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 대학교수에서 상황버섯 농사꾼으로.."돈벌이 아닌 가업"

김명규 기자 2021. 3. 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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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귀촌 이종완씨, 교수 재직시절 연구분야 농사에 접목
"상황버섯 효능 직접 체험..아픈 사람에게 도움 되고파"

[편집자주]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천풍농원 이종완씨가 상황버섯 배지를 들어보이며 재배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김명규기자

(경남=뉴스1) 김명규 기자 = "저의 바람은 내 후손들이 복잡하고 탁하고 건조한 도시를 떠나 전원에서 뿌리내려 사는 것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건강에 너무나 좋은 상황버섯을 고품질로 생산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팔 생각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질병에 노출될 기회가 더 많고 설사 질병에 걸렸더라도 몸으로 버티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상황버섯을 키우는 천풍농원을 대대손손 가업으로 잇게 할 생각입니다. 이 아버지의 생각을 따라주는 아들과 며느리가 고맙습니다. 대를 이어갈 농장이기 때문에 더 세심히 살피고 또 살핍니다. 오늘도 날이 덥거나 말거나, 땀이 온 몸을 적시거나 말거나 묵묵히 일할 따름입니다."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에서 상황버섯 재배 ‘천풍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종완씨(65)가 지난해 여름에 쓴 ‘농원일기’의 일부다.

2019년에 귀농해 농부의 일상을 농장 홈페이지 ‘농원일기’를 통해 차곡차곡 기록하고 있는 2년차 농부이지만 밀양에 터를 잡고 거주한 지는 13년이나 됐다고 한다.

“농부가 되기 전 직업은 교수였습니다. 반평생 부산의 한 국립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죠. 그러던 10여년 전, 고등학교 교사이던 아내의 건강에 이상신호가 왔었어요. 아토피처럼 몸이 가렵다고 하더군요. 벌겋게 달아오른 피부가 안쓰러웠지만 약을 써도 잘 낫지 않았어요. 면역력이 떨어진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때 결심했지요.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으로 귀촌하기로….”

현재 이씨가 살고 있는 곳은 밀양 삼랑진 행곡리 해발300m 고지의 단독주택이다. 10년 가량 부산과 밀양을 오가며 출퇴근을 했다고 한다. 그 사이 아내의 건강도 크게 회복됐다. 시골에서 좋은 음식을 섭취하고 운동을 하며 건강을 돌본 것이 큰 도움이 된 것이다. 그런 아내를 지켜본 그는 농사를 짓기로 결심했고 60살이 되던 해 교편을 놓았다.

“제 전공이 운동생리학입니다. 가장 많이 연구한 분야가 사람의 몸 속 지방을 제거하는 방법과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이지요. 저는 사람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면역력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아내의 건강도 지켜주고 싶었지만 제가 오랫동안 연구한 분야를 직접 시험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직접 상황버섯을 재배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그는 상황버섯이 면역 증진과 항암효과, 노화방지, 성인병예방, 간 해독 등에 탁월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확신했다. 교수 재직시절부터 국내외 상황버섯에 대한 연구내용과 논문을 공부해왔을 뿐만 아니라, 요즘은 아내를 비롯해 주변인들로부터 직접 재배한 상황버섯의 효능을 직접 전해 들으며 체감하고 있다.

“배지(토막 낸 원통형 참나무)에 상황버섯 종균을 넣은 뒤 6~8개월가량 키워야 상황버섯을 수확할 수 있는데 말처럼 그리 쉽지가 않아요. 온도·습도 관리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지요.”

버섯재배사 안 온도가 27도에서 32도 사이를 항상 유지해야 하는데 온도가 적절치 않으면 버섯이 성장을 멈추고 금방 색이 변해버린다. 또한 습도가 맞지 않으면 금방 곰팡이가 쉽게 피는 등 최상급 품질을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목초액을 적정 비율 물에 타서 배지에 뿌립니다. 아기 다루듯 버섯을 관리했더니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우수관리인증(GAP)을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농사 2년차에 쉽지 않은 성적을 거둔 셈이지요. 소비자분들께 자신 있게 제가 생산한 제품을 권하고 싶습니다.”

천풍농원 이종완씨가 상황버섯 배지에 물을 주고 있는 모습. 천풍농원 제공. © 뉴스1

현재 이씨의 상황버섯 제품인 ‘천의상황’은 천풍농원 홈페이지와 밀양시가 위탁 운영하는 농특산물 쇼핑몰인 ‘밀양팜’에서 구입할 수 있다. 밀양팜에선 밀양시가 밀양지역 농가가 생산하는 친환경·우수농산물을 심사해 입점·판매하고 있다.

이외에도 ‘천의상황’은 지난해 11월 개관한 밀양의 숙박시설인 ‘호텔 아리나’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데 밀양시농업기술센터가 이씨 농가와 호텔을 연결해주었다고 했다.

“귀농창업교육부터 판매처 연결까지 밀양시농업기술센터가 제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지역의 농업인들이 판매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제 제품을 받아준 아리나호텔에도 감사의 말을 꼭 전하고 싶네요.”

이씨에게 조심스레 매출을 묻자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비전은 충분할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두 해의 수익으로는 매출까지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내리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귀농에 실패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더니 당장의 매출을 성공의 가늠자라고 판단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당장의 수익이 크지 않으니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저는 귀농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최소 3년 치 먹을 것을 준비한 뒤 농사를 시작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그는 천풍농원 운영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운동선수인 아들과 나아가 손자에게도 장차 물려줄 가업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대손손 물려줄 땅을 다져나간다는 마음으로 저는 오늘도 흙을 밟습니다. 저의 이 같은 마음이 황금빛 상황버섯이 되어 몸이 아픈 사람들까지 이롭게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겠지요.”

천풍농원이 판매하고 있는 상황버섯 건조제품인 천의상황. (천풍농원 제공) © 뉴스1

km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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