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부터 시인까지.. 조선 시대의 '커리어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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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지난 1908년 3월8일 미국의 여성 섬유노동자 1만5000여명이 참정권, 노동조합 결성 등을 주창하면서 벌인 시위를 기념하고자 유엔(UN)이 제정했다.
6일 한국국학진흥원은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해 '조선 여성시대'를 주제로 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을 발행했다.
이 웹진에선 가부장 사회로 알려진 조선 시대에서도 이름을 떨친 여성들을 한데 모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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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를 시로 경쾌하게 풀어낸 여류 노비 ‘얼현’
얼현(乻玄)은 ‘시’ 하나로 조선 당대의 선비들을 사로잡은 여류 노비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김령(1577~1641년)의 일기 ‘계암일록(溪巖日錄)’에선 얼현(乻玄)의 일생을 짤막하게 소개한다.
얼현은 천성(현재 영주)의 청암(靑巖) 권동보(權東輔)의 여종이었다가 어떤 자의 첩이 됐다. 하지만 나이가 들자 이별을 당했다고 한다.
얼현은 김령을 찾아올 때 시권(詩卷)을 가져왔는데, 그 시어(詩語)가 매우 맑고 아름다웠다고 한다. 특히 얼현은 도덕과 윤리로 무장했던 조선 시대 선비들의 ‘날 것’을 파헤쳤다. 역사적 사실과 부조리함은 시로 경쾌하고 해악적이게 풀어내 그의 시는 당시에도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어린 종에서 명창이 된 ‘석개’
조선시대 음악 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여성은 기녀(妓女) 혹은 노비였다. 송지원 교수의 ‘나의 길은 노래의 길, 여성 음악가 석개’는 그녀의 삶을 조명한다.
이 책을 살펴보면 유몽인(1559-1623년)은 문집 ‘어우야담’에서 “근 100년 동안 그녀만 한 명창이 없었다”고 석개(石介)를 칭송했다.
석개는 송인(1516~1584년)의 어린 종이었다. 송인은 중종의 딸 정순옹주(貞順翁主)와 혼인한 인물이다. 16세기에 문장과 인망으로 잘 알려진 사람이다.
송인은 석개에게 물 길어오기, 약초 캐기 등을 시켰지만 하라는 일은 하지 않고 종일 노래만 불렀다고 한다. 결국 송인은 그녀에게 노래를 배울 수 있도록 허락했다. 석개는 실력을 갈고닦아 최고의 명창이 됐다고 한다.
송인이 지어 놓은 동호(東湖)의 수월정(水月亭)에 가면 석개는 늘 화제의 중심이었다. 송인은 석개의 뛰어난 노래 솜씨를 시로써 남겼다고 한다.
◆연안 이씨가 아들의 과거급제를 축하하기 위해 쓴 상벽가
우리나라 최초 내방가사인 ‘상벽가(雙璧歌)’를 쓴 사람은 바로 안동 하회마을 류사춘의 정부인(貞夫人) 연안 이씨(1737∼1815년)이다.
상벽가는 연안이씨가 아들 류이좌와 큰조카 류상조의 동방급제(同榜及第)를 축하하며 바로 그 자리에서 지었던 글이다. 이 작품은 작자와 연대가 명확한 가장 오래된 내방가사로 평가받는다.
내방가사는 18세기에서 20세기까지 역사에서 소외됐던 한국 여성들의 고단했던 삶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 때 국가의 위기와 사회적 변혁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안동=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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