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강상우의 클래스..1경기에서 4포지션을 뛴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2021. 3. 7. 20: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경향]

포항 강상우(오른쪽)가 지난 6일 강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 원정에서 수비수 사이를 뚫는 패스로 동료에게 공을 전달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포항 스틸러스의 부주장 강상우(29)는 요즈음 축구 전문가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선수다.

등번호 10번을 달고 뛰는 강상우는 왼쪽 수비수가 공식 보직이다. 그런데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린 뒤 잠시 눈을 떼면 다른 자리에서 뛰는 그를 목격하기 일쑤다.

현대 축구에서 포지션 파괴가 대세지만 90분간 쉼없이 역할을 바꾸는 선수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멀티 플레이어로 유명했던 유상철 인천 명예 감독도 경기 도중 극단적으로 포지션이 바뀌지는 않았다.

팔색조에 가까운 강상우의 매력은 지난 6일 강원FC 원정에서 가장 잘 드러났다. 포항이 0-1로 끌려가던 후반 시작과 함께 왼쪽 윙어로 올라서더니, 자신의 어시스트로 승부를 균형으로 되돌린 후반 중반에는 최전방 공격수, 그리고 2-1로 점수를 벌린 뒤에는 오른쪽 윙어로 변신해 3-1 승리를 결정짓는 크로스까지 배달했다. 이날 한 경기에서만 무려 4개의 포지션을 소화하며 포항에 개막 2연승을 선물한 그는 도움 2개로 도움 부문 1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강상우는 포항의 10번”이라면서 “마법 같은 플레이를 펼칠 준비가 되어있는 선수”라고 찬사를 보냈다.

강상우가 어떤 자리에서도 마력을 발휘하는 비결은 자신의 재능과 독특한 육성법 그리고 용병술까지 3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강상우는 포항에서 프로에 데뷔한 2016년 최진철 전 감독에게 어느 자리에서도 성공할 선수로 불렸다. 그가 훈련마다 코칭스태프에게 “오늘은 어디서 뛸까요?”라고 물어봤다는 일화는 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포항에서 왼쪽 측면 수비수로 자리매김한 강상우는 상주 상무에 입대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일깨웠다. 왼쪽 측면 공격수와 섀도우 스트라이커로 투입된 강상우는 지난해 상무에서 제대하기 직전까지 16경기에서 7골·5도움으로 외국인 선수가 부럽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제대한 이후 다시 수비로 돌아선 그는 도움만 7개를 추가해 생애 첫 도움왕에 이름을 올렸다.

1558(일류첸코·오닐·팔로세비치·팔라시오스)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외국인 선수의 조합이 깨진 것도 강상우가 다양한 포지션을 맡게 만들었다. 김기동 감독은 대체 선수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들이 자가격리로 합류가 늦어지면서 ‘크랙’ 역할을 해줄 선수가 마땅하지 않자 강상우를 집중적으로 조련했다. 상대팀을 철저하게 분석한 뒤 강상우를 이리저리 옮겨 상대에게 혼란을 주는 용병술이 더해진다. 김 감독은 “상우는 기술만 좋은 게 아니라 스피드와 체력까지 뛰어나다”면서 “최전방에선 제로톱처럼 움직이면서 수비를 무너뜨리고, 측면에선 체력과 기술의 조화로 동료들의 기회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강상우는 경기마다 역할이 바뀌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10번의 무게라는 각오로 이겨낸다는 입장이다. 그는 “10번은 내가 먼저 달고 싶다고 감독님께 부탁을 드렸다”며 “지난해 공격수로 많은 역할을 했다. 올해도 공격수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고 잘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