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국 귀화' 임효준, 한국서 선수생활 어려웠다는데..진실은?

이동환 2021. 3. 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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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선수생활 가능한 법적 지위
형사재판 지속 여부는 선수활동과 무관
민사적 해결책 알고 있었지만 행하지 않아
임효준. 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임효준(25)이 깜짝 중국 귀화를 결정했다. 임효준 측은 이른바 ‘동성 후배 성희롱’ 관련 재판과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징계 기간이 길어지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취재 결과 사실과 달랐다.

임효준의 에이전트사 브리온 컴퍼니는 6일 입장문을 내고 “임효준의 중국 귀화 결정은 소속팀과 국가대표 활동을 전혀 하지 못한 채 2년의 시간을 보내는 등 어려움을 겪은데 따른 것”이라면서 “해당 사건은 2심(2020년 11월)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검찰의 상고로 현재 대법원 계류 중이다. 재판과 연맹의 징계 기간이 길어지며 임효준은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고 싶은 꿈을 이어나가기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설명과는 달리 임효준은 적어도 2019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법적 지위에 놓여 있었던 걸로 확인됐다. 임효준의 선수 지위를 박탈시키는 법적인 장치는 검찰이 2019년 12월 임효준을 강제추행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현재 대법원 판단까지 기다리고 있는 형사재판의 영역이 아니라 연맹이 2019년 8월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에 따라 내린 ‘1년 자격정지 처분’이다.

임효준은 이 처분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지만 2019년 11월 기각되자 이에 불복해 같은 달 연맹을 상대로 법원에 징계무효확인소송과 징계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이 신청이 법원에 인용되면서 ‘1년 자격정지 처분’의 효력은 연맹이 가처분 소식을 송달받은 그해 12월 정지됐다.

그런데 임효준은 지난해 5월 형사재판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자 돌연 징계무효확인소송(민사재판)을 취하했다. 브리온 컴퍼니 관계자는 “형사 1심 판결도 난 뒤고 여론도 좋지 않아 선수 입장에서는 징계를 빨리 받아들이고 운동을 집중하고 싶은 마음에 소를 취하하게 됐다”며 “하지만 연맹에서는 징계를 재개하지 않는단 입장을 고수했다”고 했다. 1년 자격정지 기간을 빨리 소화한 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싶었지만 연맹 탓에 할 수 없었단 뜻이다.

임효준. 연합뉴스


하지만 징계를 재개하는 열쇠는 임효준이 쥐고 있었다. 임효준은 징계무효확인소송을 취하할 때 가처분 결정을 정정해 징계를 재개시킬 수 있었지만 알고도 하지 않았다. 오승준 인스포코리아 변호사는 “민사재판의 가처분 결정은 결정 자체가 취소되지 않는 이상 효력을 유지한다”며 “선수 측에서 가처분 결정 정정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를 간과한 것 같다”고 했다. 심지어 연맹은 “지난해 8월 이후 이러한 내용을 임효준 측에 수차례 통보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임효준의 중국 귀화 결정은 선수 생활, 나아가 올림픽 출전을 할 수 없었기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빙상계 관계자에 따르면 임효준은 지난해 11월 제37회 전국 남녀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대회에 참가 신청까지 했지만 출전하지 않았다. 임효준은 올 초에도 선발전 출전, 선수 등록과 관련한 문의를 연맹에 했던 걸로 알려졌다.

중국은 2022년 2월 자국에서 열리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3년 전부터 ‘쇼트트랙 최강국’인 한국 출신 인재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2019년 7월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선태(45) 감독을 쇼트트랙 대표팀 사령탑으로 영입했고, 지난해 8월엔 한국과 러시아에서 메달을 휩쓴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36·한국명 안현수)까지 코치로 데려간 바 있다.

한 실업팀 빙상 감독은 “안현수가 가서 선수단을 리드해주면서 러시아는 시스템적으로 정말 많이 발전했다. 천재로 볼 수 있는 임효준이 중국에 간다면 중국 대표팀의 잠재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선수가 빠져나가는 게 착잡할 따름”이라고 현장 반응을 전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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