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르포] "LH 직원들, 공장 터에 나무 심어 '떼돈'..신도시 지정 취소해야" 주민들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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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여기 살던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소처럼 일만 할 때 그 사람(LH 직원)들은 대출받아 땅 사서 자기네들끼리 다 해먹은 것 아닙니까. 정말 이건 아닌데···. 너무 속상합니다." (경기 시흥 과림동 주민 50대 안모씨)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개발 관련 땅 투기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이 지역 주민들은 분노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30년째 이 지역에 살고 있다는 50대 박모씨는 "시흥은 살기 좋은 전원도시였는데 빌딩숲으로 개발된다는 소식에 외지인이 들어와 과림동 땅을 싹쓸이해갔다는 이야기까지 듣고 소외감을 느꼈다"면서 "그런데 그 사람들이 LH 직원이고, 땅에 나무까지 심어 '인생 역전' 하려고 했다는데 도둑놈이 따로 있나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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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여기 살던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소처럼 일만 할 때 그 사람(LH 직원)들은 대출받아 땅 사서 자기네들끼리 다 해먹은 것 아닙니까. 정말 이건 아닌데···. 너무 속상합니다." (경기 시흥 과림동 주민 50대 안모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개발 관련 땅 투기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이 지역 주민들은 분노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물상·공장 지대에 뜬금 없는 향나무 묘목… "갑자기 심겨 이상했다"
지난 5일 찾은 경기 시흥시 과림동 667번지 일대에는 산 밑 땅에 철물점과 공장이 곳곳에 들어서있었다. 굉음에 가까운 기계 소리가 귀청을 울렸다. 이른 오전이었음에도 쇳덩이와 폐기물을 실은 트럭이 쉴 새 없이 오갔다. 건너편 도마공장에서 베어내는 나무에서 나온 톱밥이 기자의 눈에 들어가 잠시 시야가 흐릿해지기도 했다.
큰 도로에서 가까운 공장에서 안쪽으로 조금 더 걸어 들어가자 검은 비닐로 덮여 있는 맹지가 나왔다. 향나무 묘목 2000여 그루가 45cm 간격으로 빼곡히 심어져 있었다. 공장 건물 사이 식재된 묘목들은 한 눈에 봐도 주변 풍경과 어울리지 않았다. 농지 면적이 총 1167㎡ 규모인 이 곳은 지난 3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LH 직원 일부가 내부 정보를 활용해 매수했다고 공개한 10개 필지 중 하나다.
인근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 땅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 자재들을 분리하는 공장이 들어서있던 곳이다. 이 공장은 지난해쯤 이사를 갔다고 한다. 건물을 헐고 난 후 땅은 공터로 남아 있었는데 한 달 전쯤 흙더미를 실은 덤프트럭이 오가더니 어느새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고 했다.
이 땅 바로 앞 도마공장에서 일하는 고모(62)씨는 "이곳은 옛날부터 기피시설인 공장들이 모여있던 곳인데 갑자기 나무가 심겨져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다"면서 "LH 직원들이 땅을 샀다는 얘길 듣고 원주민들이 화가 많이 났다. 조만간 땅 주인들 몇 십 명이 들고 일어날 거라는 이야기도 있다"고 했다.
그 옆 고물상에서 6년 동안 화물차 운전을 했다는 이경삼(51)씨는 "신도시가 개발되면 여기서 길어봐야 5년이나 장사할 수 있을까 싶다"면서 "누구는 밥벌이가 사라질 것 같아 막막해 밤낮으로 걱정을 하는데, 수입도 나보다 나은 공기업 직원들이 코앞에서 땅 투기를 하면서 욕심을 부렸다고 생각하니 허탈하다"고 했다.
◇시흥 원주민들은 분노… "괘씸하고 소외감 느껴"
이곳에 오랫동안 살았던 주민들의 박탈감은 더욱 큰 상황이다. 30년째 이 지역에 살고 있다는 50대 박모씨는 "시흥은 살기 좋은 전원도시였는데 빌딩숲으로 개발된다는 소식에 외지인이 들어와 과림동 땅을 싹쓸이해갔다는 이야기까지 듣고 소외감을 느꼈다"면서 "그런데 그 사람들이 LH 직원이고, 땅에 나무까지 심어 ‘인생 역전’ 하려고 했다는데 도둑놈이 따로 있나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선임자들도 그렇게 해 왔을것 같아 괘씸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도 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는 또 다른 주민 홍모(27)씨는 "우리집은 무주택자여서 그런지 이번 일을 보고 상심이 더 크다"면서 "솔직히 ‘알박기' 아니냐. 시흥에 실거주 할 것도 아니면서···. 저런 사람들 때문에 다 올랐다 싶은 땅값·집값이 또 오르는구나 싶어 더 화가 난다"고 했다.
이날 오후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시흥·광명 신도시 대책위원회는 주민설명회를 열고 "LH 직원들의 부당이득을 몰수하고 엄벌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연규(75) 위원장은 "투기 의혹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국가에서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시흥·광명특별관리지역 토지주 비상대책위원회 선남규(63) 위원장은 "LH 직원들의 투기 등으로 이곳 신도시 개발계획의 정당성이 훼손됐다"면서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철회하고 민간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토지주 비대위는 향후 행정소송과 청와대 국민청원 등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해 단체 행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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