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LH 못믿어".. 땅투기 쏟아지면 '2·4 대책'도 차질

진중언 기자 2021. 3. 6.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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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직원들 땅투기 의혹]
정부 합조단, 3기 신도시 등 8곳 전수조사.. 내주 결과 발표
청년진보당 당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땅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을 규탄하며 청와대가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경기도 광명·시흥 지구에선 지난 3일 일부 주민과 토지 소유주 주도로 ‘신도시 부지 강제 수용 반대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시흥광명특별관리지역 토지주 비상대책위원회는 5일 “LH 직원 투기로 신도시 개발 계획의 정당성이 훼손됐다”며 “주민들의 땅을 강제 수용하는 공공 주택 지구 지정을 철회하고, 민간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지 보상 협의가 진행 중인 하남 교산 신도시 주민대책위원회는 4일 “3기 신도시 투기 전수조사가 끝날 때까지 보상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고 LH에 요구하고 나섰다. 대책위 측은 “교산 신도시에도 LH 직원이 투기했다면, 그 피해는 원주민에게 돌아간다”고 반발하고 있다.

3기 신도시 예정지 곳곳에서 사업 주체인 LH와 지역 주민이 마찰을 겪고 있다. 토지 소유주들은 “LH와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며 보상 일정·방식 등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 사업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국무총리실이 주도하는 정부 합동조사단은 5일 경남 진주 LH 본사를 현장 조사하는 등 3기 신도시와 과천, 안산 장상지구 등 8곳에 대한 토지 거래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대상은 택지 지구별 입지 발표 5년 전부터 현재까지 근무 이력이 있는 국토부와 산하 공기업, 신도시 관할 지방자치단체 담당 부서의 공무원과 배우자·부모·자녀의 토지 거래 내용이다.

다음 주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성패(成敗)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LH 직원이나 공무원의 다른 투기 사례가 나온다면, 3기 신도시와 ‘2·4 대책’에서 밝힌 주택 공급 정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4월로 예정된 수도권 11만 가구 규모의 2차 신규 택지 발표와 5월 ‘도심 공공 주택 복합 사업’과 ‘공공 직접 시행 정비 사업’ 1차 공모가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7월로 예정된 3기 신도시 사전(事前) 청약도 예정대로 진행될지 미지수다.

서울 32만 가구를 포함해 전국에 83만 가구를 공급하는 2·4 대책은 대도시 도심에서 LH 등 공공 기관 주도로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 주도 사업의 최대 장점으로 ‘투명성’을 강조했지만, LH 직원 투기 의혹으로 공공 사업에 대한 부동산 시장의 불신이 치솟은 상황이다. 정부는 “LH나 SH가 직접 시행하면 민간 사업보다 수익이 10~30% 더 늘어난다”고 홍보하지만, 민간 조합의 반응은 싸늘하다.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직원들이 앞장서서 땅 투기 하는 LH를 어떻게 믿고 집 소유권을 넘겨줘 재건축을 맡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4일 긴급 브리핑에서 “기존 주택 공급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실제 분위기는 다르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5일 “대통령이 사흘 연속 특별 지시를 하고, 전 직원 상대로 개인 정보 제공 수집 동의서를 받고 있는데 일이 손에 잡히겠느냐”고 말했다. 국토부 내부에서는 “주택 관련 업무를 한 적도 없는데, 강압적으로 가족들 개인 신상까지 캐는 것은 지나치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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