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대 투기 논란' LH 직원들, 처벌해도 고작 벌금 5000만원?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위해 적용할 수 있는 죄목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게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죄’다. 이는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때에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에 대한 몰수 또는 추징도 가능하다.
다만 최근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의 경우 관련 정보가 언론 등에 공공연히 거론되던 데다 이들이 아직 차익 실현을 하지 않아 재산상 이익을 취했다고 보기 어려워 해당 죄목 적용이 쉽지 않을 거란 의견이 나오는 중이다.
6일 기자는 의혹이 불거진 LH 직원들에 대한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죄 적용 가능성을 진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과거 관련 판결을 참고해 해당 죄가 적용된 범죄사실과 실제 이뤄진 처벌 수위를 살펴봤다. 법원 홈페이지가 제공하는 판결서 인터넷 열람 서비스를 통해 최근 5년간 이뤄진 관련 판결 3건을 그 대상으로 삼았다.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2018년 10월 건설산업기본법위반 방조·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시청 공무원 A씨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양형 이유로 “피고인이 발주처 소속 공무원으로서 특정업체 운영자에게 입찰 관련 정보를 알려준바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점, 초범인 점, 금품 기타 이익을 받았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기재된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죄와 관련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시청 안전총괄과 하천관리팀 소속 기술직 7급 공무원이던 A씨는 2016년 6월 하천관리팀이 발주한 공사와 관련해 조달청이 입찰 참가 업체 간 담합 방지를 위해 자동 추천한 업체 정보를 참가 업체에 넘기고 액수 불상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 조달청 자동 추천 업체는 외부에 공개해서는 안 되는 비밀이었다.
대구지법은 2017년 1월 부패방지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뇌물수수, 제3자뇌물수수, 사회복지사업법위반으로 기소된 시의회 의원 B씨에 대해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양형 이유로 “시의원인 피고인은 동료 시의원 부부와의 사적인 친분에서 비롯된 청탁을 받고 직무행사의 외형만을 갖춘 채 관련 공무원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 또 그 대가로 뇌물을 받고 직무와 관련된 도로개설 결정 정보를 미리 알게 된 이점까지 이용해 개인적 이익을 취했다”며 “이런 행위로 지자체의 예산 배정·집행 업무가 왜곡되고 공무집행의 투명성과 공정성 및 그에 관한 사회적 신뢰가 훼손됐으므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일부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고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전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판결문에 기재된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죄와 관련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B씨는 2015년 11월 지역 구청이 관할 임야 일대에 도시계획 도로를 개설하기 위해 7억원 상당 특별조정교부금을 교부한다는 정보를 접했다. 그는 구청이 관련 실시계획을 공고하기 전인 그해 12월과 다음 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다른 사람 명의로 지가 상승이 예상되는 도로개설 인접지 총 2580㎡(약 780평)를 사들였다.
수원지법은 2016년 11월 특가법 위반(뇌물), 부패방지법 위반, 뇌물수수, 배임수재,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C도시공사 사장인 D씨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 5500만원에 더해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배임수재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 “C도시공사 이사회 의장이었던 피고인이 그 지위를 이용해 C도시공사 사장 등 임직원에게 하도급 수주에 관해 영향력을 행사한 뒤 뇌물을 수수했다. C도시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뒤에는 하도급 수주에 관해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했으며 공사업체 선정에 관한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외부에 알려줘 이득을 얻게 했다”며 “C도시공사 업무 집행의 공정성과 적정성, 신뢰도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수뢰액 규모가 큰 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며 뉘우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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