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한예리가 말하는 '미나리'의 첫인상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2021. 3. 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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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 모니카 역 배우 한예리 ①
영화 '미나리'에서 모니카 역으로 열연한 배우 한예리. 판씨네마㈜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모니카(한예리)는 남편 제이콥(스티븐 연)과 함께 한국을 떠나 낯선 미국으로 왔다. 제이콥은 가족들에게 뭔가 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고, 그런 제이콥을 따라 모니카는 남부에 위치한 시골 마을 아칸소로 왔다. 제이콥과 모니카는 아칸소에서도 이전처럼 병아리 감별을 하고, 동시에 제이콥은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기 시작한다.

모니카는 아직 어린 딸 앤(노엘 케이트 조)과 아들 데이빗(앨런 김)을 위해 엄마 순자(윤여정)와 함께 살기로 한다. 순자가 가방 가득 고춧가루, 멸치, 한약 그리고 미나리 씨앗을 담은 채 도착한 걸 보자 모니카는 어쩐지 안심이 된다. 그러나 앤과 데이빗, 특히 데이빗은 어쩐지 여느 할머니와 다른 순자가 낯설기만 하다.

모니카는 낯선 땅, 아픈 아들, 늘 부족한 살림 속에서도 강인하게 가족을 지켜내며 살아간다. 배우 한예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족을 지키고, 또 더욱 단단해져 가는 모니카를 담담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냈다. 최근 한예리를 화상으로 만나 모니카를 통해 만난 '미나리'와 이민 가족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미나리'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순간, 걱정이 밀려왔다

- '미나리'라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미국으로 향한 한예리씨 모습이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낯선 땅으로 향한 모니카의 모습과 닮은 것 같습니다. 처음 미국 촬영 현장에 발 디딘 순간은 한예리씨에게 어떤 경험이었나요?

"드라마 촬영을 끝내고 막 짐을 싸고 비행기를 타니까 그때서야 '와, 내가 지금 뭐 하러 가는 거지?'라는 생각이 든 거예요. '이게 뭔 줄 알고 내가 한다고 했나' 이런 생각이 그때부터 들더라고요. 그렇게 걱정하면서 왔는데 막상 현장에 가니까 정말 도와주실 분들이 많았어요.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님, 스티븐 연, 윤여정 선생님, 아이들, 미술 감독님 등 스태프, 감독님의 지인들 등 정말 이 영화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같이 고민하고 이야기하고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래서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이 영화를 사랑하고 아이작 감독님을 사랑하는 많은 분이 그 현장에 와 계셨고, 그 분들 덕분에 '미나리'가 잘 완성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 '미나리'는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배우 윤여정씨는 "겁이 난다"고까지 말했습니다. 한예리씨는 어떠신가요?

"선생님께서 왜 그렇게 이야기하셨는지 잘 알고 있어요. '제2의 기생충'이라는 이야기도 있어서 많은 분이 혹시 '기생충' 같은 영화라 생각할까 걱정돼요. 이 영화는 기승전결이 완벽하거나 장르적인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고 또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영화거든요. 저도 한국 관객을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고 겁이 나면서도 긴장돼요."

영화 '미나리'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 '미나리', 가족과 우리에 대한 이야기

- '미나리' 시나리오를 읽고 어떤 생각이 떠오르셨나요?

"저는 최초 번역본을 봤어요. 많은 부분 정확히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없었고 모니카에 대한 생각들도 확실하지 않았죠. 빨리 감독님 만나봐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을 만나면서 감독님이 정말 좋은 사람이어서 뭐든 이 사람과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감독님이 이야기해주신 유년 시절에 대한 기억, 할머니에 대한 기억 등이 저랑 되게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기에 감독님과 제가 생각하는 모니카가 동떨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죠. 함께 잘 조율해 만들어 갈 수 있겠다고 느꼈어요. 아이작 감독님을 만나게 된다면 아실 거예요. 뭐든 해주고 싶은 사람이에요."(웃음)

- 처음 '미나리'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와 작품에 참여하고 난 후 제목을 다시 봤을 때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엔딩을 보니 '미나리'가 이런 말이었구나, 이들은 이렇게 또 잘 살아가겠다는 안도감이 들어서 좋았어요. 우리 영화다운 엔딩이라고 생각해요. 시나리오에서는 미처 다 알지 못했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미나리라는 단어가 주는 힘을 생각하게 됐어요. 강한 생명력에 대한 이야기이자 가족의 많은 부분을 표현하고 있어요. 할머니가 무심코 뿌려놨지만 어떤 식물보다 잘 자라는 걸 보면서 모니카 가족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영화 '미나리'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 영화는 1980년대 미국으로 이주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모니카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남편 제이콥을 위해 함께 미국으로, 그리고 작은 시골 마을 아칸소로 오는 인물입니다. 모니카를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 가족이 살아가는 방법이라든지 가정을 꾸리고 삶을 지속하는 모든 장면장면이 한국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사람의 삶이 비슷할 거라 봤어요. 물론 지금이야 많이 다양하게 변화했지만,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의 삶들은 그렇게 다르지 않았을 거 같아요.

모니카와 제이콥은 한국에서 자라서 이주를 갔던 사람들이기에 그 사람들의 생활 태도나 먹는 음식 등이 모두 한국적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이 대본을 받았을 때 이게 단순히 이민자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모니카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중점으로 잡았던 건 아무래도 제이콥과의 관계였어요. 제이콥을 왜 사랑할까, 어디가 좋은 것일까, 왜 가족이 해산되면 안 될까 등을 질문하다 보니 모니카가 가지고 있는 힘은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었어요. 그 사랑의 감정이 깊이 뿌리내려서 가족을 단단하게 붙잡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그래서 제이콥과의 관계, 어머니로서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려고 했어요."

- 한인 식료품 가게에서 나와 주차장에서 제이콥과 다투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영화 속 중요한 장면 중 하나인데, 당시 어떤 마음으로 연기를 하셨나요?

"모니카는 병원에서부터 제이콥의 결심을 듣게 되고, 한 번 더 붙잡아요. 다시 생각해볼 수 없냐고 이야기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죠.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며 병원에서의 일을 없었던 일로 만들려는 제이콥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고, 무언가를 결심하게 될 거 같더라고요.

모니카는 식료품 마트 안에서부터 울고 있었어요. 그러나 모니카는 울면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니니 강인하게 버텨야 된다고 생각했죠. 그 신을 촬영하며 마음이 아팠어요. 그렇지만 이별을 이야기하는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모니카는 제이콥을 너무 사랑하기에 이대로 버틸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지 결혼 생활을 끝내자고, 떠난다고 이야기한 게 아니에요.

모니카는 힘든 과정에서 제이콥이 변화하길 바라서 하는 말이었다고 생각해요. 모니카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신이에요. 제이콥의 표정에 저도 마음이 아팠지만, 정말 좋은 순간들을 연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신이에요."

영화 '미나리'에서 모니카 역으로 열연한 배우 한예리. 판씨네마㈜ 제공
◇ 한국말은 몰라도 정서는 모두가 느낄 수 있으니까

- 영화의 엔딩 곡인 '레인 송(Rain Song)'을 직접 부르셨어요. 영어 가사를 한국어로 바꾸는 과정에서도 참여하셨습니다. '레인 송'이 지금 아카데미시상식 주제가상 부문 예비 후보로도 올랐는데요. 어떻게 부르게 된 건가요?

"감독님께서 제가 한국 노래 한 곡 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영화에 도움이 되는 일이면 뭐든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흔쾌히 '네'라고 말했죠. 모니카가 데이빗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것처럼 하면 좋겠고, 한국말로 하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그게 저는 되게 좋더라고요. 외국 관객들이 다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그 정서를 그대로 다 느낄 수는 있지 않을까요.

엔딩 크레딧까지 앉아 계시는 분이 몇 분 안 계셔서 많은 분은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곡이에요. 그래도 마지막에 나오면 좋을 거 같았어요. 그리고 주제가상 후보에 오를 거란 생각은 전혀 안 했는데 너무 기분이 좋고, 얼떨떨합니다."(웃음)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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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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