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풀리고 원자재값 오르고..다가오는 '인플레' 먹구름
코로나19 사태 부채 늘어난 가계·기업 '금리 상승' 우려도
[경향신문]
국제유가 등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의 상승이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우려를 키우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차원의 재정확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향후 경기 회복 시점에 수요가 폭증하면 인플레이션 충격이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물가 관리가 제대로 안 될 경우 통화당국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지고, 코로나19 사태로 부채가 늘어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물가 지표를 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1% 상승했다. 지난해 2월(1.1%)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농산물 작황 부진과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 영향 등이 겹치면서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6.2% 급등했다. 백신 보급에 따른 전 세계적인 경기회복 기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도 받았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3.5%(2.26달러) 오른 배럴당 66.0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 상승률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도 점차 커지고 있다. 1년 뒤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내다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019년부터 이어진 1%대에서 지난달 2%로 상승했다. 경기회복 기대와 막대한 유동성 등을 반영한 미 국채 수익률은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고, 이에 영향을 받은 한국 국채 수익률도 지난 5일 기준 10년물 금리(연 1.991%)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물가목표치를 고려하면 당장 인플레이션 충격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 “원자재 가격 상승과 억눌린 소비가 짧은 시기에 분출하는 ‘펜트업’ 효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소비자물가 수준이 1%대로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물가목표치(2%) 아래인 1.3%로 제시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막대한 유동성이 경기회복 시점에 폭발하듯 분출해 물가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시중통화량(M2)은 3191조3000억원으로, 1년 사이 9.8% 늘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동성 과잉 상태에서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가 겹치면 본격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유동성 흡수 등 연착륙을 위한 방안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정당국은 올해도 확장재정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만큼 결국 인플레이션 충격이 현실화하면 통화당국이 금리 인상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부채가 많은 가계나 기업의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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