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2021. 3. 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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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핍 윌리엄스 지음, 서제인 옮김, 엘리 펴냄

“사전을 편찬하는 남자들이 고른 단어들로는 불충분했다. 너무도 자주 그랬다.”

돌봄은 자주 책상 밑에 있었다. 아빠는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집자였다. 딸 에즈미는 편집실 책상 아래를 굴러다니며 자랐다. 사전에 채 포함되지 못하고 버려진 단어들은 에즈미의 장난감이자 수집 대상이었다. 사전을 만드는 남자들이 인정하지 않은 그 단어들은 주로 여성에 관한 언어였다. 아빠는 사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했지만 에즈미에게는 절반만 그랬다. 느낀 것과 경험한 것을 나타내는 적확한 단어를 찾을 수 없는 날이 많았다. 사전 밖으로 미끄러진 에즈미가 여성참정권 운동을 만난 건 어쩌면 필연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로 말과 글이란 언제나 현재진행형의 작업임을 드러낸다. 우리는 당대의 단어들을 쥐거나 딛고 미래로 간다.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 이학범 지음, 포르체 펴냄

“반려동물의 마지막 순간에 꼭 무엇을 해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매일 반려동물 1225마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 연간 45만명가량이 상실을 경험하는 셈이다. 그런데 수의사인 저자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한국에서는 펫로스(pet loss:반려동물의 죽음)가 충분히 이해받지 못한다고 적었다. 펫로스로 우울함에 빠져 있으면 ‘가족이 죽은 것도 아닌데’라는 말이 돌아온다. 동물 납골당에 다녀왔다고 하면 ‘괴짜’라 여기는 사람도 있다. 펫로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동물을 잃은 당사자도 마찬가지다. 인프라 문제가 크다. 한국은 동물 장묘시설도, ‘마음을 위로받을 곳’도 부족하다. 주변의 몰이해와 사회적 도움의 부족으로 인해 반려인들은 슬픔을 속으로만 삭인다. 모든 슬픔이 그렇듯 펫로스 증후군 역시 드러내야 극복할 수 있다고 저자는 썼다.

 

 

 

 

 

 

 

 

헌법에 없는 언어 정관영 지음, 오월의봄 펴냄

“헌법은 서로 다른 우리가 유일하게 합의한 공동체의 언어다.”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라든가 ‘헌법적 가치와 맞지 않는다’라는 표현은 어떤 주장의 강력한 근거가 된다. 정작 그게 무엇이냐고 물으면 상반된 주장이 섞여 나온다. 헌법에는 ‘근로의 의무’처럼 20세기 반공주의의 유산이 남아 있고 ‘평등권’처럼 소수자의 인권을 “낙동강 최후 방어선”처럼 보호하는 단어도 있다. ‘경영권’은 헌법에 없는 표현이다. 헌법은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가치로 오해를 받는다. 그러나 헌법은 실제적인 규범이다. 이를테면 재판부는 조종사가 턱수염을 기를 자유, 워킹맘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취업준비생의 불공정한 출발선을 지적하게 한다. 판결문과 결정문, 헌법재판소의 소수의견을 소개하며 헌법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구체화되고 있는지 풀어냈다.

 

 

 

 

 

 

 

 

난민, 멈추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하영식 지음, 뜨인돌 펴냄

“이들이 받은 핍박은 일제강점기 동안 우리 독립운동가들이 당했던 고초와 너무도 비슷합니다.”

이란·이라크·시리아·터키 일대에 뿔뿔이 흩어져 사는 민족, 고유한 문화와 언어가 있는데도 국가가 없이 살아온 민족이 있다. 쿠르드족이다. 이들 인구는 무려 4000만명에 달한다. 몇 년 전 터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쿠르디도 쿠르드 민족의 아이였다. 터키를 탈출해 그리스를 지나 유럽으로, 이모가 있는 캐나다로 가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났다가 변을 당했다. 책은 난민의 역사를 담고 그들의 편지를 직접 실었다. 매일 갱단에게 협박을 받는 멕시코 소년 사미, 포탄이 떨어지는 집을 피해 떠나야 하는 이스라엘 청년 이삭 등. 저자는 한국 역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모른 척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2월18일 현재 인천공항터미널에도 난민으로 받아들여달라며 1년 가까이 노숙 중인 남성이 있다.

 

 

 

 

 

 

 

 

이세린 가이드 김정연 지음, 코난북스 펴냄

“어쩌다 보니 이렇게 음식 모형 제작자가 되어 있다.”

언뜻 표지만 보면 맛집 탐방을 엮어낸 만화책 같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젓가락처럼 보이는 건 에어브러시고, 숟가락처럼 보이는 건 핀셋이다. 그렇다. 이 만화책의 주인공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심사위원이 아니라, 맛있어 보이는 음식 모형을 만드는 주인공 이세린의 작업 일기다. 주문으로 들어온 캘리포니아롤, 비빔밥, 곶감, 라면 등의 모형을 만들면서 그의 머릿속에는 해당 음식들과 얽힌 기억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읽다 보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어서 ‘미움도, 짜증도, 고마움도 아닌, 아직 이름 붙인 적 없는 감정’들이 되살아날 것이다. 웹툰 〈혼자를 기르는 법〉으로 잔잔한 감동을 줬던 김정연 작가의 차기작.

 

 

 

 

 

 

 

 

그랜드투어 그리스 강대진 지음, 도도네 펴냄

“그리스를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는 뜻에서 쓰였다.”

이 책은 여행용 가이드북과 인문서 사이에 있는 책이다. 유적지에 얽힌 옛이야기를 논하다가 불쑥 ‘밤마실’ 팁을 주기도 한다. ‘서양 문화를 근원부터 제대로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썼다고 한다. 특히 그리스를 직접 방문하려는 이들이 주된 독자층이다. 아테나이(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부터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 ‘올륌피아’까지, 주요 관광지와 거기에 얽힌 역사·신화를 들려준다. 순서는 대체로 현대의 여행자가 움직이는 행로에 따랐다. 한국 여행자가 비행기편 때문에 들르게 되는 이스탄불도 간단히 소개했다. ‘매표소를 돌아서 나가면’ ‘신전 옆을 지나 조금 더 전진하면’ 등 여행자의 동선을 꿰고 있는 듯한 세밀한 서술이 인상적이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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