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 거장, 비대면 콘서트로 소극장 살리기 나섰다

정지섭 기자 2021. 3. 6.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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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세 이정선, 후배들과 함께 '우리의 무대를 지켜주세요' 참여
노브레인·DJ DOC 등 67팀 공연 "관객들로 가득찬 홍대 돌아오길"
이정선은 코로나 직전까지도 후배 음악인들과 신촌과 홍대 일대 소극장 무대에 종종 올라 포크·블루스 라이브 공연을 선사해왔다. 그는 “관객들과 한 공간에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이커뮤니케이션

코로나는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갔다. 기타줄 튕기는 소리와 숨소리, 땀방울 하나까지 생생하게 느껴지던 소극장 음악 공연도 그중 하나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언제쯤 마음놓고 옆사람과 어깨를 맞대고 라이브 선율을 접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소극장 공연의 성지 서울 홍대앞에 언젠가 올 봄날을 기다리며 음악인들이 손을 맞잡고 릴레이 비대면 콘서트를 연다.

오는 8일부터 일주일 동안 매일 홍대앞 소극장 다섯 곳(롤링홀·웨스트브리지·프리즘홀·라디오가가·드림홀)에서 열리는 릴레이 비대면 콘서트 ‘우리의 무대를 지켜주세요’다. 절박함이 묻어나는 이름의 이번 콘서트에 출연하는 67팀 중 최고참은 이정선(71). 한국 포크 음악의 전성기를 연 주역으로, 1980년대 청년들에게 통기타 독학 열풍을 불러온 교습본 저자로, 대학에서 제자들을 길러낸 실용음악과 교수로 바쁘게 살아온 그가 13일 라디오가가 라이브 무대에 오른다.

포크의 거장 이정선이 한 공연장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고 있다. /이정선 페이스북

그는 5일 본지 통화에서 “공연장이 관객들로 가득 찰 날이 돌아오는 것은 모든 음악인들의 간절한 소원”이라며 “후배들이 정성 들여 준비한 행사에 그저 숟가락만 얹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행사 주최 측은 “이정선의 참여가 큰 힘이 됐다”고 한다. 67팀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지만 ‘우리의 무대를 지켜주세요’는 불과 한 달 전에 ‘급조’됐다.

코로나 여파로 홍대 인디음악계가 위기에 빠지면서 그룹 ‘해리빅버튼’ 멤버 이성수와 저작권 관련 단체인 사단법인 코드의 윤종수 이사장 사이에서 공연장, 음악인, 관객 모두에게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비대면 유료 라이브 공연 아이디어가 나왔고, 온라인 플랫폼 ‘프레젠티드 라이브’가 공간을 제공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음악방송·공연기획사·음악콘컨텐츠기업·악기판매회사·홍보기획사 등이 재능 기부 형식으로 후원에 나섰다. 8일부터 14일까지 하루 8~10팀의 공연이 라이브로 생중계된다. 티켓 판매금과 후원으로 얻은 수익은 공연장 대관료와 스태프·아티스트 인건비, 인디 음악 생태계를 위한 기금으로 쓰인다.

8일부터 시작되는 홍대 인디음악인들의 릴레이 비대면 공연 '우리의 무대를 지켜주세요' 포스터

“음악계 대선배가 함께해주시면 더욱 뜻깊은 공연이 될 것 같다”며 주최 측으로부터 출연 요청을 받은 이정선은 “오히려 나로서도 기쁘고 고마운 일”이라며 흔쾌히 수락했다. 코로나 이전까지도 동료·후배 음악인들과 활발하게 소극장 공연을 가져왔던 그는 “코로나로 힘들어하고 있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노래들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13일 공연에서는 ‘손을 내밀면 잡힐 거 같이 너는 곁에 있어도/ 언제부턴가 우리 사이에 흐르는 강물 이젠 건널 수 없네’라는 가사로 먹먹한 사랑의 감정을 노래한 블루스 ‘건널 수 없는 강’, ‘어쩌면 우리는 외로운 사람들 만나면 행복하여도/ 헤어지면 다시 혼자 남은 시간이 못 견디게 가슴 저리네’라는 가사로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고독감을 노래한 애잔한 포크곡 ‘외로운 사람들’ 등을 들을 수 있다. 이번 공연의 주축은 홍대 인디음악계에서 활동해온 젊은 뮤지션들이지만, 노브레인·다이나믹듀오·DJ DOC·크라잉넛 등 중견 가수들도 참가한다. 자연스럽게 세대와 장르를 초월하는 온라인 뮤직 페스티벌의 모양새를 띠게 됐다.

그 맏형 격인 이정선은 “코로나 상황이라 함께하는 후배들과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들과 따뜻한 연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람이 그립다는 거죠. 작은 공연장 객석에 단 몇 명만 와있어도 힘이 나거든요. 관객과의 교감, 그리고 동료들과 한 무대에서 노래하고 연주할 때 주고받는 호흡, 거기서 느껴지는 사람의 체온! 이 모든 것들과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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