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병력 기동 없이 '워게임' 진행.. 훈련규모도 대폭 축소 [심층기획]

박병진 2021. 3. 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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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 첫 한·미 연합훈련
8일부터 11일간 진행
연합지휘소훈련 방식 작전 수행
北 반발 감안 도상연습으로 검토
전작권 운용능력 검증 어려울 듯
훈련 중단 등 선결조건 내세운 北
美에 신중한 태도 보이며 관망세
SLBM 공개 등 간접 도발 가능성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3월 둘째주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연합훈련으로, 최근 미 합참차장의 북한을 겨냥한 미사일 방어능력 발언에다 시리아 민병대 시설을 향한 미군의 군사작전 감행 직후여서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훈련은 하되 규모는 축소… 전작권 운용능력 검증도 미뤄

한·미 군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전반기 연합지휘소훈련(CPX)을 축소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CPX는 각종 군사 상황을 가정해 다양한 작전을 수행하는 일종의 ‘워게임’이다. 한·미는 2019년부터 연합훈련을 컴퓨터 훈련 형태로만 진행했다.

정부 소식통은 5일 “8일부터 18일까지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되는 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은 지난해 8월 규모로 축소 시행하고, 훈련 내용도 동일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기동훈련(FTX)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코로나 방역 상황과 북한 반발 등 한반도 정세를 두루 감안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24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 실시를 공식화했다. 서 실장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19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예년과 같은 규모의 훈련은 어렵다”면서 “실기동 훈련 대신 도상(圖上) 연습으로 진행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참가 규모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연합훈련의 핵심 키워드였던 전작권을 행사할 미래 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도 하반기로 미뤄졌다. 코로나로 해외 미군 증원 병력의 입국이 차질을 빚은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우리 측은 전작권 전환과 관련한 FOC 검증을 이달 훈련 때 진행하자는 입장이었다”면서 “그러나 검증에 참여할 미군 증원 병력이 입국하지 못함에 따라 FOC 검증은 일단 하반기로 미루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미국 측은 FOC 검증보다는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상시전투태세) 및 연합대비태세 점검에 주력하자며 우리와는 이견을 보여 왔다.

지난해 8월 18∼22일 진행한 후반기 CPX도 코로나19로 훈련이 대폭 축소되고,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훈련을 따로 진행하면서 FOC가 제대로 검증되지 못했다. 규모와 내용 면에서 ‘반쪽’ 훈련에 그친 것이다. 만약 하반기 연합훈련에서도 FOC 검증과 평가가 이뤄지지 않으면 현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연도 확정은 사실상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훈련 예고에도 조용한 북한… 도발 나설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초 당 대회에서 “남측 태도에 따라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다. 다수의 북한 전문가들도 이러한 김 총비서의 언급을 근거로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한 무력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올해 1∼2월 당 대회와 전원회의를 개최하면서도 대외정책 방향을 발표하지 않는 등 미국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취하며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도 제재나 인권 문제를 건드리고는 있지만 원론적 입장 정도만 밝히며 북한을 자극하지 않았다.
기류가 바뀐 것은 존 하이튼 미 합참차장이 지난달 23일 미국의 미사일방어 능력은 북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능력을 계속 진전시켜야 한다고 밝히면서다. 이후 미국은 곧바로 ICBM ‘미니트맨 3’를 시험발사했다. 미니트맨 3는 발사 직후 30분 만에 북한 내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다.

미국은 지난달 25일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민병대 공습에 나섰다. 당시 백악관과 미 국방부는 “이번 공습은 바이든 대통령의 첫 군사작전으로 지난 15일 있었던 이라크 북부 미군기지 로켓포 공격 등에 대한 보복적 조치”라고 밝혔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미 합참차장의 발언 등을 종합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유화 메시지는 당분간 없다고 봐야 하고, 이에 따라 북한도 연합훈련에 대응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면서 “도발 수위는 대내적으로 대규모 화력훈련과 대외적으로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그러면서 그는 “3000t급 신형 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공개 등 보여주기식 도발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아직까지 북한의 도발 관련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군 소식통은 “합참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지만 아직 관련한 동향이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실행에 옮길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후로 북한군 움직임이 예년에 비해 대폭 축소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다른 군 소식통은 “동계훈련을 한다지만 예년만 못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로 대규모 기동훈련은 대부분 축소되거나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만명 참여 ‘팀스피리트 훈련’ 최대… 비핵화 협상 이유 축소·폐지 잇따라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지휘소연습과 야외기동훈련으로 구분된다. 최초의 지휘소연습은 1954년 주한미군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 주관하에 실시된 포커스렌즈 연습이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로 미군과 유엔군 철수가 본격화하자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포커스렌즈 연습은 1968년 북한 124군부대가 청와대를 습격한 1·21사건 이후 정부 주관으로 실시되던 을지연습과 통합되어 1976년 을지포커스렌즈 연습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2008년엔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으로 변경됐다.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전시상황을 가정한 뒤 전쟁 게임 형태로 훈련했다. 2019년 한국 정부와 군 중심의 을지태극연습과 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으로 나뉘었다. 을지태극연습은 정부 차원의 위기관리 연습인 을지연습과 한국군 단독 지휘소연습인 태극연습을 통합한 것이다.

1961년부터 1개 도 지역에서 한국군 1개 대대와 미군 1개 지역대가 소규모 비정규전 형태로 실시하던 독수리 훈련은 1976년 폴 이글(Foal Eagle·독수리훈련)로 바뀌었다. 1982년 이후에는 정규전 개념을 적용해 특전부대의 침투·타격훈련과 중요시설 방호훈련을 병행하는 야외기동훈련으로 확대됐다.

베트남전쟁 직후인 1976년부터 1993년까지 실시된 팀 스피리트 훈련은 한·미 연합군 20여 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야외기동훈련으로서 상륙훈련, 도하훈련, 비정규전·화학전 대비 훈련 등이 진행됐다. 북한은 팀 스피리트 훈련을 ‘북침 핵전쟁 연습’으로 규정하고 맹렬히 비난하면서 훈련 기간에 전투준비태세에 돌입하기도 했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로 팀 스피리트 훈련이 종료되면서 한·미 양국은 팀 스피리트 훈련에 포함되어 있던 세부 훈련들을 다른 연습이나 훈련에 통합시켰다. 그 결과 1995년부터 독수리 훈련에 전면전 등을 상정한 군단급 야외기동훈련 등이 포함됐다.
경기도 연천군 전곡지역 훈련장 일대에서 열린 한미연합 도하훈련에서 주한미군 브래들리 장갑차가 한미 양국군이 설치한 문교를 이용해 임진강을 건너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전반기 지휘소연습인 연합 전시증원 연습도 1994년 시작됐다. 2002년부터는 독수리 훈련과 연합 전시증원 연습이 통합되어 실시됐고, 2008년 이후 키 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 체제로 바뀌었다. 2019년부턴 키 리졸브 연습이 동맹 19-1 연습으로 이름이 변경됐으며, 독수리 훈련은 중단됐다. 동맹 19-1 연습은 지난해 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으로 바뀌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열리지 못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한·미는 2019년부터 연대급 이상 대규모 야외기동훈련은 따로 실시하지만, 대대급 이하는 연합훈련을 계속 진행 중이다. 군은 락드릴(ROC-Drill, 모의전술훈련), 전술토의, 지휘통제시스템 연동 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연합지휘소연습에서 한반도 유사시 반격 작전 부분이 축소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훈련 효과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박병진·박수찬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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