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리얼리즘·초현실주의.. 러 '미술의 보고' [박윤정의 쁘리벳! 러시아]

최현태 2021. 3. 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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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재벌사업가 갤러리 박물관으로
11~20세기 걸작 13만점 전시
네오고딕 양식 굼백화점 화려
귀족들이 즐기던 공연예술은
웅장한 발레·오페라로 이어져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유명한 사업가의 개인 갤러리 작품들은 수십 년이 지나 그의 이름을 딴 국립 박물관이 되었다
피부에 닿는 공기의 서늘함이 수면 위에서 사라진다. 한 발짝 내디딘 발은 수영장 바닥에 닿고 상체를 물속으로 끌어내린다. 미지근한 물의 온도는 체온으로 데워진 피부를 감싸 수영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휴양지가 아닌 도심 여행에서 즐기는 물놀이는 따뜻한 햇살과 모래가 없지만 또 다른 여유를 선사한다. 조용한 실내에서 울리는 물장구 소리가 상쾌한 아침을 깨운다.

아침 식사를 여유롭게 즐기고 인터넷을 접속한다. 혹, 너무나도 많은 작품을 바라보다 정신없이 잊고 놓칠까 봐 미리 확인해본다. 설레는 마음으로 떠날 채비를 마치고 미술관으로 향한다.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은 1856년에 개관한 러시아를 대표하는 미술관이다. 모스크바 상인, 파벨 미하일로비치 트레티야코프가 예술가들을 후원하며 수집한 작품들을 시작으로 현재는 11세기부터 20세기 초반에 작업된 13만점의 예술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1892년 모스크바로 이전된 미술관은 1918년 국립미술관이 되었다.

트레티야코프 갤러리는 11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러시아 예술의 걸작을 전시하는 대규모 박물관 단지로 전시회뿐 아니라 다양한 교육과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이른 아침이라 생각했는데 미술관 앞은 벌써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외국인보다 내국인이 많아 보인다. 키가 큰 사람들 가운데 낯선 외모의 동양인을 찾기가 어렵지 않았던지 전화를 끊자마자 웃으며 다가오는 고운 금발 할머니가 조심스레 인사를 건넨다. 미술관을 안내해줄 가이드이다. 한국어 오디오를 이용해도 좋을 법하지만 설명을 듣고 싶어 함께하기를 부탁했다.

1703년에 설립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수도로 18세기와 19세기에는 여러 방면으로 모스크바보다 앞섰다. 그로 인해 에르미타주보다 한 세기나 늦은 큰 예술 박물관이 모스크바에 세워졌다. 유명한 사업가의 개인 갤러리 작품들은 수십 년이 지나 대중을 위한 박물관이 되어 그의 이름,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으로 모스크바 중심에서 러시아 긴 역사를 설명하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박물관에 들어서니 벽면을 가득 메운 작품들이 수많은 이야기를 쏟아내는 듯하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봐야 할지 당황하는 나의 모습이 당연하다는 듯이 가이드는 자신을 따라 오라 손짓하며 안내한다. 전시물은 6세기 조각품부터 20세기 초 러시아 초현실주의 그림까지 다양한 연대에 걸쳐 있다. 시대별로 정리한 미술품들을 둘러보면 이 나라의 정서, 문화, 역사를 이해하기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전부를 훑기에는 무리가 있어 가이드 안내에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트레티야코프 갤러리(Tretyakov Gallery)는 11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러시아 예술의 걸작을 전시하는 대규모 박물관 단지로 전시회뿐 아니라 다양한 교육과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어쩐지!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어린 학생이 많이 보였다. 우리에게도 낯익은 유명한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삼위일체와 알렉산드르 이바노프의 그리스도의 모습과 같은 세계적 걸작을 만나볼 수도 있지만 13세기 몽골에 침략당하기 이전 아이콘과 모자이크에서 색다름을 찾는 즐거움도 있다.

신관 트레티야코프 갤러리(New Tretyakov Gallery)에서는 아방가르드, 사회주의 리얼리즘, 최신 트렌드를 따르는 다양한 20세기 러시아 예술을 만나볼 수 있다. 지친 다리를 잠시 쉴 겸 관람객들이 앉아 있는 의자 끝자락에 걸터앉아 본다. 특별히 쉴 만한 공간이 부족한 탓인지 관람객들의 지쳐가는 표정이 얼굴에 스친다. 연세가 지긋한 할아버지 시선을 외면할 수 없어 자리를 양보하고 미술관을 나선다.

지난번 외관만 바라보며 지나쳤던 굼 백화점으로 향한다. 러시아에서 유행하는 상품들을 구경하며 식사와 쇼핑을 즐길 생각을 하니 무겁던 종아리의 뻐근함이 사라진다. 여느 도시 백화점과 다름없이 모든 명품 브랜드가 즐비하다. 단지 낯선 구조물이 오히려 더 신기하고 재미있다. 쇼핑 동선을 무시한 큰 사각형의 건물을 따라 자리한 매장들을 둘러보니 미술관 못지않게 발걸음이 많다. 낯선 브랜드를 살펴보고 식료품점에 진열되어 있는 캐비아와 해산물을 둘러본다. 특산물이라 그런지 다양하게 포장되어 있는 캐비아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모스크바에서 가장 큰 규모 백화점에서 시간을 즐긴다. 네오고딕 양식인 건축 기념물 굼 백화점은 붉은 광장 한가운데에서 화려한 상품들로 관광객들을 이끈다.

간단한 기념품과 식료품을 사들고 호텔로 되돌아왔다. 극장을 가기 위한 옷을 침대에 챙겨둔 뒤, 호텔 식당으로 내려간다. 공연 관람객들을 위한 간단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어 다행스럽게 이른 저녁이지만 식사를 즐긴다. 식당 안의 짙은 커튼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가구들에서 수세기 동안 러시아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던 문학 작품 배경을 상상해 본다. 우울하고 신비로운 모스크바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지만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발자취를 따라 산책하듯 식당 유리에 비친 오고 가는 사람들을 보며 식사를 즐긴다.
공연장. 귀족들이 즐기던 수세기 전의 공연 예술 전통은 웅장한 발레와 오페라로 이어진다. 러시아 작곡가, 안무가, 극작가는 세계 최고로 꼽히며 그들 작품은 오늘날까지도 모스크바 전역에서 공연되고 있다.
저녁시간, 도시 공원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일상을 마치고 산책을 즐기는 이들을 바라보며 극장으로 향한다. 볼쇼이 극장이다. 귀족들이 즐기던 수세기 전의 공연 예술 전통은 웅장한 발레와 오페라로 이어진다. 러시아 작곡가, 안무가, 극작가는 세계 최고로 꼽히며 그들 작품은 오늘날까지도 모스크바 전역에서 공연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공연을 마주하기 위한 설레는 발걸음을 공사가 한창인 인도가 막아서지만, 길이 아닌 울퉁불퉁한 도로를 높은 구두 굽으로 딛고 공연장에 들어선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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