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우리곁의 투명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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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 충격은 전혀 평등하지 않았다.
뉴노멀(새로운 표준)의 실체는 보이지 않는데,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커졌고 해법은 더 복잡해졌다.
지난달 여성가족부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는 여성 노동자 11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겪는 어려움을 조사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여성 노동자는 일과 돌봄을 병행하는 비율이 남성 노동자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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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기내 닦던 계월씨도
엘지타워 쓸던 정순씨도 실직
생존권과 인권을 보장하는 일터는 어디에..
코로나19 대유행 충격은 전혀 평등하지 않았다. 뉴노멀(새로운 표준)의 실체는 보이지 않는데,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커졌고 해법은 더 복잡해졌다.
6년 전 서울지하철 신정역 7-2칸에서 5호선 첫차를 타고 ‘퇴근’하던 김정순(65)씨는 ‘출근’하는 김계월(59)씨를 만났다. 그렇게 알게 돼 6년 간 새벽인사를 나누던 두 여성 노동자는 지난해 봄부터 지하철에서 만날 수 없었다.
계월씨는 아시아나케이오(KO)에서 일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청소 업무 등을 맡은 하청업체다. 코로나19 영향은 컸다. 회사는 무기한 무급휴직을 요구했고, 거부하는 노동자 6명을 해고했다. 계월씨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계월씨를 기다리던 정순씨도 이제 첫차를 타지 못한다. 그는 서울 여의도 엘지트윈타워를 청소하던 용역업체 노동자였다. 원청업체인 엘지 계열사의 일방적 계약 해지로 지난해 11월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고용위기는 곧 생존위기다. 고용위기에도 성별 격차가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그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첫 확산 직후(2020년 3월) 여성 취업자가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11만5천명 감소할 때 남성 취업자는 8만1천명이 줄었다. 2차 확산(2020년 9월) 때는 여성 28만3천명(남성 10만9천명), 3차 확산(2020년 12월) 때는 여성 35만7천명(남성 27만1천명)이 줄었다.
김계월씨 같은 50대 여성 취업자 수는 해마다 11만~13만명씩 증가하다가 지난해에는 7만6천명이 줄었다. 연간 1만~2만명씩 늘던 30대 여성 취업자도 지난해 7만7천명이 감소했다. 여성 고용률을 떠받치던 30대·50대 취업자가 줄면서 여성 취업자 수는 2009년 이후 11년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여성가족부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는 여성 노동자 11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겪는 어려움을 조사했다. 휴교, 휴원으로 인한 자녀 돌봄공백(33%)을 꼽은 이들이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여성 노동자는 일과 돌봄을 병행하는 비율이 남성 노동자보다 높았다. 돌봄공백 우려는 여성을 일터에서 밀어내고 가정에 묶어두며 경력단절로 이어진다.
일터에서 밀려난 여성 일시휴직자는 지난해 49만9천명에 달했다. 2019년에 견줘 2배 이상 늘었다. 증가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던 지난 1월 여성 일시휴직자는 전년 같은 달보다 15만4천명 증가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일시휴직자 1명이 증가하면 다음 달 취업자 수는 0.35명 감소한다고 했다.
8일은 여성의날이다. 1908년 3월8일 미국 여성 노동자들은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며 시위했다. 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기본권을 뜻한다.
수습노무사 강경희씨는 고 노회찬 의원 뜻을 이어 해마다 여성의날 기념 장미를 여성 노동자에게 전하는 노회찬재단에 김계월, 김정순씨 사연을 신청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일하던 두 여성 노동자는 자신의 빵과 장미를 찾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더는 투명하지 않은 여성 노동자들은 생존권과 인권이 보장된 일터를 요구한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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