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으며 모멸감을 학습한 아이들

김은지 기자 2021. 3. 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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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유난히 눈길이 가는 보도사진 한 장이 있었다.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이 청와대 앞에서 주최한 기자회견이었다.

저자는 특성화고와 현장실습생 문제를 '산업'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데 문제를 제기한다.

존중받지 못한 아이들이 결국 공부를 못하는 자기 탓이라 여기며 취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부당함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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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일터로 나가다〉
허환주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지난해 말 유난히 눈길이 가는 보도사진 한 장이 있었다.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이 청와대 앞에서 주최한 기자회견이었다. ‘코로나19는 고졸에게 더 가혹하다’며 유은혜 교육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사회적 교섭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잊고 있던 낮은 목소리라, 마음 한구석에 남았다. 그러다 1년여 전 나온 이 책을 다시 펼쳤다.

제목 그대로 열여덟 살에 일터로 나가, 대학 진학이 아닌 취업을 택한 특성화고의 현장실습생 이야기다. 과거에는 ‘종고’ ‘실업고’ 등으로 불렸던 비인문계 학교를 나온 청소년들이다. 2016년 조선소 하청업체 노동자의 삶을 기록해 〈현대조선잔혹사〉를 펴냈던 〈프레시안〉 기자인 저자가 현장실습생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2017년 전주 LG유플러스 하청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등학생 은주의 사연으로 시작한다. ‘은주는 왜 죽었을까’라는 질문의 답을 쫓다 다른 현장실습생들과 업체·학교 관계자 등을 만났고, 관련 정책의 기원까지 짚게 된다.

저자는 특성화고와 현장실습생 문제를 ‘산업’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데 문제를 제기한다. ‘교육’의 관점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책을 읽는 내내 10대 청소년들이 ‘내면화한 차별의 위계질서’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은 상처를 받으며 모멸감을 학습했다. 존중받지 못한 아이들이 결국 공부를 못하는 자기 탓이라 여기며 취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부당함을 ‘이해’했다. 극한으로 내몰리다 전전하며 살아가기도 했지만, 운이 나쁘거나 더 이상 버티지 못하면 죽음이 성큼 다가왔다.

자꾸 자기를 비하하거나 수치스러웠다고 말하는 ‘살아남은 아이’들의 말은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을 상기시킨다. 저자도 비슷했던 것 같다. 집에서 아내와 나눴던 이야기를 에필로그에 담았다. “한숨이 반복되면서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그 한숨에서 시작됐다.”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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