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셉트만 좋으면.." 9급 공무원·신입사원 책도 대박

이향휘 2021. 3. 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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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멘토가 건네는 말보다
독자 상황과 맞느냐가 중요"
출간 종수 5년새 45.5% 증가
카카오 브런치·독립출판 영향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 질문 TOP77'
두 달새 10만부 판매 '1위'
누구나 책을 내는 시대다. 책을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마케팅 3년 차도, 9급 공무원도, 최근 평창동에 아파트를 구매한 비혼주의자도 자신의 경험과 비결을 책으로 출간한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도 마찬가지다. 지구촌 최고 부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세계 3대 부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도 최근 책을 냈다. 돈·직업·유명세·필력에 상관없이 너도나도 출판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납본 기준 국내 출간 종 수는 2015년 4만5213종에서 지난해 6만7792종으로 5년 새 무려 45.5% 폭증했다. 이처럼 출간 문턱이 낮아진 것은 책을 내는 방법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이름난 출판사의 '좁은 문'을 거치지 않고서도 쓸거리만 있다면 누구에게든 출판의 길이 활짝 열려 있다. 최근 급속도로 많아진 독립출판과 1인 출판을 통해,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전자책을 통해서도 출간은 가능하다.

카카오 콘텐츠 출판 플랫폼인 '브런치'는 무명의 작가를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도약시키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2015년 출범 이후 활동하는 작가는 2017년 2만명에서, 2019년 3만명, 작년엔 4만명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브런치를 통해 선보인 임홍택의 '90년생이 온다', 정문정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하완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모두 수십만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책을 내고자 하는 욕구가 폭발하는 것도 출간 열기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20만부가 팔린 에세이 '1㎝ 다이빙'을 출간한 피카 출판사 한 편집자는 "많은 이들이 인스타그램이나 페북,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책을 쓰고 싶은 욕구도 커졌다"며 "서점에 갔는데 '이런 얘기도 책으로 나오네' 하고 용기를 갖는 사람이 많다"고 밝혔다.

한때 유명인이 독식했던 에세이 시장엔 저마다의 사연과 경험담을 풀어내는 일반인들로 넘친다. 3년 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자기계발서는 극단적으로 자신을 몰아세우는 책들이 인기였다가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가 인기를 끈 이후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아'류의 위로와 공감을 주는 책이 주류를 이뤘다. 최근엔 현실을 자각하고 최소한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해법을 제공하는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혼자 사는데 돈이라도 있어야지' 같은 비혼 여성을 위한 경제 지침서나 '첫 집 연대기'처럼 저렴한 월세로 살아가는 방법 등 실생활과 밀접한 책이 뜨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 장례지도사, 버스 기사 등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직업군의 책도 주목을 받고 있다.

서선행 가나출판사 편집자는 "에세이 시장에선 누가 썼는지보다 콘셉트가 뾰족하면 된다"며 "옛날엔 독자들이 멘토의 한마디를 기다렸지만 지금은 나와 상황이 맞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는 "나를 표현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과거엔 신문과 잡지에 글을 싣는 사회 저명인의 책 출판을 기획했다면 요즘엔 열성 팬을 보유한 SNS 스타 잡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베스트셀러 지형도 바뀌고 있다.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계속 1위를 달리는 것은 증권사 브로커 염승환의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 질문 TOP77'이다. 두 달 새 10만부가 팔렸다. 주식투자 관련서가 1위를 한 것도, 예약 출간되자마자 1위를 기록한 것도 유례없는 일이다. 출판사 관계자는 "주식 열풍도 있지만 저자에게 붙은 '염블리'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 친근하고 이웃집 아저씨 같은 느낌이 판매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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