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높은 '유리천장'..20명에 1명 안되는 '여성임원'
[경향신문]
사회 전반에 걸쳐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늘어나는 추세에도 국내 주요 기업들의 여성 임원 수는 아직도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이사회의 ‘성비 불균형’ 완화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도 여전히 재계의 ‘유리천장’은 강고하다는 의미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지난해 9월말 기준 시가총액 상위 국내 200대 상장사의 등기임원을 전수조사한 결과, 여성 등기임원은 전체 임원 1441명의 4.5%에 불과한 65명으로 집계됐다. 주요 기업 임원 20명 가운데 19명 이상이 남성일 정도로 압도적인 불균형이 확인된 것이다. 그나마 여성 임원 수는 2019년 9월말 39명에 비해 66.7% 늘어난 수치다. 등기임원 내 여성 비중도 전년 동기 2.7%에 비해 1.8%포인트 증가했다.
이 같은 여성 임원 증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스탠더드(국제적 기준)’에 비하면 국내 상황은 아직도 ‘족탈불급’인 형편이다.
미국은 포브스 선정 200대 기업의 여성 등기임원 비중이 30.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임원 2435명 가운데 730명이 여성이다. 미국 200대 기업 가운데 여성 임원이 없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반면 한국은 200대 상장사 가운데 146곳, 즉 73%의 주요 기업에서 여성 등기임원이 단 1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여성 임원 제로’ 국내 기업은 2019년 168곳(84%)에 비해서도 22곳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0대 상장사의 대표이사 가운데 여성은 4명에 불과했다. 한성숙 네이버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 조희선 한세실업 대표 등으로 한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미국은 200대 기업을 이끄는 대표이사 가운데 11명이 여성이다.
미국뿐 아니라 최근 프랑스, 독일 등에서 여성임원할당제가 시행되는 등 ‘성평등 이사회’를 향한 각국의 노력은 이미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요 49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0개국에서 임원할당제 혹은 자체 목표 등을 통해 여성 임원 비율을 높이는 제도를 시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내년 7월까지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법인은 이사회 구성을 특정 성별로만 구성할 수 없도록 강제하고 있다. 지난해 여성 임원 수가 급증한 것은 이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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