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히스토리] 저물고 있는 란치아의 아이콘..'란치아 입실론'

2021. 3. 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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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치아 브랜드 유일의 판매 차량, '란치아 입실론'이 브랜드 및 포트폴리오 폐지의 기로에 놓여 있다.

FCA 그룹과 PSA 그룹이 합병을 하며 ‘스텔란티스’가 새롭게 출범했다. 스텔란티스는 출범과 함께 거대해진 체격을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살생부’를 작성 중에 있다.

이러한 살생부의 작성이 끝난 후에는 ‘후속 작업’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오랜 시간 동안 하양세는 물론 시장에서 잊혀 있고 있는 브랜드를 과감히 쳐낼 것으로 알려졌으며 반대로 일부 브랜들은 스텔란티스의 경험과 노하우로 다시 한 번 생존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스텔란티스에 속한 이탈리아의 자동차 브랜드, 란치아의 미래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18년 이후, FCA 그룹의 관심에서 크게 벗어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란치아 입실론 만이 브랜드의 ‘포트폴리오’를 이어가고 있다.

이탈리아의 감성을 품고, 이제는 란치아의 마지막 자동차가 될지도 모르는 입실론은 과연 어떤 과거와 이야기를 갖고 있을까?

란치아 1세대 입실론

1996-2003 / 독특한 시선으로 이목을 끈 존재…초대 입실론

첫 번째 입실론의 등장은 지난 1995년으로 거슬러 오르게 된다. 란치아가 새롭게 선보인 프리임엄 소형차, 란치아 Y가 바로 입실론의 첫 모습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입실론이라는 이름은 2세대부터 공식적으로 자리를 잡은 이름이나, 이 때에도 Y라는 표현과 ‘입실론’이라는 표현이 혼용되었다.

같은 FCA 그룹에 속해 있는 마세라티 브랜드에게 매혹적인 곡선을 선사했던 엔리코 푸미아(Enrico Fumia)가 디자인을 담당했으며 공식적인 데뷔는 1996년 1월, 로마에서 성대하게 치러지며 ‘이탈리아의 도로’를 달리는 이미지를 선사했다.

란치아 1세대 입실론

3,723mm부터 사양에 따라 3,740mm에 이르는 전장을 갖고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입실론을 경차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시장에 따라 소형차로 구분되는 경우도 잦았다. 우리로 치면 피아트 500이 경차로 분류되지 않는 것과 같은 셈.

비교적 고급스러운 감성, 유니크한 스타일로 무장한 소형차로 개발되었지만 브랜드는 개발 효율성을 위해 피아트 푼토를 기반으로 삼았으며 디자인 및 색상 사용에 있어 일반적인 차량들과의 확실한 차이를 제시했다.

실제 란치아 입실론은 독특한 호가 그려내는 프론트 그릴과 헤드라이트,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를 이어 받은 후면 디자인으로 도로 위에서 시선을 집중시켰다. 덧붙여 측면에도 독특한 몰딩 라인을 더해 입실론 만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제시했다.

란치아 1세대 입실론

작은 체격을 갖고 있는 만큼 실내 공간은 브랜드의 기대에 비해 다소 고급스러움이 부족한 모습이나 독특한 구성과 소재, 색상의 활용을 통해 유니크한 스타일을 구현했다. 여기에 사양에 따라 일부 소재 및 연출 등을 상이하게 제작해 ‘이탈리아 자동차’의 감성을 느끼게 했다.

초대 입실론은 LE, LS 그리고 LX 트림으로 구성되었으며 감각적인 이탈리아의 자동차가 늘 그랬던 것처럼 여러 패션 및 패션 관련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한 다양한 에디션 모델을 선보였다. 그 중 가장 유명했던 존재는 600대 한정 판매되었던 코스모폴리탄과 스페셜 에디션 및 유니카, 카프리스 등이라 할 수 있다.

란치아 1세대 입실론

입실론의 보닛 아래에는 낮게는 54마력을 내는 1.1L 가솔린 엔진과 1.2L 가솔린 엔진을 거쳐 최고 출력 79마력에 이르는 1.4L 가솔린 엔진이 마련되었으며 5단과 6단의 수동 변속기, 그리고 ECVT 변속기가 조합되어 경쾌함, 그리고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었다.

참고로 초기에는 우핸들 버전도 존재했으나 시장의 반응이 저조함에 따라 좌핸들 버전 생산에 집중했다.

란치아 2세대 입실론

2003-2011 / 이탈리안 컴팩트의 진화…2세대 입실론

초대 입실론의 판매가 모두 끝나고 난 후 란치아는 곧바로 소형차, 즉 2세대 입실론을 개발하여 시장에 투입한다. 2세대를 맞이한 란치아는 1세대와 같이 피아트 푼토를 기반으로 차량을 새롭게개발했고, 이름 역시 Y와 입실론을 혼용하지 않고, ‘입실론’이라는 이름으로 모두 통일했다.

2006년의 디자인 변경 이전의 2세대 입실론은 3,778mm의 전장을, 그리고 디자인 및 상품성 변경 후의 후기형 2세대 입실론은 3,810mm의 전장을 갖췄으며, 역시 1,704mm의 짧은 너비와 1,530mm의 다소 껑충한 키를 가진 소형차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제시했다.

란치아 2세대 입실론

초대 입실론이 프론트 그릴과 헤드라이가 길게 그려진 디자인을 갖춘 것에 비해 2세대 입실론은 헤드라이트와 프론트 그릴 유닛을 완전히 분리한 형태로 디자인하여 더욱 독특하고 세련된 임지리를 연출 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곡선의 패널 위에 독자적으로 자리한 프론트 그릴과 헤드라이트의 형태는 입실론의 새로운 얼굴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참고로 프론트 엔드 디자인은 후술할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속에서도 란치아와 입실론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중요한 키 포인트가 되었다.

란치아 2세대 입실론

실내 공간은 초대 입실론이 제시했던 구성을 비슷하게 이어 가면서도 더욱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해 이탈리아의 고급스러운 소형차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제시했다. 참고로 2세대 입실론은 선택에 따라 패브릭, 가죽 그리고 알칸타라 등 다양한 소재를 효과적으로 적용하여 다채로운 공간을 연출했다.

2세대 입실론은 1.2L 가솔린 엔진과 1.4L 가솔린 엔진, 그리고 1.4L ‘에코시크’로 명명된 LPG 엔진, 그리고 1.3L 멀티젯 디젤 엔진 등이 적용되어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매력을 제시했고, 변속기는 사양에 따라 5단과 6단 수동 변속기, 그리고 독특한 구조의 5단 자동 변속기가 더해져 소형차의 합리적 패키지를 완성했다.

독특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갖고 있는 만큼 입실론은 다양한 외장 컬러와 투 톤의 외장 컬러 패키지 등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으며 여러 디자인 및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한 특별한 입실론들이 시장에 등장했다.

란치아 2세대 입실론

실제 란치아는 일반적인 컬러 패키지는 물론이고 자가토 디자인이 다듬은 ‘입실론 스포츠 자가토 컨셉’, 그리고 입실론 스포츠 자카토를 기반으로 모모 디자인이 다듬은 입실론 스포츠 모모 디자인 등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도 2008년과 2009년에는 각각 투톤 멀티 스포크 휠과 크롬을 더한 ‘모다밀라노’ 에디션, 베르사체와의 협업을 통해 독특한 구리색 인테리어 패키지 드을 더한 입실론 ‘베르수스’ 등이 등장했고, 여성 패션 매거진 엘르와 함께 제작한 ‘입실론 엘르’가 독특한 실루엣 및 디테일을 통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란치아 3세대 입실론

2011- / 스텔란티스의 선택을 앞둔 란치아 최후의 존재…3세대 입실론

란치아 입실론은 동급 경쟁자 사이에서 가장 뛰어난, 그리고 가장 매력적인 차량은 아닐지 몰라도 확실한 존재감, 그리고 차별화의 매력을 가진 차량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회사의 경영 상태가 좋지 않은 FCA 그룹은 가장 먼저 란치아 입실론의 가치를 훼손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독자적인 가치를 보다 명확히 제시했던 초대 및 2세대 입실론과 달리 3세대 입실론은 란치아가 그려냈다고는 하지만 말 그대로 크라이슬러의 감성을 그려낸, 란치아의 배지 엔지니어링 차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모습이었다.

란치아 3세대 입실론

디자인에 있어서도 란치아 고유의 프론트 그릴과 헤드라이트의 독립된 구성을 제시했으나 PT 크루저를 떠올리게 하는 차체 실루엣, 그리고 언제든 크라이슬러의 엠블럼을 달아도 어색함이 없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심지어 크라이슬러 엠블럼을 붙인 입실론이 영국과 일본 등과 같은 수출길에 오르기도 했다.

게다가 차량 생산 역시 이전과 달랐다. FCA 그룹은 보다 효율적인 차량 생산을 위해 이탈리아가 아닌 폴란드의 티히에 자리한 피아트 공장에서 피아트 500, 판다 등 같은 피아트 미니 플랫폼을 쓰는 차량들과 함께 제작되었다.

3세대 입실론은 0.9L 트윈에어 엔진과 1.2L 가솔린 엔진, 그리고 1.3L 멀티젯 디젤 엔진 그리고 1.2L 에코시크 LPG 엔진 등 다양한 엔진 구성을 갖췄으나, 피아트 500과 대부분 동일한 구성으로 입실론 만의 메리트를 누릴 수 있는 부분이 대폭 줄었다. 변속기 역시 여전히 5단에 머물렀다.

란치아 3세대 입실론

란치아 브랜드로 제작된 차량인 만큼 4에어백 시스템과 ABS, EBD, TCS, 언덕 보조장치가 기본 장착되어 경쟁력을 높이는 모습이었지만 이후 피아트 및 다른 FCA 그룹의 컴팩트 모델들도 각종 옵션 사양을 더하게 되었다.

2015년 디자인 개선을 통해 프론트 그릴을 새롭게 다듬으며 란치아의 독특한 프론트 그릴은 이전과 사뭇 다른 모습이 되었지만 란치아 특유의 독특한 색상 팔레트를 마련하고, 소비자들이 요구를 반영한 기능을 더했다.

2019년, FCA 그룹의 마이크 맨리 회장은 란치아의 차량을 수출하지 않고 시장 반응이 좋은 이탈리아 내수 브랜드로만 사용할 것을 밝혔으며 이에 따라 2019년에는 모노그램 에디션 모델을 선보이고 2020년에는 트림 조정 및 하이브리드 사양을 새롭게 추가하며 입실론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란치아 3세대 입실론

하지만 2020년부터 이어져 2021년까지 이어지는 FCA 그룹과 PSA 그룹의 빅딜로 탄생한 스텔란티스에서는 란치아에 대한 시선이 그리 좋지 못하다.

특히 경영 효율성 및 경쟁력 강화의 기조 아래 이탈리아의 좁은 내수 시장에 단 한 대의 차량만을 위해 존재하는 란치아는 자연스럽게 브랜드 폐지 1순위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란치아 브랜드의 소형차이자 이탈리아의 인기 차량인 입실론은 과연 어떤 미래를 마주하게 될까?

모클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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