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장에게 듣다]④ 송의영 "한국, 선진국처럼 국가채무 늘리면 위험"

세종=이민아 기자 2021. 3.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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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진국이라 안심하고 국가채무 늘리면 안 돼
서비스업 회복해야 경제 성장률 돌아올 것
對中 의존도 낮추기 어려워...미·중 갈등 이어질 것"

"선진국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100%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는 금기를 깼습니다. 주류경제학계에서도 선진국 재정 운용에 새로운 기준이 성립됐다고 보고 있죠. 하지만 신흥국들도 국가채무비율을 늘려도 괜찮다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만난 송의영(60) 한국국제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학 교수)은 지난달 17일 "한국도 선진국이니 다른 선진국들처럼 국가채무를 늘려도 괜찮다는 논리는 위험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적어도 재정 운용 측면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신흥국인지, 선진국인지 확신하기는 곤란하다"고 했다.

지난달 17일 서울 서강대에서 만난 송의영 한국국제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학 교수)./최효정 기자

송 교수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민간 부채가 가지고 있는 위험에 우려를 표했다. 백신이 보급돼 경제성장률이 정상 궤도로 복귀하면, 금리 인상이라는 ‘출구 전략’이 시행될 것이고, 그 결과 자본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세계 경제는 금리 인상에 매우 취약한 구조"라며 "금리 인상을 앞두고 발생할 수 있는 돌발 변수에 대한 안정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송 교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제 경제학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떠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시대가 열렸지만, 미·중 갈등은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내 대중(對中) 강경파의 의견을 무시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동맹국들과의 연대하기"라고 했다. 친미, 친중으로 이분법적인 접근을 하지 말고, 최대한 답변을 유보하면서 한국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재정 건정성이 빠른 속도로 악화됐다. 대외 신인도 하락이 우려되는데.

"아직은 괜찮다. 최근 많은 세계 경제 석학들이 고전 경제학의 시각에서 국가채무비율을 걱정하지 않는다. 사실 코로나19 이후 국제 경제학계에서 선진국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200%까지 해도 괜찮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굉장한 패러다임 전환이다.

국가채무비율이 높은 일본이 ‘이상한’ 나라로 여겨졌는데, 지금은 다른 나라들도 일본처럼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하는 일본에서는 초저금리, 초저물가가 상당기간 동안 이어지고 있고, 다른 선진국들도 일본처럼 할 것이라는 게 많은 경제학자들의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그렇다면 선진국처럼 해도 되는 것인가.

"그 어떤 경제 석학도 신흥국도 선진국처럼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늘려도 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이니 다른 나라들처럼 해도 된다는 사고는 무척 위험하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인지, 신흥국인지 판단하는 건 무척 곤란하다. 회색지대라고 하겠다. 우리나라 경제를 심각하게 관찰하고 분석해본 결과 선진국들과 같은 흐름으로 움직이다가도 중국 발 사고가 발생하면 아주 큰 타격을 입는다. "

-지난해부터 코로나19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국제 경제학적 관점에서 올해는 어떨까.

"지난해 상당한 타격을 입은 분야는 선진국의 서비스업이므로, 이 분야의 회복 속도가 세계 경제 성장률을 결정할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서비스업이 얼마나 빨리 회복되는지가 경제 성장에 관건이 될 것이다. 대면 업종들이 주요 포진해 있는 서비스업은 빠른 백신 접종이 이뤄져야 회복된다.

또 백신 접종이 미흡한 후진국에서 코로나19가 다시 유입되는 것, 변이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하는 것 등은 지속적으로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과 신흥국간 교류에 상당한 제한을 받을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기인한 가장 큰 경제적 불확실성이 무엇이라고 보나.

"경계해야 할 불확실성은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정부 부채만큼이나 민간 부채가 무시무시하게 늘었다는 점이다. 급증한 민간 부채로 인해 현재 세계 경제는 금리 인상에 매우 취약한 구조가 됐다. 이 때문에 백신 보급으로 경제 성장률 정상화, 금리 정상화, 물가 상승 기류가 보일 때 세계경제가 어떻게 반응할지 대단히 불확실해졌다. 자본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멈추면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바로 올릴까.
"위험은 있지만, 당분간은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 세계 2차대전이 끝난 후, 전쟁으로 인해 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저금리를 유지했던 전례가 있다."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이후 어떻게 변화할까. 의존도를 낮출 대안이 있을까.

"이제 ‘중국에서 탈출하자’는 불가능하다. 대중 투자·무역 의존도를 줄이는 건 전세계적으로 어려워졌으며, 한국은 경제 구조상 그것이 더욱 어렵다. 향후 10년 20년 뒤에는 중국의 GDP가 미국의 두 배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기업의 생존이 중국 시장에 달릴 수 있다.

중국을 압박했던 트럼프 대통령 재임기에 역설적으로 지난 2년 간 중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직·간접 투자가 오히려 늘었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다국적 기업과 금융 자본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에 미래를 걸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생산 기지는 자국에 두고 중국을 ‘생산지’가 아닌 ‘소비 시장’으로 대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국제 전략은 어떻게 변화할까.

"미·중 갈등은 지속될 것이다. 다만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하기 보다는 중국 기업에 대한 ‘핀셋 규제’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세계 패권주의와 뗄 수 없어, 바이든 대통령도 중국 내 강경 세력의 마음을 사로잡을 방법으로 중국 압박이라는 카드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기업 화웨이를 압박했던 것이 그런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 정부에서 판단하기에 안보 민감 품목을 생산하거나, 기술 탈취, 지적재산권 침해 우려가 보이는 중국 기업이 그 핀셋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명나라, 청나라 사이에 낀 조선처럼 한국이 미국, 중국 두 강대국 사이에 끼는 상황이 재현되는 건가. 우리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나.

"미·중 갈등 상황에서 우리가 한 쪽을 선택해야 할 때는, 답을 주지 않고, 얼버무리면서 만약 답을 해야만 할 때는 최대한 보복을 덜 당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보복을 덜 당할 방법은 동맹국과의 연대를 통해 혼자 집중 포화를 당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순간은 50번, 100번도 발생할 것이다. 친중, 친미 중 어느 한 쪽만 고르라는 요구는 너무 단순한 접근법이다."

◆송의영 교수는

송의영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내 경제학계에서 경제성장과 국제경제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해 연구 활동이 왕성하고 학문적 업적이 뛰어난 교수에게 수여하는 ‘2020 서강경제대상’을 받았다. 송 교수가 이끄는 한국국제경제학회는 한국경제학회와 함께 우리나라의 양대 일반 경제학회다. 1977년 창립한 한국국제경제학회는 대학의 경제학 교수들과 공·사립 연구기관, 기업체, 정부의 경제학분야 박사학위 소지자들을 정회원으로 한다.

▲1961년 출생
▲1984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90년 하버드 경제학 박사
▲1990~1996년 미국 밴더빌트대 조교수
▲2012~2016년 국립외교원 전략기획자문위원
▲2018~2020년 서강대 경제학부 학장 겸 경제대학원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1998년~)
▲현 대한상공회의소 자문위원(2014년~)
▲국민경제자문회의 대외경제분과 의장(2019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2019년~)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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