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사먹으라며 4천원?.."그냥 삼촌 식당으로 오렴"ㅣ한민용의 오픈마이크
[앵커]
아이들의 '편의점 밥상' 연속 기획 마지막 시간입니다. 취약계층 아이들, 굶지 말고 영양가 있는 한 끼 사먹으라고 급식카드를 쥐여주고 있지만, 카드 쓸 수 있는 음식점도 제대로 확보돼 있지 않고, 또 한끼당 사먹을 수 있는 액수도 넉넉하지 않습니다. 4천원만 주는 곳도 있는데요. 급식카드 가맹점이자, 4~5천원 메뉴가 있는 곳. 이런 식당을 찾아내야지만 아이들이 편의점 컵라면 대신 '밥 다운 밥'을 먹는 겁니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보니 보다 못한 사장님들이 '아이들 밥, 내가 그냥 먹이겠다'고 나서고 있는데요. 오픈마이크에서 담아왔습니다.
[기자]
올해 정부가 각 지자체에, 결식 우려 아동에게 한끼당 지원해주라고 권고한 최소 금액은 '6천 원'입니다.
하지만 요즘 물가에 6천 원으로 영양가 있는 한 끼 사 먹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실제 급식카드 가맹 음식점들을 돌아보니, 대부분 메뉴가 6천 원을 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 끼를 굶고, 그 돈을 합쳐서 다음날 7~8천 원짜리 밥을 사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어디 뭐가 먹고 싶다 그러면, '우리 며칠 편의점에 가지 말자' 그렇게 해서 가끔 식당가고, 배달음식 시켜주고…]
이 아이도 편의점 음식 말고 '밥'을 먹고 싶을 땐, 동생의 급식카드를 합쳐 산 뒤 같이 나눠 먹습니다.
[(식당에서 한 끼가) 보통 한 7, 8천 원? 그래서 동생이랑 같이 사 먹거나, 둘이 같이 합쳐서…]
한끼 지원금액이 적은 건 수년째 지적돼온 문제입니다.
그래서 지원금액을 조금씩 계속 올려, 6천 원보다 더 주고 있는 지자체들도 있습니다.
물어보니 '의지'를 갖고 예산을 편성했다고 합니다.
그중 가장 많이 주는 곳은 서울 서초구로, 한끼당 9천 원을 지원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6천 원 넘게 주는 곳은 9곳에 불과한데, 6천 원도 안 주는 곳은 131곳으로 전체의 64%나 된다는 겁니다.
가장 적게 주는 곳은 충북 단양군으로, 한끼당 4천 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충북 단양군 담당자 : (4천 원으로 한 끼 사 먹기는 너무 어려울 것 같은데요?) 얘네는 이제 저희가 보니까, 주로 편의점이나 슈퍼 같은 곳인데… 그런 곳을 많이 이용하는 것 같더라고요.]
결국 아이들은 편의점 컵라면을 집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미리 한 번에 이런 유통기한 많이 안 지난 애들 산 다음에, 집에다가 박아놓고 먹을 때마다 하나씩 꺼내 먹으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하는 사이, '아이들 밥, 그냥 내가 먹이겠다'는 사장님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사장님은 돈가스집을 차리자마자, 급식카드 가맹점 신청을 했지만, 6천 원 이하 메뉴가 없다는 게 늘 걱정이었습니다.
[최규선/식당 운영 : 저희는 메뉴가 6천 원짜리가 없고 그 이상이니까, 보통 이틀 치 모아서 오시더라고요.]
그래서 매달 30명에게는 돈을 받지 않고, 돈가스를 주고 있습니다.
[최규선/식당 운영 : 한 끼라도 이 돈가스를 먹으면 돈이 여유가 생길 것 아니에요. (그 돈으로) 본인들이 먹고 싶은 걸 먹었으면 좋겠어요.]
이 파스타집은 아예 인원수 제한 없이, 백 명이 오면 오는 대로, 음식을 그냥 내어주고 있습니다.
그러자 2시간 거리에서도 어린아이들이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찾아왔습니다.
[오인태/식당 운영 : 너무 어린 애들이 너무 늦은 시간에… 나이가 진짜 많아봤자 초등학교 3, 4학년 밖에 안 되는 애가 동생들 손을 잡고 왔는데…]
이렇게 한 지도 벌써 3년째, 이제 '멀리서 찾아오는 어린 손님'은 사라졌습니다.
전국 곳곳의 사장님들이 '나도 아이들 밥 먹이겠다'며 손을 들어준 덕분입니다.
아이들의 이모, 삼촌을 자처한 사장님은 전국 7백명을 넘어섰고, 업종도 음식점에서 학원과 펜션 등으로 다양해졌습니다.
이 안경원도 그중 하나입니다.
10만 원까지는 그냥 내주고 있습니다.
[이정우/안경원 운영 : 앞에 10, 20cm밖에 안 보이는 정도의 시력을 가지고 있던 친구였는데, 고등학생인데 한 번도 안경을 착용을 안 해봤다는 거예요. 아, 이게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안경을 못 맞췄다는 게 정말 제 마음이 많이 아팠고…]
'선한 영향력'이라는 이름으로 뭉친 사장님들, 바라는 건 딱 하나라고 말합니다.
[오인태/식당 운영 : 진짜로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오셔서 식사하시고…. 진짜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한민용의 오픈마이크였습니다.
(영상디자인 : 신하림, 영상그래픽 : 한영주, 연출 : 홍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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