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95% 줄었는데".. '착한 임대인'은 없었다

김경은 기자 2021. 3. 6.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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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복합쇼핑몰 '을의 눈물'①] 코로나19에 한 번, 임대료에 두 번 우는 '입점 상인'

[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상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오히려 비교적 높은 임대료에 불리한 계약조건과 대기업의 갑질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호소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복합쇼핑몰을 향한 규제 칼날을 들이민다. 결국 칼날의 끝은 ‘을’인 입점 소상공인을 향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두산은 '두타몰' 입점업체 임대료를 50% 인하하고 있지만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인들도 있다. 사진은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사진=장동규 기자

# 서울 동대문 두타몰(두산타워)에서 수제가방을 파는 이모씨는 지난 1월 한 달간 매출이 약 100만원에 그쳤다. 하지만 이씨가 내야 하는 월 임대료와 관리비는 1000만원에 달한다. 이렇게 밀린 임대료만 벌써 4000만원. 이씨는 “대기업이 단 1%의 임대료도 감면해주지 않고 되레 거주주택 가압류까지 신청했다”고 호소했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이 ‘착한 임대인’ 운동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해 7개월 동안 스타필드 내 중소 입점업체의 임대료를 최대 40% 인하했다. 롯데도 롯데월드몰과 롯데몰 입점 중소 협력사의 임대료 30%를, 두타몰을 관리하는 두산은 임대료를 50% 감면했다. 

이들 기업의 임대료 감면 조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입점상인은 여전히 매출보다 많은 임대료에 허덕이고 있다. 임대인은 손해를 보지 않는 계약 조건에 임대인의 갑질이 상인들의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사 잘되면 ‘%’, 안 되면 ‘고정금액’



복합쇼핑몰은 연면적 3000㎡ 이상의 대규모 점포로 쇼핑·오락·업무 기능이 한 곳에 집적되고 문화·관광시설 역할을 하며 1개 업체가 개발·관리·운영하는 점포 집단을 의미한다. 사실상 백화점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두 업태는 계약 조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복합쇼핑몰에는 매출이 늘면 임대료를 많이 내고 매출이 줄어도 일정 수준의 임대료를 내야 하는 특수한 계약 조건이 있다. 소위 ‘최소보장임대료’(미니멈 개런티). 매출이 일정액 이상일 때는 정률, 이하일 때는 정액 수수료를 내는 계약이다. 정액 수수료 금액은 입점 시 정한 예상 매출액이나 전년도 매출액을 기준으로 정한다.

그동안 최소보장임대료는 업계 관행으로 유지돼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입점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입점 상인 다수가 매출보다 많은 임대료를 내면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동주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에 따르면 스타필드의 한 입점업체는 1년 동안 총매출액의 85%를 임대료로 지불하기도 했다.

이를 이유로 서울 마포에 위치한 AK&홍대 입점업체들은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약관 심사를 청구했다. 업체들은 “최소 임대료는 가져가면서 최대 임대료 상한은 두지 않는다”며 “입점업체에 무제한 책임을 지우고 쇼핑몰은 아무런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정위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은 상태다.



임대료 밀려… 명도소송에 가압류까지


두산타워. /사진=장동규 기자


임대료 갈등은 두타몰에서도 터졌다. 두타몰은 스타필드·롯데몰 등 복합쇼핑몰이 활성화되기 이전에 등장한 두산그룹의 패션 쇼핑몰이다. 2000년대 초 밀리오레 등과 함께 국내 패션 1번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동대문이 서서히 몰락하고 두타면세점도 수익성 악화로 사업을 철수하면서 두타몰의 입지는 낮아졌다.

그나마 외국인 관광객이 빈자리를 채웠지만 지난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발길이 완전히 끊겼다. 상인들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폐점도 점점 늘어 현재 두타몰 폐업률은 80%에 달한다는 게 현장 상인들의 증언이다.

두타몰 초기 멤버로 22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이씨는 “사드와 메르스도 다 이 자리에서 넘겼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차원이 다르다”며 “상인들이 하나둘 떠나가면서 두타몰이 유령상가가 되는 것만은 막고자 두산 측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를 포함한 입점 상인들은 두산타워입주상인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조직해 두타몰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다. 두타몰은 지난해 3월엔 30%, 4월 50% 임대료를 각각 인하했으나 재난지원금이 풀린 5월 20%로 인하폭을 조정했다. 같은해 6월부턴 30% 감면과 20% 유예를 시행하다가 지난달 감면폭을 50%로 폭을 늘렸다. 

하지만 비대위 주축이 된 상인 6명은 이마저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씨는 “매출은 95% 줄었는데 다른 상인이 받는 혜택을 단 1%도 받지 못했다. 임대료 100%에 연체료 15%까지 붙여 받고 있다”며 “주동자로 낙인찍혀 차별받는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두타몰 입점 상인들이 5일 두산을 상대로 제기한 차임감액 청구소송 첫 재판을 앞두고 법원의 조속한 판결을 촉구했다. /사진=김경은 기자

결국 비대위는 두산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지난해 9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코로나19 등 제1급 감염병에 의한 경제사정 변동이 있을 경우’ 차임감액청구권(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보증금과 임대료 감액을 요구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임차인이 청구권을 행사한다고 해서 반드시 임대인이 이를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 임차인은 법원에 소송을 걸어 임대료 감액에 대한 판단을 받을 수 있다. 두타몰 상인들은 법 개정 이후 곧바로 청구권 행사에 나섰으나 두산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첫 재판이 열리기까지는 약 5개월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제22민사부는 두타몰 상인 6명이 두산을 상대로 낸 임대료 감액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지난 5일 진행했다. 아직까지 달라진 것은 없다. 그 사이 두산 측은 임대료가 밀린 상인을 내보내기 위해 명도소송을 제기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거주주택 가압류를 걸었다가 취하하기도 했다.

상인들은 첫 재판이 열린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두타 측은 입점 상인들에게 임대료 50%를 감면해줬으나 이 자리에 선 상인들에게만 임대료 감면 없이 그대로 징수했다”며 “앞장서서 어려움을 제기한 상인들을 향한 보복이며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를 향해서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됐지만 상인들의 현실은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며 “개정된 법의 합리적인 적용 및 조속한 분쟁의 해결을 위해 전향적인 판결을 조속히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두산 측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두산 관계자는 “지난해 2월부터 임대료 감면 혜택을 제공했고 지난달부터는 감면 폭을 50%로 늘리기로 한 상황”이라며 “상인들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해명했다.

두산은 비대위에 다른 상인과 동일한 임대료 감면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비대위도 다른 상인들과 같은 임대료 감면 혜택을 받고 싶다는 입장이다. 임대인과 임차인, 갑과 을의 요구조건은 동일하지만 양측의 협상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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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silv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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