는 여성 노동의 불평등 문제는 방치된 실정이다. 퀴어축제를 정치적 제물로 삼는 등 성평등 시대에 역행하는 조짐까지 나타났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여야 후보들은 선거가 본격화하는 이 시점에 113년 전 모든 인간의 존엄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성 노동자들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성 공약 대부분 ‘안전 이슈’ 그쳐…노동 불평등도 방치
퀴어축제 논란 등 여야 후보들 젠더 이슈 비전 제시 미흡
여야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본질인 ‘성평등’ 의제는 부실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위력에 의한 성비위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자본시장법 개정안(이사회를 특정 성별로 구성하지 않는 내용)을 거론하며 ‘서울시정의 유리천장 개선’을 약속했다. 박 후보는 8일 성평등 공약을 발표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성평등 공약을 지금까지 준비하지 않은 것은 집권 여당 후보로서 직무유기라 할 수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비혼 출산까지 지원을 확대하고 가정폭력 등으로 이혼한 여성에게는 주택대출 이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귀갓길과 화장실 출입구에 폐쇄회로(CC)TV 설치, 자치경찰과 연계한 성범죄 예방 강화도 언급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성범죄 공무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비롯해 ‘SOS앱’을 통해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디지털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한 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하며, 인공지능(AI) 기술로 불법 영상을 실시간 삭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여야 후보 모두 여성 안전이나 성범죄 처벌 방안에 집중했을 뿐 성평등 조직 문화 등 젠더 이슈의 비전 제시는 미흡한 편이다. 특히 안 후보는 금태섭 전 무소속 의원과의 제3지대 후보 단일화 토론회에서 ‘서울광장에서 퀴어축제를 보지 않을 권리’를 주장해 빈축을 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여성 노동권이 더욱 취약해진 현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야 후보들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디지털 경제, 서울시 대전환을 말하지만 여성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정현정 대구여성노동자회 회장은 지난 5일 ‘성평등 노동 없이 포스트 코로나는 없다’ 토론회에서 “전국 여성노동자회 11개 지부가 지난해 코로나19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비혼보다 기혼 여성 노동자 현실이 더 취약했다”며 “코로나19는 직장 내 성차별을 심화시켰을 뿐 아니라 공적 영역의 돌봄노동을 여성에게만 강요해 가정 내 성차별도 심화시켰다”고 말했다. 김원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면업종에 대한 고용유지 지원 대책을 강화하고 늘어난 돌봄 부담을 고려한 일·가족 양립정책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혜영 선임기자 koo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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