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내면의 나와 함께 완성한 그림.. 그 자체로 예술
내면의 그림
루트 암만, 베레나 카스트, 잉그리트 리델 지음ㅣ박경희 옮김ㅣ뮤진트리ㅣ244쪽ㅣ3만원
푸른 괴물의 안광(眼光)이 강렬하다. 작가는 정신분석학자 융(1875~1961)의 환자였던 50대 여성. ‘A.’로 불린 그녀가 치료 목적으로 그린 연작 중 하나다.
저자 중 하나로, 심리분석가이자 C G 융 연구소 그림 아카이브 큐레이터인 루트 암만은 A.가 이 작품 전에 한동안 그림을 쉬었다는 데 주목한다. 암만은 자신의 성적 환상을 융에게 투사했던 A.가 융과의 교류 중단으로 실망감을 느끼고 휴가를 떠났을 것으로 추정한다. 만남은 재개됐고, 이 그림엔 무의식과 의식의 갈등이 밝음-어둠, 위-아래의 선명한 대비로 나타난다. 갈등 극복의 의지도 엿보인다. “괴물은 어두운 지하 세계에 붙잡혀 있는 듯 보이지만 얼마나 생동감 넘치게 위의 세계로부터 한 줄기 빛을 가져오는가!”
융은 환자들에게 내면의 인물들(인격화된 정신의 콤플렉스)과 대화하고 그 내용을 그림으로 그리게 했다. C G 융 연구소에 소장돼 있는 환자들의 그림을 전문가들의 해설을 곁들여 엮었다. 융은 무의식적인 이미지를 의식적으로 형상화하는 과정을 통해 정신분열을 치유할 수 있다고 봤다. “이 방법의 치료적 효과는 의식이 무의식과 함께 작업하도록 해서 무의식을 의식에 통합시키는 데 있다.”
그림의 의도나 제작 과정은 대부분 명확하지 않다. 그런데도 이 그림들이 의미 있는 이유는 뭘까. 환자들에게 그림을 권하는 융의 말은 ‘환자’가 아닌 이들도 곱씹어볼 만하다. “당신은 내면의 그림과 인물들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 그 안에서 의식적이고 비판적인 자기(Selbst·의식과 무의식을 총괄하는 정신)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내면의 그림들은 그 자체로 무척 강렬하고 예술적이다. 채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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