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결혼이란 무엇인가
“나는 가끔 남편에게 내가 마지막 여자라는 사실이 인간적으로 안쓰럽다.”
결혼이 인기 없는 시대, 이런 구절이 담긴 ‘결혼 에세이’가 출간도 전인 온라인 서점 예약판매 기간 동안 초판 5000부를 소화하고 중쇄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임경선(49)의 ‘평범한 결혼생활’(토스트). 저자는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1인 출판사 만들어 직접 펴낸 이번 책 수익을 남편에게 몽땅 주기로 했다네요.
외교관이었던 아버지 따라 오랜 해외 생활을 한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보기 드물게 틀에 박히지 않은 사고의 소유자. 결혼이라는 구태의연한 제도와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여자의 결혼 이야기라니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요.
책은 만난 지 3주 만에 청혼받아 석 달 만에 식 올리고 딸 하나 낳고 사는 여섯 살 연상 남편과의 결혼생활을 솔직하게 풀어냅니다. 탈모와 뱃살을 벗하게 된 남편이 거리의 흔한 ‘아저씨’와 다름없음을 깨달을 때의 작은 놀라움, 면봉에 무엇이 묻어나오든 더럽다 여기지 않고 남편의 귀지를 파주며 후우, 입바람 불어넣는 일상까지.
“나에게 결혼생활이란 무엇보다 ‘나와 안 맞는 사람과 사는 일’이다. 생활 패턴, 식성, 취향, 습관과 버릇, 더위와 추위에 대한 민감한 정도, 여행 방식, 하물며 성적 기호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이렇게 나와 다를 수 있지?’를 발견하는 나날이었다.” 이 구절을 읽고 있자니 부부관계 전문가 존 가트맨 박사가 쓴 ‘우리가 사랑할 때 물어야 할 여덟 가지’(해냄)의 이 문장이 겹칩니다. “결혼생활이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 한 가지는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볼 줄 알게 되는 능력이다.”
문득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과 평생 살길 맹세하는 ‘결혼’이라는 형태의 발명은 인간에게 주어진 것은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라는 신(神)의 배려일까요, 형벌일까요?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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