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없지?" "네" "그럼 열심히 해" LH 투기에 소환된 10년 전 장면
“이번 일과 전혀 관계없지?”(백순길 당시 LG 트윈스 단장)
“네. 관계없습니다.”(박현준 당시 LG 트윈스 투수)
“그래 열심히 하자.”(백 단장)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 10년 전 이 장면이 온라인에서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12년 당시 프로야구 승부조작 의혹이 불거진 이후 LG 트윈스에서 뛰던 박현준이 백 단장과의 면담을 나누는 장면이다.
박현준은 면담에서 승부조작에 관여한 일이 없다고 부정했고, 구단도 그를 감쌌지만 이후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상벌위원회를 열고 박현준을 영구제명했다. 이후 당시 인터뷰는 대표적인 ‘유체이탈 화법’으로 꼽혔다. 승부조작에 가담했음에도 “관계없다”고 말하는 선수와, 면담을 하면서도 단순히 “이번 일과 전혀 관계없지? 열심히 하자”라고 말하는 구단 고위관계자의 태도 때문이다.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 10년 전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이 소환된 것은 이번 LH 투기 의혹 조사도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의혹에 대한 조사는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국토교통부가 포함된 합동조사단이 맡는다. 국토교통부의 수장인 변창흠 장관은 LH 직원들이 땅을 사들인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에 LH 사장을 지냈다. 그런데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정황상 개발정보를 알고 토지를 미리 구입했다기보다는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걸로 알고 취득했는데, 갑자기 지정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신도시 개발 정보를 얻어서 보상받기 위해 토지를 구입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결론을 내린 듯한 이 발언에 네티즌들은 또 한번 분노했다.
LH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서는 4년 내내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자체 조사에서는 매년 우수 평가를 내렸다. 특히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가 적발된 사례는 최근 10년간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18년에는 내부 정보인 고양 원흥지구 개발도면을 유출한 직원들이 적발됐는데, 경징계에 그쳤다.
네티즌들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했더라도 (박현준처럼) ‘관계없습니다’ 한 마디면 면죄부를 받을 것”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의혹을 얼른 덮겠다는 의도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셀프조사'에 대한 의구심이 높지만, 정세균 국무총리는 “수사 기관에 의뢰하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 문제를 가지고 오랜 시간을 끌며 상황을 파악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의 조사가 아니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해 “(국토부) 자체 조사로 시간을 끌고 증거 인멸하게 할 것이 아니라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한다”고 했다. 그는 “공적 정보를 도둑질 해서 부동산 투기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라며 “LH 직원을 전수조사할 게 아니라, ‘돈 되는 땅’을 전수조사하고 매입자금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다.
과거 신도시 투기 의혹 조사는 검찰이 맡아 적지않은 성과를 낸 바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에는 경기 김포 등 12개 지역의 2기 신도시 관련 투기 의혹을 검찰 합동수사본부가 수사해 공무원만 27명을 적발했다. 이보다 앞선 1990년 노태우 정부 당시에는 성남 분당 등 5개 지역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를 검찰 합동수사본부가 맡았고, 131명의 공직자를 포함해 987명의 부동산 투기 사범을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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