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떠버린 'K-유니콘'.. 한국은 호구?

최지웅·김정훈·김경은·강소현 기자 2021. 3. 6.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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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유니콘 쿠팡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두고 국부 유출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국내시장에서 성장한 유니콘 기업이 해외로 이탈하고 있다. 독일 기업에 지분을 판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에 이어 쿠팡마저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선택하며 이들 기업의 성장 토대가 된 한국은 씁쓸한 입맛만 다시게 됐다. 특히 쿠팡이 국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미국 상장은 ‘국부 유출’이란 비판까지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쿠팡의 미국 상장을 두고 “한국 유니콘의 쾌거”라고 자찬했지만 정치권과 학계 반응은 냉담하다. 오히려 투자업계에선 ‘쿠팡은 한국을 떠나는 유니콘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K-유니콘은 왜 한국이 아닌 해외로 시선을 돌리는 것일까.



배민·쿠팡 ‘잭팟’… 해외 자본만 배 불린다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인 비상장업체를 소위 ‘유니콘’이라고 부른다. 뿔이 달린 전설 속 동물 유니콘처럼 쉽게 볼 수 없다는 의미에서다. 창업 초기 ‘죽음의 계곡’(창업 후 3~5년 사이 도산 위기)을 넘은 뒤에도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기업만이 유니콘이 된다.

국내에도 유니콘이 존재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유니콘은 총 20개. 미국(237개)이나 중국(121개)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그나마 어렵게 만난 ‘K-유니콘’은 각자의 목적에 의해 사업 터전인 국내를 떠나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 1호 유니콘’의 성공?… 과실은 해외에

쿠팡은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한 신고서(S-1)를 제출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 등 현지 언론은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할 경우 기업가치가 300억~500억달러(약 33조~55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선 호평이 이어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를 두고 “한국 유니콘의 쾌거”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쿠팡은 2014년 5월 기업가치를 10억달러로 인정받아 대한민국 1호 유니콘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7년 만에 기업가치가 최대 55배로 불어나게 된 것이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하지만 동시에 혹평도 쏟아졌다. 한국에서 돈을 버는 쿠팡이 외국 자본시장으로 빠져나간다는 이유에서다. 소위 ‘코리아 패싱’ 논란. 일반 투자자는 물론 국내 증시 측면에서도 우량 기업을 유치해 시장 규모를 키울 기회를 잃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투자 차익 역시 모두 해외 자본에 돌아간다. S-1 신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주요 주주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를 비롯해 ▲그린옥스캐피털 ▲세쿼이아캐피털 ▲블랙록사 ▲윌리엄 애크먼 등 외국계 투자사다. 여기에 한국 자본은 전혀 없다.

쿠팡의 상장은 이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한 절차로 풀이된다. 지분 38%가량을 보유한 최대주주 비전펀드는 이미 지난해 3분기 엑시트 방침을 밝혔다. 쿠팡의 기업가치가 55조원에 이르면 비전펀드가 보유한 쿠팡의 지분 가치는 190억달러(약 21조원)로 불어난다. 투자 원금(30억달러·약 3조3000억원)의 7배에 달하는 수익이다.

쿠팡이 국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국부 유출’이란 비판도 나온다. S-1 신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국내에서 119억7000만달러(약 13조3000억원)을 벌었다. 매출액 기준 국내 이커머스 업계 1위 규모다. 하지만 정작 과실은 해외 자본이 챙기게 되는 셈이다.

◆토종기업 키웠더니… 게르만민족된 배달의민족

여섯번째 K-유니콘인 우아한형제들도 국부 유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했기 때문. 인수·합병(M&A) 발표 당시 국내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이 자영업자에게 받는 수수료로 돈을 번 뒤 외국계 시장에 통째로 넘어갔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DH는 2019년 12월 우아한형제들 지분 87%를 현금 17억유로와 신주 4000만주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1년간 양사의 기업결합을 심사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DH에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려면 한국법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서비스명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DH는 곧바로 수용했고 상반기 내로 DHK를 정리할 예정이다.

창업주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과 투자자는 9조원대 ‘잭팟’을 터뜨리게 됐다. 당초 DH의 인수 대금은 4조원대로 추산됐으나 공정위 심사를 거치는 1년 사이 DH 주가가 3배 가까이 불어나면서 변화가 생겼다. 주가 상승분을 감안하면 우아한형제들 총 인수금액은 68억유로(약 9조원)로 오른다.

수혜는 대부분 외국계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현재 우아한형제들의 주요 주주는 중국계 ▲힐하우스캐피탈(23.9%) ▲미국계 알토스벤처스(20.2%+10.7%) ▲골드만삭스(12.1%) 등 해외 투자자가 대부분이다. 국내 투자자 지분은 ▲본엔젤스파트너스 6.3% ▲네이버 5.03% 정도에 불과하다.

이번 M&A의 문제는 단순히 외국계 투자사만 배를 불린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내 배달앱 시장을 외국계 기업이 장악하는 문제도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9년 거래금액 기준 배민의 점유율은 78%다. 시장 독점적 지위를 가진 1위 사업자의 국적이 한국에서 독일로 변경되는 셈이다. 산업 주도권을 뺏기는 만큼 국내 배달앱 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자본 실종 이유는… “회수 시장 개선해야”

물론 벤처업계에선 유니콘의 기업공개(IPO)나 M&A가 필수적이라고 본다. ‘창업→투자→성장→투자회수→재투자’라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장기적으로 유니콘이 아닌 엑시콘(엑시트에 성공한 유니콘)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문제는 쿠팡과 우아한형제들의 사례처럼 엑시트가 재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미미한 경우다. 회수시장과 고리가 약하다 보니 재투자가 아니라 사실상 ‘유니콘 수출’만 남는 형국이다. 이런 사례가 반복된다면 국내 벤처 생태계가 질적으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쿠팡과 우아한형제들 외에 다른 K-유니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위메프·에이프로젠·야놀자를 제외한 K-유니콘 대부분의 국내 자본 비중은 10%를 밑돈다. 예비 유니콘으로 꼽히는 마켓컬리나 여기어때도 대주주가 외국계 벤처캐피털(VC)이다.

업계에선 국내 벤처 자본시장의 한계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국내 VC의 영세성과 시장 규제 등으로 인해 K-유니콘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항변이다. 특히 국내 벤처투자는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적은 초기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에 집중돼 수백억~수천억원 단위를 붓는 ‘리드 투자자’(투자비중 30% 이상의 최우선 투자자)가 극히 제한적이다.

박태근 벤처기업협회 팀장은 “스타트업이 창업 초기 단계에서 중견 단계로 퀀텀점프하는 시기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할 국내 벤처투자 인프라가 열악하다”며 “정부 주도의 벤처투자 확대 노력이 있긴 하지만 민간 자본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은 기자 silver@mt.co.kr



조랑말 취급 받는 韓 스타트업… 해외에서 해결책 찾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 이상) 기업 육성을 위해 성공적인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가 중요한 시점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유니콘(기업가치 1조 이상) 기업 육성을 위해 성공적인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가 중요한 시점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쿠팡의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추진을 두고 “한국 유니콘 기업의 쾌거”라며 반색했다. 까다로운 국내 증시 상장 요건 탓에 쿠팡이 미국행을 택한 상황에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는 야당의 지적과 달리 업계에선 국내·외를 불문하고 성공적인 투자금 회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유니콘 기업이 국내 시장에 한정한 엑시트를 강조하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유니콘 육성 자금, 최소 2000억원 필요한데… 실제론 수십억 그쳐

이전까지 국내에서 유니콘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로 영세한 벤처캐피털(VC)이 지목됐다. 일반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서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기업가치 1조원당 필요한 투자금은 약 2000억~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실제 국내 VC의 기업당 투자금액은 지난 4년간 평균 20억~60억원에 그쳤다. 스타트업 전문 조사기관 더브이씨에 따르면 VC의 연간 투자금액은 ▲2017년 2조2355억원(894건, 평균 25억원) ▲2018년 4조4623억원(1257건, 평균 35억원) ▲2019년 9조1790억원(1477건, 평균 62억원) ▲2020년 6조4744억원(1391건, 평균 46억원) 등이다.

국내 VC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한 자격요건도 까다롭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주장이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솔직히 한국에서 투자를 받고 싶은 마음이 없다. 미국은 파트너십을 갖고 장기 투자를 하지만 한국은 단기간에 성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 유명 유니콘 기업도 초기 과감한 투자 덕분에 성장 가능했다. 과감히 투자하지 않고 운용 수익에만 집중하는 운용사도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는 “국내 VC의 출자 재원이 세금으로 조달된 모태펀드여서 안정성을 지향했다”며 “이 때문에 과감한 투자를 통한 큰 수익보다 안정적인 투자와 작은 수익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VC의 기업당 투자금액은 지난 4년간 평균 20억~60억원에 그쳤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업계 내 재투자 선순환 구조 필요

하지만 최근엔 유니콘 기업 육성 정책이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에서 벗어나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통상 스타트업이 어엿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창업→투자→성장→엑시트(M&A, IPO)→재투자’ 단계를 거치는데 투자한 스타트업이 모두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어서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지식경제연구장은 “유니콘 기업은 혁신성 있는 스타트업이 창업한 이후 일정 부분 스케일업(규모 확대)해 지속가능한 사업체로 성장하는 것”이라며 “유니콘 기업 육성이 스타트업 지원의 목적 그 자체가 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유니콘 기업의 성공적인 ‘엑시트’ 사례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내에서 재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다. 엑시트는 스타트업이 하나의 프로젝트 수준에서 벗어나 기업으로 도약하는 최종 단계다. 스타트업의 엑시트 방법은 크게 인수·합병(M&A)과 상장(IPO) 두 가지다.

다만 국내는 엑시트가 활발히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다. 적자로 고전하는 스타트업 특성상 국내 증시 상장이 어렵고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을 살 만한 국내 기업도 없어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유니콘 기업이 해외 M&A나 상장을 선택하게 된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는 대기업의 M&A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1조원을 현금으로 살 수 있는 곳은 한국에선 대기업군뿐”이라며 “그동안 대기업은 각종 혜택과 이익을 챙기면서도 사회적 가치와 규범을 도외시하다 사회적 반기업정서에 시달렸다. 기업가치가 커짐으로써 생기는 금융이익이 불로소득으로 여겨지면서 더욱 대중적인 반발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니콘 기업을 대기업이 사들이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와 각종 정치·사회 단체의 무분별한 의견개진으로 사업적 판단이 흐려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말 독일 배달 앱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됐다. /사진제공=뉴스1

미국 뉴욕 증시 상장 계획을 발표한 쿠팡도 비슷하다. 미국 현지에선 상장 직후 쿠팡의 기업가치를 최대 55조원까지 평가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10여년 간 4조5500억원의 누적적자에 시달려온 쿠팡은 국내 증시 상장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이 같은 가치로 국내 대기업이 사들이기도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했다.

독일 배달 앱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팔리는 배달의민족도 유사한 사례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지식경제연구장은 “쿠팡과 마찬가지로 적자 때문에 한국 증시 상장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차이점은 국내에서 사업하기에 해외 증시 상장도 안되고 M&A가 유일한 선택권”이라며 “국내 투자업계에선 배민에 막대한 투자가 들어올 때 ‘곧 망할 기업인데 미쳤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반대로 왜 국내에선 투자를 못했는지 반성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관련 업계는 유니콘 기업의 엑시트를 국내시장으로 한정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해외 M&A나 상장을 단순히 ‘먹튀’ 행위로 여기는 인식에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유니콘 기업 내에서 해외 투자자의 지분이 훨씬 큰 만큼 국경을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며 “해외에 매각되거나 해외 증시에 상장했더라도 국내 유니콘 기업이 ‘먹튀’를 하는 게 아니라 투자사를 차리는 등 재투자가 이뤄진다. 이는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서 중요한 일로 우리 사회가 독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강소현 기자 kang4201@mt.co.kr 


현실이 된 '원숭이 꽃신', 부당해도 비싸도 '앱' 켠다


코로나19 사태로 배달업계가 호황을 맞고 있지만 일부 배달원의 몰지각한 태도는 해당 업계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진=뉴스1

“원숭이 어르신, 이 꽃신을 신어보십시오. 그냥 드리겠습니다.”

故 정휘창 선생이 펴낸 동화 ‘원숭이 꽃신’에서 오소리는 먹을 것이 풍부해 유유자적한 삶을 살던 원숭이에게 꽃신을 선물한다. 원숭이가 가지고 있는 먹거리를 얻어낼 궁리를 하다가 꾀를 낸 것이다. 원숭이는 꽃신이 필요 없었으나 선물이라기에 받아 신었다. 발도 편하고 정말 좋았다.

그러다 꽃신이 다 떨어져 맨발로 다녀야 했다. 어느 날 냇가에서 돌멩이를 밟아보니 매우 아팠다. 그때 오소리가 다가와 “도와드릴 수 있지만 공짜로 드릴 순 없습니다”라고 했다. 원숭이는 오소리에게 꽃신을 받고 잣 다섯 송이를 줬다. 하지만 얼마 뒤 꽃신이 또 해졌다. 원숭이는 이젠 꽃신 없인 돌아다니지도 못할 지경이 됐다.

이번엔 원숭이가 오소리를 찾아 새로운 꽃신을 요구했다. 오소리는 꽃신 가격이 올랐다며 대가로 잣 열 송이를 받았다. 겨울이 됐을 때 또 꽃신이 떨어진 원숭이는 오소리에게 잣 백 송이를 주고 구매했다. 이듬해 봄이 왔을 때 꽃신이 다시 필요했으나 더 이상 잣이 없었다. 가을에 잣을 주겠다며 외상 구매를 요청하자 오소리는 오백 송이를 요구했다. 원숭이가 잣을 모두 거둬도 삼백 송이 밖엔 안된다고 하자 오소리는 나머지 대가로 자신의 집 청소를 하라고 했다. 오소리는 하늘을 쳐다보며 소리 없이 웃었다.

동화 ‘원숭이 꽃신’ 이야기가 대형 이커머스업체와 배달앱을 중심으로 현실로 재현되고 있다. 시장 진입 초기 이들 기업은 꽃신을 베푸는 오소리처럼 좋은 친구이자 조력자로 평가됐다. 아무도 이들 업체의 호의에 의구심을 품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인 투자로 이커머스 생태계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애당초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론 ‘록인’(Lock-in) 효과가 발생했다. 당장 큰 손실을 보더라도 납품·배송 등의 참여자와 소비자를 자신의 서비스에 묶어 두는 ‘원숭이 꽃신’과 같은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참여자는 빠져나오려 해도 매출 등을 감안할 때 시도하기 어렵다. 편리함에 심취한 소비자 역시 계속 이용하게 된다.

◆부당하지만 매출 생각에 다시…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간편식을 판매하는 A업체는 최근 대형 이커머스 B사와 거래를 끊었다. B사가 소비자 편익을 늘린다는 명분으로 최저가 판매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서다. A업체 관계자는 “제품 재고나 월 매출 상황 등에 따라 일시적으로 가격을 낮춰 납품할 수 있지만 최저가를 상시적으로 유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B사를 떠난 이후 A업체의 매출은 반토막났다.

이 업체는 현재 급감한 매출을 되살릴 방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B사 만한 온라인쇼핑몰을 찾기 쉽지 않다”며 “다시 입점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을’인 파트너사는 B사가 대규모 플랫폼 제공업자의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가격 인하와 불공정 거래를 요구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일부 기업은 과도한 갑질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B사를 제소하고 거래마저 중단했다. 4대 그룹 계열인 C사가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는 현재 B사를 떠나 한 포털과 대형 택배사 동맹에 합류했다. C사처럼 어느 정도 규모와 자본력을 갖춘 기업이기에 가능했던 처사다.

하지만 자본력이 없는 소규모 기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규모 기업은 B사와 지속적으로 거래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일방적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B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익숙해진 소비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거대 플랫폼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A업체처럼 부당함을 참지 못하고 해당 이커머스를 떠나도 실적이나 매출이 떨어지면 다시 찾을 가능성이 높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B사 같은 플랫폼 제공업체와 갈등을 빚어도 늘어나는 수익을 보면 파트너사는 결국 상품을 공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꽃신에 익숙해진 원숭이처럼 파트너사도 대형 이커머스 없이 돈을 벌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달앱을 이용하는 모습. /사진=머니S

◆배달료 싫어도 배달앱 켠다

배달 서비스를 종종 이용하는 D씨는 최근 배달 주문한 치킨을 그대로 버릴 수밖에 없었다. 배달 음식 겉포장지가 살짝 뜯어졌고 치킨 몇 조각이 부족해 배달원이 음식에 손을 댔다고 판단했다. D씨는 화가 나서 음식점에 항의했지만 계약된 배달업체의 잘못이란 변명만 들었다. D씨는 기분이 상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식이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다른 음식점에 배달을 시키기 위해 배달앱을 켰다.

국내 배달앱들은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고 코로나19로 경영난에 빠진 외식업체의 숨통을 트는 데 크게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배달시장이 성장하면서 비싼 앱 수수료와 서비스 질 저하 등 문제점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배달앱 이용에 따른 수수료가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다수의 음식점이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소비자에게 배달료를 청구하거나 음식값을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탓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배달업계가 호황을 맞고 있지만 일부 배달원의 몰지각한 태도는 해당 업계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배달원 실수로 배달이 늦어지거나 잘못된 주소로 음식이 가는 것은 애교에 가깝다. 배달 음식을 몰래 빼먹고 일부러 문 앞까지 음식을 배달하지 않는 등 무책임한 행동이 계속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짜장면을 시키면 음식값만 받고 배달료는 무료였지만 배달앱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무료 배달은 옛말이 돼가고 있다”면서 “배달앱에 대한 불만은 계속 나오겠지만 편리함에 빠진 이용자들은 배달앱을 다시 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jway0910@mt.co.kr



곧 도입한다는 ‘차등의결권’… 쿠팡을 잡을 수 있었을까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으로 국내 차등의결권 도입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유니콘들에게 경영권 보호 혜택만 주는 허울뿐인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사진=뉴스1

최근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추진하면서 차등의결권 국내 도입이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쿠팡이 활동무대인 한국이 아닌 미국을 상장 목적지로 선택하자 하루빨리 벤처혁신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정부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차등의결권 도입은 도피성 상장을 할 가능성이 있는 벤처기업의 경영권만 보호해주는 허울뿐인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혁신이 아닌 단순 플랫폼식 경영으로 성장한 벤처기업에 대한 차등의결권 허용은 과도한 경영권 보호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차등의결권 도입 급물살

쿠팡은 이달 초 NYSE에 상장신고서를 냈다며 뉴욕증시 상장을 공식화했다. 상장 회사는 국내회사인 쿠팡㈜이 아닌 지주회사격인 미국회사 쿠팡LLC다. 사업회사인 국내 쿠팡은 미국 쿠팡LLC의 100% 비상장 자회사다. 이에 업계는 쿠팡 상장을 두고 ‘미국기업이 미국에 상장했을 뿐’이라는 시각을 보낸다. 반드시 차등의결권 때문에 미국 상장을 선택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쿠팡 초기 투자자인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기업들이 차등의결권 때문에 어떤 증시에 상장할 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며 쿠팡이 뉴욕증시 상장을 선택한 것은 더 높은 기업가치를 고려했기 때문이다는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국내에선 쿠팡이 상장 목적지로 한국이 아닌 미국을 선택했다는 사실보다 차등의결권 도입에 관한 이슈가 더 확산되는 모양새다. 차등의결권은 말 그대로 의결권에 차등을 두는 제도다. 창업주나 최고경영자(CEO)가 가진 주식에 보통주보다 큰 힘을 부여해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신고서를 보면 김범석 쿠팡 의장의 주식 1주는 29주의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이 때문에 쿠팡이 한국이 아닌 미국 상장을 추진했다는 여론이 불거지며 정부가 차등의결권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하태경 의원(국민의힘·부산 해운대구갑)은 “쿠팡이 한국을 버리고 미국에 상장한 것은 차등의결권이 한국에는 없고 미국에는 있기 때문”이라며 “키워놓으니 기업 뺏긴다면 누가 기업을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지금이라도 창업자 경영권 보호와 자금 유치를 활성화해 비상장 벤처기업의 ‘K-유니콘’(1조원 가치 지닌 비상장기업)화를 이끌고 이들 기업의 국내 상장까지 유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관련 개정안은 국회를 곧 통과할 분위기다. 여당은 비상장 벤처기업의 차등의결권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벤처기업법 개정안을 2월23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상정했다. 야당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여서 관련 개정안은 빠르면 다음달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차등의결권 있으면 국내 상장?
/그래픽=김은옥 기자

하지만 차등의결권이 도입되더라도 K-유니콘이 국내 상장을 선택할지는 의문이다. 스타트업 전문 조사기관 더브이씨에 따르면 K-유니콘 기업 11곳(2019년 기준)이 2020년 6월까지 유치한 투자자금(약 10조7127억원) 중 미국·중국·일본·독일·싱가포르 등 해외 자본이 10조1935억원으로 전체의 95%가량을 차지했다.

글로벌 투자자문사는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으로 기업가치가 최대 55조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K-유니콘의 해외 주주 역시 자본이 쏠리는 미국 증시 상장을 원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차등의결권으로 창업자의 경영권 보장을 해줘도 반드시 국내 증시를 선택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지적이다. 대주주 엑시트(자금회수)를 위해 도피성 상장을 하는 기업의 경영권을 미리 보호해주는 모순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박상인 경제정의실천연합 정책위원장은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IT 유니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홍콩 등 몇몇 증시도 차등의결권 주식을 보유한 기업의 상장을 허용했으나 결국 주요 기업은 미국에 상장했다”며 “이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선수가 국내 리그에서 뛰지 않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과 같다. 차등의결권 주식을 허용하면 미국 증시에 갈 수 있는 기업이 한국 증시에 상장할 것이란 것은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별다른 혁신이 없는 기업에 경영권 보호 혜택을 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도입이 추진되는 차등의결권은 비상장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허용된다. 정부는 차등의결권 도입이 ‘벤처창업 활성화→벤처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순기능이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엄청난 외형 성장을 이뤄낸 K-유니콘의 경우 기술 혁신보다는 중개수수료를 받는 플랫폼 사업으로 몸집을 불린 케이스가 많다. 미국 스타트업 조사기관 CB인사이트가 2021년 1월 기준으로 발표한 K-유니콘 기업 11곳 중 5곳(쿠팡·야놀자·위메프·무신사·쏘카)은 O2O(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이었다.

독일 기업에 인수되며 지금은 K-유니콘에서 제외됐지만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역시 플랫폼 사업을 토대로 공룡 기업으로 성장한 케이스다. 이중 쿠팡이나 우아한형제들 등은 입점 업체·상인과의 불공정 수수료 문제나 독과점 논란 등을 꾸준히 일으키기도 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쿠팡은 ‘물류 혁신’이라도 이뤘지만 다른 플랫폼 기업에게서 기술 혁신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들의 경영권을 보호해 줄 차등의결권 도입의 이유가 국내 ‘벤처투자 활성화’라는 것은 명분이 약해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벤처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생각보다 열악한 비상장 벤처기업은 차등의결권이 허용되더라도 갑자기 많은 자금을 유치할 수 있지 않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소형 벤처기업은 정부 정책자금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사실상 차등의결권 도입은 벤처기업 육성 측면보다는 이미 몸집이 커질대로 커진 유니콘의 국내 상장을 위한 미끼를 던져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김정훈 기자 kjhnpc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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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웅·김정훈·김경은·강소현 기자 silv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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