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 열풍..평범한 직장인이 10만명 유명 블로거 된 비결

황순민 2021. 3. 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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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민 기자의 '더 인플루언서']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하고 한 가지 직업만을 가져야 한다는 게 낡은 고정관념이 된 시대다. 대신 'N잡러의 시대'가 열렸다. N잡러는 2개 이상 복수를 뜻하는 알파벳 'N'과 직업을 뜻하는 '잡', 사람을 뜻하는 '~러(er)'가 합쳐진 신조어다. 하루라도 이른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파이어족' 트렌드도 N잡러 열풍을 부추기는 하나의 이유지만 경제적 목적 외에 다른 이유로 N잡에 나서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부캐'를 만드는 게 유행이 되고 있다. 부캐란 게임에서 사용하던 용어로 '본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부캐릭터'의 줄임말인데 한 사람이 다양한 캐릭터를 가지고 본업 외에 여러 활동을 한다는 뜻으로 자리 잡았다. 취미나 관심사를 통해 부캐를 만들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일은 'N잡' 혹은 '사이드 프로젝트' 등으로 불린다. 쉽게 말하면 본업 외에 '딴짓'을 하고 잘되면 돈까지 버는 것이다.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등장하고 취미나 관심사에서 수익을 창출하도록 돕는 플랫폼도 많아지면서 진입장벽도 낮아졌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부캐를 만들어야 할까. 전문가들은 "회사 밖에서 자신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찾는 것이 꼭 본업과 관련이 없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부업으로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이를 본업과 연결시킨다면 커리어와 인생에 막대한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조언이다.

오늘 소개할 인플루언서 '생각노트'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부캐를 통해 일상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한 주인공이다. 부캐로 시작한 딴짓이 본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국내 대형 정보기술(IT) 회사에 마케터로 입사해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한 그는 현재는 커리어를 전환해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그가 개인 블로그(insidestory.kr)를 시작한 계기는 단순히 흘러가고 잊히는 여러 생각들을 부여잡기 위해서다. 지금은 작지만 의미 있는 브랜드 또는 트렌드 이야기를 블로그와 다양한 SNS 채널에서 약 10만명과 함께 나눈다. '왜'와 '어떻게'에 집중해 인사이트 발굴하는 재주가 탁월한데, 그가 많은 구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다. 특히 고객 중심적 사례와 디테일에 관심이 많아 이를 기록하고 공유하고 있다. 블로그가 잘되자 여러 가지 기회도 찾아왔다. 그가 2018년 일본 도쿄를 방문해 도시의 70가지 디테일을 수록한 '도쿄의 디테일'은 지식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에서 무려 1227%의 펀딩 달성률을 기록했고 퍼블리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콘텐츠 중 하나가 됐으며 종이책으로도 출간됐다.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를 살려 인플루언서가 되고 이를 자신의 본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생각노트 블로그 /출처=생각노트 블로그 캡처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생각노트는 생각의 기록을 목표로 2016년 5월에 만든 블로그에서 시작한 1인 브랜드예요. 블로그 이후 뉴스레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채널을 운영하면서 현재는 폴로어 약 9만명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도쿄 여행에서 느낀 디테일을 기록한 '도쿄의 디테일'이라는 책을 냈고, 2019년에는 디테일 여행의 두 번째 책인 '교토의 디테일'을 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 블로그(생각노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회사 생활에 점차 익숙해질수록 어느새 '제 생각'이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팀의 생각, 조직의 생각, 회사의 생각이 점점 제 생각이 되어 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생각도 점점 안 하게 되고, 기록도 안 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고서는 블로그라도 만들어서 기록 활동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생각'과 '기록'을 위해 생각노트를 시작하게됐어요.

-'N잡러'로 부수입을 올리기 위해서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네요.

▷확실한 건 '일'이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생각노트는 일 이외의 개인적인 시간에 운영합니다. 일로 얻는 성취감도 생각노트로 얻는 성취감 못지않게 크거든요. 본캐와 부캐는 시너지가 분명히 있어요. 본캐로서 소진되는 에너지를 부캐로 채워서 본캐에 다시 쏟는 선순환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일 이외의 것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것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일에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랬을 때 반응도 나쁘지 않았고요. 새로운 관점으로 일을 보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일반인이 블로그를 시작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생각을 콘텐츠로 만드는 데 상당한 훈련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자신만의 비법이 있을까요.

▷콘텐츠로 만드는 생각은, 제 기준에서 두 가지 기준을 부합해야 하는데요. 하나는 저의 관점이 잘 담겨 있는지예요. 결국 매체 파워가 크지 않은 1인 블로거가 남들이 찾아보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 관점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어요. 그것만이 '무기'가 되는 셈이죠. 그래서 제 관점이 잘 담겨있는 생각인지를 첫 번째 기준으로 봐요. 두 번째는 '대중적 감각'에 부합하는지예요. 어떤 생각은 진짜로 제 일기장에 적어야 하는 것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은 콘텐츠가 되지 못하죠. 너무나 사적인 영역에 놓여 있는 생각이니까요.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생각인지, 공감대가 형성된 이슈에 대한 생각인지를 두 번째 기준으로 보는 것 같아요. 이 두 가지 기준에 부합하다면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 개요를 작성하고, 글을 쓰고, 여러 채널을 통해 발행해요.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읽히는' 블로그를 만들 수 있을까요.

▷블로그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아요.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블로그와 개인 홈페이지로 만드는 블로그로 말이죠. 각각의 장단이 매우 뚜렷한데요. 만약 직장을 다니면서 자투리 시간에 내 생각을 기록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하시면 저는 포털 사이트 블로그를 추천해요. 유지와 보수에 리소스가 크게 들어가지 않거든요. 그에 반해 블로그를 콘텐츠 채널로 포지셔닝하고 싶거나 개인 브랜딩으로까지 확장하고 싶다 하는 경우에는 개인 홈페이지를 추천드려요. 획일적인 포털 블로그로는 브랜딩이 쉽지 않더라고요. 물론 첫 시작을 포털 블로그로 해본 뒤, 개인 홈페이지로 확장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요새 뉴스레터가 유행인 것 같습니다. 초기에 뉴스레터를 시작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은 뉴스레터를 잘 보지 않는 편이에요. 너무 많이 구독을 해놓은 탓에 그런지, 메일함에 들어와도 읽지 않게 되더라고요. 또한 뉴스레터에 대한 피로감도 어느 정도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노트 역시 잠시 뉴스레터 발행을 쉬면서 기획을 가다듬고 있어요. 이제 어떤 뉴스레터가 필요할지, 어떤 가치를 주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말이죠.그럼에도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뉴스레터는 콘텐츠 유통 서비스의 의존 없이 자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독립적인 유통 채널이라는 것이에요. 한 번 구독자로 만들면, 이메일을 변경하지 않는 한 평생 제 폴로어가 될 수 있죠. 유통 서비스의 인기도에 따라 제 팬이 사라지거나 감소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적어요. 그래서 뉴스레터는 독립적인 유통 채널로서 여전히 가치가 있고, 그래서 생각노트 뉴스레터도 개편을 차근히 준비하면서 지속성을 가져보고자 해요.

-여러 개인 블로그뿐 아니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SNS별 활용 전략이 다를까요.

▷생각과 기록을 콘텐츠로 만드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나의 취미이자 스트레스 해소법이라 할 수 있어요. 각 플랫폼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발행하는 것이 재밌습니다. 플랫폼별로 특성은 확연한데요. 페이스북은 '큐레이션'이 통하고(링크 소개가 되므로), 트위터에서는 '경험'이 통하고(트위터는 특히 광고나 홍보가 통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소통'이 통한다고 생각됩니다(댓글, DM, 스토리 내 인터랙션 스티커 등의 영향이 크다).

생각노트 인스타그램. 블로그에서 외연을 넓히고자 시작한 인스타그램은 어느덧 구독자가 5만명을 넘었다. /사진출처=생각노트 인스타그램
생각노트 페이스북 /출처=페이스북 캡처

-생각노트 블로그가 인기를 끈 이유는 '디테일'을 잘 찾아내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영감을 얻는 소스가 따로 있을까요.

▷특별한 비법이나 소스는 없는 것 같은데요. 한 가지 루틴이 있다면 제가 관심 갖는 주제에 대해 '왜' '어떻게' 질문을 던지면서 제 관점을 만들고자 노력했어요. 제가 관심 있는 주제는 브랜드, 마케팅, 트렌드 같은 것들인데요. 어떤 이슈를 접하게 되면 왜 그런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저만의 논리로 해석해보려고 해요. 이 브랜드는 왜 인기가 있을까, 왜 이 마케팅에 사람들은 열광할까, 왜 지금 이 트렌드가 뜰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서 말이죠. 결국 이렇게 생각하는 훈련이 저만의 논리를 만들어줬고, 그것을 인사이트로 받아들여주시는 것 같아요. 참 감사할 따름입니다.

-즐겨 쓰는 기록 애플리케이션(앱)이 있을까요.

▷일단은 스마트폰 기본 메모 앱을 정말 즐겨 사용하고 있고요. 제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아이폰에서는 잠금화면에서 바로 메모가 가능하도록, 아이패드에서는 잠금화면에서 바로 손 필기가 가능하도록 설정해뒀어요. 빠르고 편하게 기록하는 것이 결국은 오래가는 기록 습관이더라고요. 그 밖에도 생산성 앱을 좋아해서 다양한 로그툴을 써요. 웹서핑을 하다가 간직하고 싶은 자료가 있으면 에버노트로 클리핑을 해두고, 읽고 싶은 책이나 책의 좋은 문구는 노션,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을 이용하면서 기록 생활을 이어가고 있어요.

-유튜브, 틱톡 등 영상 플랫폼이 대세입니다. 생각과 영감을 기록하는 도구로 텍스트를 고집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텍스트는 여전히 '고효율의 기록 도구'라는 생각이 들어요. 누구나 쉽게 내 생각을 기록할 수 있고, 공유할 수 있고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도 큰 비용 없이 습득이 가능하죠. 같은 한 줄을 표현하더라도 텍스트로 적으면 10초도 안 걸리는데, 영상으로 한다면 몇 배 이상 시간이 필요하죠. 촬영 준비부터 시작해서 편집까지 영상으로 한다면 같은 뜻을 전하고자 했을 때 훨씬 많은 자원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본업을 하면서 영상까지 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제게는 안나오더라고요. 그럼에도 영상에 대한 꿈은 가지고 있습니다. 영상 포맷에 맞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싶어요. 그래서 한 때 제 꿈이 PD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지금은 제 상황 속에서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그나마 잘하는 건 기록하고, 이를 콘텐츠로 만들어보는 일 같아요.

-책도 두 권이나 내셨습니다. 반응이 좋았는데요. 일반 사람도 얼마든지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책을 낼 수 있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책을 쓰고 싶은 분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과거에 비해 책을 내는 것이 조금은 더 쉬워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뉴스레터를 통해서 연재해볼 수도 있고, 텀블벅을 통해 내 책을 펀딩받아 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례를 보면 구글 문서를 통해 내 책을 디지털 리포트로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기획력과 실행력만 있다면 누구든지 책을 낼 수 있는 시대인 것 같아요. 대신 '선택받는 책'이 되기 위해서는 '선택받는 책'을 많이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를테면 출판 기획력을 쌓는 것이 필요한 거죠. 선택받은 책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트렌드를 잘 읽었거나, 메시지가 에지있거나, 구성과 편집이 잘돼서일 수도 있죠.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어떤 주제로 책을 써볼 것인지 생각해보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기록해놓으면 좋을 것 같아요.

-새 책을 낸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책일까요.

▷'생각노트'라는 사이드 프로젝트, 1인 브랜드를 5년 가까이 운영하면서 고민하고 느꼈던 부분에 대해 정리해본 책이에요. 사적인 생각을 콘텐츠로 만들게 된 이야기, 사이드 프로젝트와 부캐 생활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 생각을 만들기 위한 평소의 인풋 소스 루틴 등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얼굴, 이름, 성별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우선 주위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창작 활동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앞으로도 제 본캐는 공개할 생각이 없습니다. 오로지 부캐 그 자체로서 독자를 만나고 싶다. 나이, 성별, 소속에 상관없이 생각, 가장 객관적인 시선으로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싶습니다.

[황순민 기자]

<황순민 기자의 '더 인플루언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바야흐로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습니다.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구축하고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플루언서 생태계를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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