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장비만 11조"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TSMC 추격 전초기지로

이종혁 2021. 3. 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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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증설 후보지(붉은 색 사각형).
[MK 위클리반도체]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공장 증설 투자 결정 시각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가장 가능성 높은 후보지는 이미 공장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삼성전자는 이미 오스티 공장 증설을 결정했고 발표만 남았다는 소문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의 고위 관계자는 "여러 가지 안을 두고 검토는 하고 있지만 결정을 내린 건 절대 아니다. 아직 최고경영진의 결정에 따라 계획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는 "오스틴이 압도적 후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오스틴 시정부에 상세한 투자계획서의 수정본을 제출했다. 총투자액은 170억달러(약 19조1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50억6900만달러(약 5조7000억원)를 공장 건설 등 시설 투자에 쓴다. 99억3100만달러(약 11조1000억원)는 첨단 장비 구입에 투입할 계획이다. 초미세 공정을 위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만 수십 대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덜란드 ASML이 현재 100% 독점 생산하는 이 장비는 1대당 가격이 1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획서를 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해 2분기에 공장을 착공한다. 삼성전자는 오스틴 공장 주변에 신축 시설용 터도 사 놓았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 104만4089㎡ 크기의 토지를 꾸준히 매입했다. 공장은 2024년께 가동이 목표다. 업계는 차세대 초미세 공정인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시스템 반도체를 이곳에서 양산할 것으로 본다.

업계가 오스틴을 1순위로 꼽는 첫 번째 이유는 집적효과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산업처럼 반도체 역시 부품과 원자재의 최적 물류, 완성한 제품의 효율적 운송을 위해 집적효과가 필요하다"며 "오스틴에서 20년 넘게 공급망을 구축한 만큼 오스틴 공장을 증설하는 게 제반 비용을 줄이기에 가장 좋다"고 말했다.

또 오스틴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파생한 또 다른 반도체 산업 중심지로서 '실리콘힐스'로 불리며, 글로벌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몰려들고 있다. 미국 최대 PC 제조사인 델은 오스틴에서 설립됐다. 맥북을 생산하는 애플의 공장도 오스틴에 있다. 이 밖에 IBM·HP·AMD·ARM·퀄컴·페이스북·구글·아마존·AT&T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수천 명을 고용한 연구개발(R&D) 거점을 오스틴에 두고 있다. 미국 내 실리콘밸리의 '파생형' 지역 거점들은 보스턴의 루트128, 유타주의 실리콘데저트, 뉴욕의 실리콘엘리, 시애틀 실리콘포레스트 등이 있지만 오스틴 실리콘힐스의 위상이 단연 높다.

삼성전자의 미국 내 유일한 반도체 생산기지 '삼성오스틴반도체(SAS)'는 오스틴에서 가장 큰 첨단 제조 공장이다. 이 밖에 오스틴에는 차량용 반도체 1위 기업 NXP(네덜란드)에 인수된 프리스케일이 자동차용 마이크로 컨트롤러 반도체를 양산 중이다. 독일 자동차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이 인수한 사이프러스도 여기서 자동차에 공급할 전력 반도체를 생산한다.

삼성 총수 일가와 텍사스주의 대표적 명문가 부시 가문과의 오랜 인연도 삼성전자가 오스틴에 기우는 이유다. 1996년 삼성전자가 처음 오스틴 공장을 지을 당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텍사스 주지사로서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그가 유치한 대규모 외국 기업 투자사례로 이후 대선 캠페인에서도 널리 홍보됐다. 그는 1998년 오스틴 공장 준공식에도 참석했으며 그의 아버지인 고(故)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3년 오스틴 공장에서 열린 삼성전자 '나노테크 3개년 투자' 기념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아들 부시 전 대통령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동문이다. 이 부회장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부시 전 대통령은 하버드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다. 두 사람은 류진 풍산그룹 회장의 주선으로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10월 부시 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골프 회동을 했다. 또 두 사람은 4년 뒤인 2019년 5월에도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만나 약 30분간 단독 면담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2015년 10월 방한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하며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현재 73만㎡(약 22만평)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라인 1개를 갖추고 있다. 최초 생산 제품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였지만 2010년대 들어 파운드리로 전환했다. 2014년부터는 65~28나노 구공정 외에 14㎚ 핀펫(FinFET) 공정으로 시스템 반도체를 수탁 생산한다. 테슬라와 일본 자동차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가 오스틴 공장의 주요 고객사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퀄컴의 통신칩, AT&T에 공급할 통신장비용 칩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용 컨트롤러, 아우디에 장착되는 '엑시노스 오토' 반도체도 오스틴 공장의 주요 생산품목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오스틴 현지 정부 간 협상 쟁점은 '20년간'의 세제 혜택이다. 삼성전자는 공장 증설을 대가로 20년간 총 8억547만1813달러(약 9061억5500만원)의 재산세를 감면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봉 6만6254달러를 받는 정규직 일자리 1800개 창출 등 경제효과가 총 89억달러에 이르니 세금을 파격적으로 줄여달라는 취지다. 현재 텍사스주 규정상 기업에 대한 재산세 감면 혜택은 최장 10년까지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대체 후보지로 애리조나주의 2곳, 뉴욕주 1곳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고 오스틴 현지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오스틴 내 다른 반도체 공장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현재 최악의 정전·한파로 가동이 멈췄다. 현지에서는 "가동 중단이 45~60일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월 16일 오후 3시(현지시간)를 기해 가동 중단한 공장이 늦으면 4월 중순에야 재가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스틴 공장 증설 논의가 길어지는 또 한 가지 변수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추산한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증설에 따른 경제적 효과.
하지만 삼성전자에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아 보인다. 애리조나주 지역언론에 따르면 대만의 TSMC가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인근에 짓기로 한 공장은 당초 계획보다 3배 커졌다. 신규 단지는 6개의 반도체 공장을 포함하는 '메가 사이트'가 될 예정이다. 총투자비용도 기존 발표됐던 120억달러에서 거의 3배로 불어난 350억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TSMC는 2024년부터 이 공장을 가동하고 5~2나노급 첨단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목표다. 애리조나주 정부는 TSMC 반도체 공장의 용수 공급을 보장하고 추가로 2억5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TSMC는 이 밖에 대만에 3나노 공장을 추가로 착공했으며 5나노 라인을 증설 중이다. TSMC는 일본에서도 R&D센터를 짓는다고 발표하며 최대 경쟁자인 삼성전자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또 세계 파운드리 업계 3~4위권인 글로벌파운드리(GF)도 미국, 독일, 싱가포르 공장에 약 14억달러를 투입해 라인을 증설한다고 발표하면서 추격 속도를 바짝 끌어올리고 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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