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용으로 서둘러 발표한 '광명·시흥 신도시'에 與 역풍.."자승자박" 한탄
"부동산 민심 잡자" 정부 여당, 2·4 대책 발표 한달만에
3기 신도시 '공직자 투기 의혹' 제기 되며 여론 급랭
등 돌리는 중도층…민주당, 文정부 출범 후 지지율 최저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광명·시흥 지구 3기 신도시 사전 투기’ 악재와 맞닥뜨렸다. 집값 급등으로 성난 민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정부 여당이 서둘러 발표한 2·4 부동산 대책이 되려 민주당의 발목을 잡게됐다.
2·4 부동산 대책은 2025년까지 3기 신도시 등 전국에 약 83만 호를 공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와 여당이 선거에 앞서 내놓은 비장의 카드였다. 당초 올해 2분기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부동산 공급 대책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취임 직후 한 달여 만에 서둘러 발표됐다. 광명·시흥 신도시 후보지 발표가 지난달 24일 전격 발표된 것도 서울 집값 급등으로 인한 부정적인 민심을 가라 앉히기위한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정부의 신도시 후보지 발표 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해당 후보지 땅을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로 인해 3기 신도시가 문재인 정부 공직자들의 '투기판'으로 변질됐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투기에 연루된 자들을 "일벌백계 해야 한다"며 선을 긋고 있다. 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와 그들의 가족 전원의 3기 신도시 토지거래 내역을 조사하겠다며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논란을 조기에 진화하지 못할 경우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이는 곧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정권 '명운'건 2·4 대책에 되려 발목
문재인 정부에 있어 부동산은 '아킬레스건'이다. 주택 수요를 억제하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던 정부의 지난 3년간의 부동산 정책은 모두 실패했다. 집값은 오히려 더 치솟았고 정부는 임기 종료를 1년여 앞두고 부동산 정책 방향을 대규모 공급 확대로 틀었다. 그렇게 탄생한 2·4 부동산 대책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토부에 "명운을 걸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런데 명운을 건 2·4대책은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되돌리는 데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의 주간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3월 첫째주 민주당의 지지율은 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32%로 전주 대비 4%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중도층에서 하락 폭이 컸다. 중도층 지지율은 38%에서 30%로 8%포인트 하락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74%까지 치솟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지난 2일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가 LH의 수도권 지역본부 직원 13명이 58억원을 대출받아 광명·시흥 후보지 땅을 매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은 성난 부동산 민심에 불을 끼얹고 있다. 이후 각종 인터넷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문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재개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LH 등에 근무하는 공직자들이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문 정부의 전반적인 도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여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변 장관이 땅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논란을 키웠다. MBC의 보도에 따르면 변 장관은 지난 4일 사과 기자회견후 기자를 만나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면 수용되는 신도시에 땅을 사는 건 바보 짓이고 수용은 감정가로 매입하니 메리트가 없다"고 했다. 이어 "특별관리지역으로 묶인 광명·시흥이 향후 공공 신도시가 아니라 민간 개발될 것을 기대하고 구매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자신을 인용하지 말고 부동산 전문가 등을 활용해달라"고 했다.
이같은 발언은 이제까지 국토부가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소유주에게 손해되지 않는 방향으로 토지 수용을 하겠다고 말한 입장과는 상반된 내용이다.
◇ LH 불똥 튈라...강경 대응 나선 與
일단 민주당은 비위 해당자에 대한 엄벌 처벌 등을 주문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5일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불러 투기 의혹 경위와 조사 내용 등을 보고받고 "책임 의식을 가지라"며 강하게 질책했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당선 후 필요시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또 당 소속 경기도 시흥시의원의 신도시 사전 투기 연루 의혹에 논란이 여권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들과 이들의 가족 모두를 전수조사하겠다'며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대표는 당 소속 모든 국회의원과 보좌진,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및 가족의 3기 신도시 토지거래내용을 정밀히 조사하도록 당 윤리감찰단에 지시했다"며 "공직자가 업무와 관련된 정보를 이용,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행위는 용서할 수 없는 반사회적 범죄이며 국민 배신행위다.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투기 의혹 행위들이 벌어진 시점이 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했던 기간과 일치한다는 점을 들어 '변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관직 사퇴 등의 정치적 결단 없이는 수습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최고위 직후 변 장관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나'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며 "본인이 누구보다도 먼저 조사 받기를 자청할 정도의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고 답했다. 변 장관은 ‘사퇴 요구를 받았나’는 물음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 "부동산 투기, ‘정의·공정’ 촛불민심 반하는 행위…여권에 대형악재"
민주당이 이같이 LH 투기 의혹 수습에 안간힘을 쓰는 것은 논란이 4월 재보궐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당과 정부가 투기 근절 의지를 보이지 못할 경우 2·4 대책 등의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도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심의 역린인 부동산과 불공정 이슈가 동시에 불거진 것"이라며 "예상치 못한 변수를 가능한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안이 굉장히 심각하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LH 투기 이슈는 여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실장은 "수도권 의원들 대부분이 민주당 소속인데 조사를 해봐야 산술적으로 (민주당 소속이) 걸릴 확률이 큰 것 아니냐"며 "(민주당이) 재보선 전에 결과를 발표할 지는 모르겠지만, 안 할 경우에도 진실을 숨기고 있다며 여론이 술렁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유권자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 촛불 정부에 요구되는 것이 정의·공정이었는데 이 (가치를) 어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지 않나"라면서도 "다만 정권 심판을 표로 묶어내는 것은 별개다.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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