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 시즌 2 '인천 Utd', 돌풍의 팀으로 떠올라
[심재철 기자]
▲ 두 게임 연속 골 주인공 아길라르(오른쪽)가 대구 FC 츠바사를 밀어내며 드리블하는 순간 |
ⓒ 심재철 |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 시즌에도 수렁에 빠졌다가 겨우 1부리그에 살아남았다. 은인 조성환 감독이 야심차게 준비한 그들의 시즌 2가 조금씩 빛나기 시작한다. 조성환 감독이 강팀들에게 예고한 대로 인천 유나이티드는 돌풍의 팀으로 떠오를 조짐이 보인다.
1930명(입장 허용 관중석 10% 매진) 인천 유나이티드 홈팬들은 3월 첫 토요일 저녁에 신나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빠져나갔다. 2게임 연속 골을 터뜨린 왼발잡이 미드필더 아길라르, 부천 FC 1995로 출장을 다녀와 단번에 프로 데뷔골을 터뜨린 구본철도 훌륭했지만 교체 선수 네 명 포함 15명 선수들 모두 제 역할을 잘 해냈다는 점이 놀라웠다. 점유율을 조금 더 끌어올려 안정된 축구를 펼치고 빠른 역습으로 이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조성환 감독의 새 시즌 구상을 확인한 날이었다.
조성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6일(토) 오후 4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21 K리그 1 대구 FC와의 2라운드 홈 게임을 2-1로 이겼다. 지난 시즌 16라운드 어웨이 게임에서 힘겹게 첫 승리(2020. 8. 16 DGB대구은행파크, 대구 FC 0-1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거둔 것에 비하면 놀라운 결과다.
돌아온 구본철, 프로 첫 골
▲ 13분, 인천 유나이티드 구본철(오른쪽)이 첫 골을 밀어넣는 순간 |
ⓒ 심재철 |
코로나-19 치료 후 복귀 준비를 하고 있는 간판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 없이도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은 박진감이 넘쳤다. 13분, 비교적 이른 시간에 멋진 골을 만들어내는 과정부터 그랬다. 2분 전 '아길라르-구본철-네게바-김현'으로 이어진 날카로운 공격 흐름이 거의 그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포항의 레전드였던 센터백 김광석이 파랑검정 세로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홈팬들에게 첫 게임 리딩 능력을 보여준 인상적인 빌드 업부터 아길라르의 기막힌 공간 패스-김도혁의 빠른 측면 침투 후 왼발 크로스까지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은 관중석 의자에 앉아있기 힘들 정도로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고사 대신 뛰면서 놀라운 원 톱 스트라이커 능력을 맘껏 자랑한 김현이 까다로운 원 터치 발리 슛 기술을 보여주었다. 이 슛을 대구 FC의 고라니 목소리 골키퍼 최영은이 기막히게 날아올라 쳐냈지만 구본철이 달려들어 밀어넣기로 자신의 프로 데뷔 첫 골을 신고했다. 지난 시즌 부천 FC 1995로 임대 가서 8게임만 뛰고 돌아왔지만 그의 재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이었다.
▲ 15분, 대구 FC가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로 동점골을 만들어내는 순간, 정태욱의 헤더가 골대에 맞고 나온 것을 김진혁(맨 오른쪽)이 헤더로 밀어넣었다. |
ⓒ 심재철 |
아길라르도 2게임 연속 골
동점골에 당황한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빠르게 재정비하며 귀중한 시즌 첫 승리 선물을 위해 뛰고 또 뛰었다. 비교적 높은 위치부터 상대를 압박하며 공 소유권을 빼앗은 뒤 빠르게 역습을 전개하는 팀 플레이가 돋보였다. 38분에 바로 그렇게 멋진 결승골을 뽑아낸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우선 김현과 아길라르가 높은 위치에서 효율적인 압박을 펼쳐 대구 FC 수비수들의 후방 빌드 업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중앙선 바로 위에서 구본철이 대구 FC의 패스를 끊었다. 그리고는 자기 앞으로 달라붙는 두 명의 수비수를 피해 반대쪽 공간 패스를 넘겨주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로 돌아와서 펼치는 첫 게임에서 U-22 기준에 들어가는 어린 선수가 이토록 놀라운 활약을 펼칠 줄은 몰랐다.
구본철의 멋진 공간 패스를 받은 네게바는 이 연결을 받아 왼발 슛을 시도했고 대구 FC 오른쪽 윙백 장성원의 발에 맞고 흐른 공을 따라 들어온 엘리아스 아길라르가 왼발 인사이드 슛으로 찔러넣었다. 대구 FC 김진혁과 나란히 2게임 연속 골을 터뜨린 순간이다.
전반전에만 세 골이 나왔으니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의 후반전 기대감은 더 뜨거워졌다. 예상대로 대구 FC의 반격이 놀라웠지만 인천 유나이티드는 새로 구성한 노련한 센터백 조합인 '김광석-오반석'이 뒤를 든든하게 만들어주었고 수비형 미드필더 문지환이 물 오른 기량을 맘껏 뽐내며 대구 FC가 자랑하는 유능한 공격수 세징야를 잘 묶었다.
대구 FC로서는 84분에 만든 절호의 동점골 기회가 날아간 것이 끝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후반전 교체 선수 이근호가 만들어준 왼쪽 측면 공격 기회에서 장성원의 크로스가 정확하게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앞으로 날아들었고 공격수로 변신한 센터백 김진혁이 마크맨도 없이 오른발 인사이드 발리 슛을 시도한 것이다. 타이밍도 기막혔기에 누가 봐도 골이라 생각했지만 김진혁의 발끝을 떠난 공이 크로스바를 넘어가고 말았다.
▲ 85분, 인천 유나이티드의 든든한 수비수 김광석(오른쪽)이 대구 FC 미드필더 박한빈의 압박을 피해 드리블하는 순간 |
ⓒ 심재철 |
바로 다음 순간에도 인천 유나이티드 원 톱 공격수 김현과 교체 선수 김준범이 효율적인 압박 수비를 펼쳐 문지환이 다시 공 소유권을 확보하는 장면까지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은 마스크 속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놀랐다. 조성환 감독이 준비한 시즌 2가 바로 눈앞에서 실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이 게임 전체 공 점유율은 52.8%로 47.2%의 대구 FC를 약간 앞섰다. 패스 숫자에서도 365개로 대구 FC의 304개보다 61개 더했다. 지난 해 8월 16일 두 팀이 맞붙어 인천 유나이티드가 시즌 첫 승리를 거둔 16라운드의 점유율(대구 FC 58%, 인천 유나이티드 42%) 및 패스(대구 FC 398개, 인천 유나이티드 310개) 기록과 비교해도 조성환 감독이 말한 인천 유나이티드의 달라진 축구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기분 좋은 시즌 첫 승리를 거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바쁘게 이동하여 9일(화) 오후 7시에 문수 경기장에서 열리는 울산 현대와의 어웨이 게임을 준비한다. 아직 시즌 첫 승리 소식을 전하지 못한 대구 FC도 그 다음 날 광주 FC를 DGB 대구은행파크로 불러들인다.
2021 K리그 1 결과(6일 오후 4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2-1 대구 FC [득점 : 구본철(13분), 아길라르(38분) / 김진혁(15분)]
◇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
FW : 김현
AMF : 네게바(72분↔김준범), 김도혁(87분↔박창환), 아길라르(87분↔델브리지), 구본철(55분↔송시우)
DMF : 문지환
DF : 오재석, 김광석, 오반석, 김준엽
GK : 이태희
◇ 대구 FC 선수들
FW : 안용우(46분↔이근호), 세징야, 정치인(61분↔세르지뉴)
MF : 황순민(71분↔이진용), 츠바사(71분↔이용래), 박한빈, 장성원
DF : 조진우(57분↔김재우), 김진혁, 정태욱
GK : 최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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