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대학 경쟁력, 이대로 괜찮은가

김명희 2021. 3. 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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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말이 있다.

대학이 국가를 먹여 살리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말이 나온 걸까.

크기와 상관없이 대학마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정진하는 특성화의 길을 열어 줄 필요가 있다.

그 나라의 미래를 보려거든 고개 들어 대학을 보라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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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상 광운대 총장

대학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말이 있다. 대학이 국가를 먹여 살리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말이 나온 걸까. 우리는 국민의 99% 이상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지난 2015년 이후에는 고등학교 졸업생의 약 70%가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즉 미래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를 이끌어 갈 70%의 인재가 대학 교육을 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들의 고등교육 이수율 평균이 45%인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수준은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그만큼 인재 양성에서 대학 교육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는 고등교육이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일대 재편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방법, 가르치는 사람까지 모두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로봇이나 AI가 많은 부분에서 인간을 대체할 것이다. 이에 따라 데이터, 기술, 인간 문해력을 갖춘 인지능력이 탁월한 창의 인재가 요구된다. 당연히 대학 교육도 같은 속도로 변화를 따라가야 한다.

그러나 현실과 대학 교육 현장의 괴리는 너무 크다. 가장 시급하고 큰 문제는 재정난이다. 인구절벽으로 재학생이 급격히 줄고 있는 데다 10년 이상 동결된 등록금 때문에 대학, 특히 사립대학은 엄청난 재정난에 처해 있다. 4년제 대학의 75% 이상이 사립대학이다. 전문대학은 그 비율이 더 높다. 우리 사회가 이만큼 발전하기까지 기여해 온 사립대학의 역할을 결코 무시하면 안 된다. 그런데도 소수 대학의 병폐로 사립대학 전체가 적폐로 몰리면서 실제 재정난의 현실은 밖으로 말해지기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오히려 잘못된 부분은 더 과감하게 도려내고, 잘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등록금 책정부터 평가까지 정치 논리를 끼고 고등교육 정책을 잣대질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교육에서는 가르치는 사람의 역할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그러나 AI 전문가를 모셔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싶어도 현재의 재정 상태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가르치는 내용과 방법을 혁신하려 해도 역시 돈이 필요하다. 교수 월급은 이미 10년 넘게 동결돼 있다.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의 경우 구성원들의 월급을 삭감하거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치는 일이 이제는 일상화 됐다. 미국 하버드대의 적립금 총액이 40조원이 넘는데 우리는 전국의 대학을 다 합쳐야 7조원이 조금 넘는다. 그것도 몇몇 주요 대학에 적립금이 치우쳐 있는 현실이다.

백화점식 종합대학 형태만 고수하는 정부의 획일화한 대학평가 제도는 시대 변화와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크기와 상관없이 대학마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정진하는 특성화의 길을 열어 줄 필요가 있다. 반면 현재의 정부 규제 아래에서는 변혁은커녕 대학의 생존조차 보장하기 어렵다. 파격의 자율성 확대만이 대학이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출구다.

그 나라의 미래를 보려거든 고개 들어 대학을 보라는 말이 있다. 최소한 대학의 운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한과 스스로 혁신해서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자율권을 보장하는 길만이 대학 경쟁력을 올릴 수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 역시 그 안에서 확보된다는 점 또한 명백하다. 기차가 떠난 뒤에 후회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앞으로 모든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우리 대학의 경쟁력은 이대로 괜찮은지 등 근본에 대한 질문과 함께 일대 혁신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유지상 광운대 총장 president@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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