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문학 병행 정무늬 "웹소설 도전하려면 스테디셀러 등 먼저 읽고 분석하라" [김용출의 문학삼매경]

김용출 2021. 3. 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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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웹소설이 최근 해외에서도 잇따라 번역돼 런칭되고 있는데다가,” 웹소설에서 출발해 순문학과 유튜브채널 운영까지 1인3역을 소화하며 맹활약 중인 정무늬 작가는 원천성과 다른 매체로의 확장성을 기반으로 웹소설 시장은 앞으로도 커져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웹툰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 웹소설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할 것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근이 가능한데다 이용료도 저렴해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주로 유통 소비되는 웹소설의 이용자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 기존 로맨스와 판타지, 무협물 위주에서 역사물이나 기업소설, 본격 소설 등으로 작품 영역도 확장되고 있다.

정 작가는 “웹소설 작가가 되고 싶다면 일단 자기가 도전하고 싶은 분야나 장르의 스테디셀러나 베스트셀러 등을 최소 10~20종 정도 읽어보고 분석하면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2016년 이후 대중적인 웹소설을 꾸준히 쓰면서 2019년 신문사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된 뒤 지면에 작품을 발표하는 등 순문학도 병행해오고 있다. 여기에 유튜브 채널 <웃기는 작가 빵무늬>도 개설해 웹소설 창작 기법 등을 공유 중이다. 정 작가를 지난 2일 전화로 만났다.

―웹소설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가요.

“판타지나 로맨스 등 장르문학은 웹소설 시장이 현재처럼 커지기 전에도 이미 존재하고 있었어요. 스마트폰이 사람들에게 보급되고 포털들도 2010년대 이후 앞다퉈 웹소설 플랫폼을 런칭하면서 시장이 급격히 커졌지요. 현재 시장은 기존 책 대여점 문화가 있을 때보다 훨씬 커졌다고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 웹소설이 최근 해외에서도 잇따라 번역돼 런칭되고 웹소설에 바탕을 둔 웹툰 역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서, 웹소설은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은 물론이고 웹소설을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고요. 매년 억대의 상금이 걸린 웹소설 공모전도 개최되지요. 웹소설을 바탕으로 한 웹툰을 만들고 이 웹툰이 인기를 끌면 다시 영화사로 판권이 팔리고 드라마로도 만들어집니다. 웹소설을 원천으로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처럼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있어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입니다.”

―이용자층이 주로 10~20대 젊은 층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10, 20대 젊은층만 웹소설을 보는 게 아닙니다. 장르적 성향이 있고 남성 독자들이 주로 보는 플랫폼에선 40~50대층의 결제율이 10~20대보다 더 높지요. 어떤 통계가 잡히는지 모르겠지만, 과거 책 대여점 독자층을 거의 흡수했다고 봐야 합니다. 예전 일정액을 주고 대여점에서 장르 소설을 보던 분들은 온라인으로 편당 100원씩 결제하는 데 이미 익숙해져 있어요. 여기에 30, 40대 여성들을 위한 ‘19금 로맨스 소설’ 시장도 커지고 있고요. 어린 친구들이 접근하기 쉬워지면서 연령대가 다양해지는 전체적으로 이용하는 세대의 분포도가 넓어졌습니다. 특정 세대만 주로 본다고 할 수 없지요.”

―기업 소설이나 대체 역사 등 작품도 다양해지고 수준도 점점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웹소설 세계에서 ‘양판소’라는 단어가 있는데, ‘양산형 판타지 소설’이라는 의미죠. 한 작품이 히트를 치면 그와 비슷한 작품이 우르르 쏟아지는 풍토가 있어요. 작가들도 유행하는 소재나 키워드 등이 아니면 팔리지 않는 탓에 소재와 키워드 등이 엇비슷한 작품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걸 염려하지요. 독자들 역시 피로해 하고요. 하지만 웹소설 시장이 점점 커지고 독자층이 넓어지면서 점점 다양한 작품들이 시도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직은 유행 소재와 키워드를 선호하고 몰리는 경향성이 여전하지만,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작품 역시 다양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유명 작가들 가운데 웹소설에 뛰어드는 사람은 있나요.

“일부 있겠지만, 유명 작가들 중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설령 있다 해도 필명을 달리 한다든가 하고요. 이외수, 천명관 작가 등이 신작 소설을 카카오페이지 플랫폼 등에 런칭한 적이 있었는데, 웹소설처럼 연재 형식을 취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웹소설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미리 쓴 작품을 연재 형식으로 읽도록 한 것일 뿐이었죠. 그분들의 독자들이 작품을 찾아간 것이지, 웹소설 독자들이 그들의 작품을 찾은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기존 순수문학 작가들은 왜 웹소설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거지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저의 경우 순문학과 웹소설을 동시에 쓰지만, 글로 이야기한다는 것만 빼고 순문학과 웹소설은 완전히 다르죠. 순문학은 작가의 세계나 주제, 문학성이 매우 중요시되지만, 웹소설은 작가보다 독자의 니즈가 우선시 되는 장르입니다. 똑같은 음악이지만 클래식이나 국악을 듣는 사람도 있지만 케이팝을 듣는 사람이 있듯이, 독자층이 너무 다르고 원하는 작품도 다르지요. 웹소설은 보통 스마트폰으로 보기에 자극적이고 사건 전개가 빠르며 카타르시스를 지속적으로 줘야 해요. 기성 작가들은 자신만의 작가 세계를 꾸려왔지만, 웹소설에 도전했을 때 웹소설 독자들이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고 사고 싶어 하는 게 아닐 수도 있지요. 완전히 다른 장르, 세계라고 봐야 합니다.”

그는 순문학 작가들의 웹소설 시장 진출을 적극 권하기도 했다. 단, 웹소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리스펙트’를 갖고 말이다. “일부 순문학을 쓰던 분들이 글을 좀 다룰 줄 안다고 해 웹소설에 대한 연구도 부족한 채 뛰어든 경우가 있는데, 웹소설을 읽지 않고 이해하지 않고 이쪽으로 들어오면 망할 수밖에 없어요. 웹소설의 스토리가 단순하고 문장도 수준 낮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웹소설을 쓰겠다는 발상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해요. 웹소설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는 태도를 갖고 연구하고 시작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플랫폼의 힘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웹소설 시장은 플랫폼에 작품을 올리지 않으면 독자를 만날 수도, 팔 수도 없는 구조여서 작가들은 플랫폼에 작품을 입점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수료 비율은 조금 높다고 생각해요. 보통 플랫폼이 적게는 순매출의 30%, 많게는 45% 이상 가져가고 있는데요, 독자가 웹소설을 편당 100원 결제하면 플랫폼에서 30~45원을 가져가고 나머지 55~70원을 작가와 출판사 등이 나눠가지는 구조이죠. 네이버나 카카오페이지 등에 좋은 프로모션을 받고 들어가려면 적으면 한 달, 많으면 8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합니다. 워낙 작가가 많아졌고 작품도 늘어나면서 플랫폼이 ‘절대 갑’이 되고 있어요. (작가나 독자들이 연대해 대응하면 되지 않나요) 웹소설 작가들이 크고 작은 불만을 토로하긴 하지만, 대부분 겸업을 하시는 분들도 많고, 협회나 단체 또한 중론을 모으고 목소리를 내는 것을 잘 보지 못했어요. (여러 불공정 관행 등에 국가나 시민들이 공적으로 개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 작가는 2016년 ‘카카오페이지X동아 공모전’에서 『세자빈의 발칙한 비밀』으로 우수상을 받으면서 웹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작품은 종이책으로 출간됐고, 웹툰으로도 제작됐다.

―어떻게 해서 웹소설계로 들어오게 된 건가요.

“스무살을 넘어서면서부터 순문학을 공부해 왔지요. 신문사 신춘문예나 문예지의 신인상 등을 두드렸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예전부터 웹툰이나 장르 소설을 좋아했는데, 이것을 써보면 돈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요. 순문학으로 등단하기 위해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짤렸고요.(웃음) 처음에는 성인물을 써보려 했지만, 못할 것 같아서 로맨스를 쓰기로 했어요. 첫 작품 『세자빈의 발칙한 비밀』을 공모전에 냈는데 당선됐지요. 카카오페이지에서 좋은 프로모션을 받았고 매출이 잘 나왔고 웹툰으로 만들어지면서 전업작가로 금방 정착할 수 있었어요.”

그는 이후 『완결 후 에반젤린』, 『꿈꾸듯 달 보듬듯』, 『같이 목욕해요, 공작님』, 『개미조연이 다가진다』 등의 웹소설을 써냈다. 제3회 대한민국 창작소설대전 작품상(2019) 등도 수상했다. 순문학 공부도 병행하면서 2019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10년 후의 모습이나 꿈에 대해 말해 주시죠.

“순문학에 등단해 지면에 작품을 발표하고 엔솔로지도 참여하면서 부족한 게 많다는 걸 새기고 있어요. 순문학을 쓰면서 기존의 훌륭한 작가들에게 누가 되지 않는 작품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요. 웹소설을 쓰면서 새로 생긴 욕심인데, 웹소설 독자들이 순문학도 읽게 하고 순문학 독자들 역시 웹소설에 관심을 갖게 하는 가교가 되고 싶습니다. 순수 한국문학도 너무 좋은 데 매력을 모르는 독자들이 많아 너무 아쉽더라고요.”

웹소설 작가에 관심이 많은 요즘 젊은이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정 작가는 자신은 따로 웹소설을 배운 적이 없었다며 힘들었던 과거를 거론하면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중요한 조언을 마다하지 않았다.

“웹소설을 꾸준히 연구하고 열심히 쓰면 직장인만큼 수입을 내면서 작가 생활하는 분이 많아요. 당연히 젊은이들이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지요. 온오프라인으로 웹소설 강좌가 개설되기도 했지만 문예창작 수업처럼 체계적이지 않아서 저 역시 처음엔 무엇부터 공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어요. ‘빵무늬’ 유튜브채널도 웹소설을 처음 시작하려는 지망생들에게 제가 겪은 시행착오와 막막함을 조금이나마 줄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고요. 웹소설 작가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일단 자기가 도전하고 싶은 분야나 장르의 스테디셀러나 베스트셀러 등을 최소 10~20종 정도 읽고 분석하면 감을 잡을 수 있을 거예요.” 그의 목소리는 긍정의 에너지로 넘쳤고, 밝은 말들은 맥락 위에서 팔딱팔딱 뛰었다. 절로 흥이 났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사진=정무늬 작가 제공 및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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