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있는 차, 랩하는 은행 모델.. 디지털 시대 '광고 공식'의 파괴

정민하 기자 2021. 3. 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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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의 공기가 아무리 좋아도 숲속만 하겠어요. 프라이빗 요가룸에서 당신도 차도 잠시 꺼두는 시간." 현대차(005380)투싼 광고엔 차량이 달리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그동안 자동차 광고에는 달리는 장면이 꼭 나오고 자동차, 모델, 기능이 나오는 시간 비율이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었다.

쌍용차(003620)의 티볼리 에어 광고도 달리는 장면을 빼고, '동급 최대 적재공간'이란 특징을 차박(자동차에서 잠을 자는 것)용으로 꾸민 다양한 실내공간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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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의 공기가 아무리 좋아도 숲속만 하겠어요. 프라이빗 요가룸에서 당신도 차도 잠시 꺼두는 시간."

현대차(005380)투싼 광고엔 차량이 달리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멈춘 차 안에서 한 여성이 요가를 하며 이전 모델 대비 넓어진 실내공간을 강조한다. 카메라는 차량 내부 곳곳을 비추며 ‘실내 미세먼지 상태 표시’, ‘시동 끄고 30분 후 애프터블로우’ 등의 기능을 소개한다. 영화관·만화방·DJ 연습실·오피스 편도 마찬가지다. 차량이 달리는 모습 대신 투싼의 넓은 실내공간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대차 투싼 광고 ‘요가룸’ 편. /유튜브 캡처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디지털 광고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검증되지 않은 것을 거부하는 보수적인 광고 시장이 변하고 있다. 자동차·금융권 등 보수적인 영역에서도 기존 광고 형식을 깨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 광고에는 달리는 장면이 꼭 나오고 자동차, 모델, 기능이 나오는 시간 비율이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광고들은 이 틀에서 벗어나고 있다. 쌍용차(003620)의 티볼리 에어 광고도 달리는 장면을 빼고, ‘동급 최대 적재공간’이란 특징을 차박(자동차에서 잠을 자는 것)용으로 꾸민 다양한 실내공간으로 표현했다.

영화처럼 스토리를 입힌 광고도 늘고 있다. 쌍용차는 배우 박성웅이 출연한 영화 신세계를 패러디해 플래그십 SUV인 올 뉴 렉스턴 광고를 시리즈물로 제작했다. 모델의 중후함을 덜고 젊은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쏘나타 N라인에 탄 귀신이 재빠른 가속력에 놀라 차에서 이탈하는 시리즈 광고로 호응을 얻었다.

KB국민은행 ‘평생인증! KB모바일인증서!’ 제시 편. /유튜브 캡처



모델 선정에 보수적이었던 금융권 광고 역시 변화하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의 광고엔 가수 제시가 나와 랩을 한다. ‘Hey’, ‘You got it’ 등 평소 영어를 섞어 말을 하는 습관이 있는 재미교포 제시의 억양도 살렸다. 신뢰를 주기 위해 그동안 유명 배우나 스포츠 선수 등을 광고모델로 선정해왔던 것과는 대비된다.

삼성자산운용은 만화 ‘달려라 하니’를 패러디한 광고를 선보였다. 달리기에 매진한 하니가 우승상금을 펀드로 불린다는 내용을 ‘굴려라 머니’로 표현했다. 하니 역할은 걸그룹 EXID의 하니가 맡는 등 2D 캐릭터를 실사화해 ‘싱크로율이 높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신문이나 TV, 라디오, 잡지와 같은 전통매체를 벗어나 온라인 채널에서 광고를 활용하기 위해 이같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제일기획(030000)에 따르면 지난해 디지털 광고 시장은 5조7106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13% 성장했다. 광고 시장 점유율은 역대 최다인 47.6%를 기록했다. TV·라디오 등을 합친 전체 방송 광고 시장은 3조4651억원으로 같은 기간 8.5% 감소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제약이 많았던 TV 광고에서 좀 더 자유로운 디지털 광고로 옮겨가면서 과거의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된 것"이라며 "특히 밀레니얼 세대가 주된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겨냥한 독특하고 재미있는 광고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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