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이우환·이건용..수억원대 미술품도 '불티'

전지현 2021. 3. 7. 17: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화랑미술제 역대급 판매
블루칩 작가 작품 싹쓸이
2005년 호황 초기와 비슷
방탄소년단 RM 등 다녀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화랑미술제 국제갤러리 부스에 관람객이 북적거리고 있다. [사진 제공 = 국제갤러리]
미술품 판매를 알리는 '빨간 딱지'가 화랑들 부스 벽 곳곳에 붙어 있었다. 갤러리 직원들은 새 그림으로 교체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지난 3~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화랑미술제가 사상 유례 없는 역대급 판매 실적을 올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수백만원대 미술품이 주로 팔렸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수억원대 작품까지 날개돋힌듯 팔려나가고 있다. 부동산 규제와 주식 하락장세에 갈 곳 잃은 돈이 미술시장으로 몰려오기 때문이다.

최근 새로 등장한 신규 컬렉터들이 가격 상승 여지가 높은 물방울 화백 김창열, 추상화 거장 이우환, 단색화 대가 박서보·하종현, 신체드로잉 화가 이건용 등 블루칩 작가들과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싹쓸이하고 있다. 저명한 작가의 작품은 금과 달러화 같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며, 부자들은 불황에 연연하지 않고 미술품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5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경매가 중단됐을 때도 크리스티 경매사의 VIP 컬렉터를 위한 프라이빗 세일 판매액은 오히려 전년보다 120% 증가했다.

한 화랑 대표는 "1가구2주택 중과세로 집 한 채를 정리하고 주식을 판 돈을 들고와서 투자가치가 높은 그림을 추천해달라는 고객들이 급증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집콕'이 늘면서 인테리어용 미술품을 찾는 젊은 고객들도 늘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한 가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 수요를 대체하는 이번 화랑미술제에서 컬렉터들이 그동안 억눌렸던 미술품 구매 욕구를 해소하는 보복 소비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화랑미술제와 키아프를 주최하는 한국화랑협회 김동현 팀장은 "외국 아트페어도 못 가고 서울에서 오랜만에 아트페어가 열려서 관람객이 지난해보다 3배 늘었다"며 "그동안 화랑미술제 규모와 관람객은 키아프에 못미쳤지만 올해는 화랑들이 대작들을 들고 나오고 판매 성적이 좋아 마치 키아프가 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화랑들도 기대 이상의 판매 실적에 깜짝 놀라고 있다. 서울 국제갤러리는 5억원대 박서보의 2008년작 '묘법 No. 080704', 3억원대 제니 홀저 2020년 작품, 7000만원대 하종현 2019년작 '접합 19-19', 6000만원대 줄리안 오피 2014년 작품, 1000만원대 최욱경 1960년대 작품 등을 팔았다.

화랑미술제 갤러리현대 부스
갤러리현대는 1억원대 이건용 작품 3점을 비롯해 이우환의 도자기, 김민정, 이슬기, 박민준, 김성윤 작품 등을 팔았다. 4억5000만원짜리 김창열의 1990년작 '회귀' 120호는 한 고객이 거래 보류(Hold)를 부탁해 판매 협의중이다.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전시가가 경매가(2차시장)보다 낮고 내년에 미국 구겐하임미술관의 한국 아방가르드 특별전에 참여하는 이건용 작품이 투자 가치가 높아 인기를 끌었다"며 "20~40대 컬렉터들이 늘어나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이슬기, 박민준 , 김성윤 등 젊은 작가들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고 말했다.

이번 화랑미술제 화제작은 최근 타계한 김창열 물방울 그림이었다. 갤러리BHAK이 1억원대 김창열 작품 3점을 판매했으며, 표갤러리도 1980년대 물방울 그림 2점을 팔았다. PKM갤러리에서 내건 단색화 대가 서승원 소품들도 대부분 팔렸다.

젊은 작가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가나아트센터 문형태·장마리아, 학고재갤러리 김재용, 이화익갤러리 이정은·김미영·하지훈, 선화랑 이영지·정영주, 표갤러리 우국원, 갤러리바톤 정희승 등의 작품이 인기를 끌었다.

이례적인 판매 실적들을 올린 화랑 대표들은 "2005~2007년 미술시장 호황기 초기 때처럼 작품이 잘 팔린다"고 말했다.

호황의 전주곡은 지난달 낙찰률 90%, 낙찰총액 110억원을 기록한 서울옥션 경매에서 울렸다. 김창열 작품 7점이 모두 팔렸으며, 4억1000만원에 낙찰된 이우환의 150호 '조응'은 2007년 미술시장 호황기 거래가에 근접했다. 최근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2005~2007년 급상승기 미술시장에서 벌어졌던 초기 양상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에 한국 근현대미술품 주요작을 구입하고 있는 방탄소년단 리더 RM(김남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한국무역협회 회장인 구자열 LS그룹 회장 등 유명인사들도 다녀가 열기를 보탰다.

[전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