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판에 우는 '미나리'[횡설수설/이진영]
▷‘기생충’에 이어 한국어 영화로는 두 번째로 미국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미나리’도 속을 끓이고 있다. 개봉 첫날인 3일 흥행순위 1위에 올랐지만 ‘미나리’의 수입과 배급을 맡은 판씨네마는 “다수의 불법 복제를 확인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주인공인 한인 이민 가족의 미나리 같은 생명력이 찬사를 받을수록 해적판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미나리’가 녹초가 돼 파김치가 될 지경이다.
▷영화는 이용료가 비싸기 때문에 해적판 이용률이 높은 장르다.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국내 영화 소비량의 42.8%는 불법 복제물이다. 방송은 31.4%, 음악은 18.6%다(2019년 기준). 2016∼2018년 3년간 영화 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액이 2조6499억 원으로 한 해 시장 규모의 83%나 된다. 지난해부터는 영화관이 폐쇄되면서 불법 사이트가 코로나 특수까지 누린다. 불법 사이트들의 월간 다운로드 건수를 합치면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회원 수와 맞먹는다는 통계도 있다. 영화 ‘승리호’도 넷플릭스에 공개된 지 4일 만에 600여 개의 불법 유통 사이트가 적발됐다.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각광받는 웹툰은 불법 복제물로 작가들이 생계에 위협을 느낄 정도다. 웹툰 작가 A는 불법 사이트에서 자신의 작품이 80만 회나 조회된 사실을 알아냈다. 연재료 1억60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조회수였지만 그가 받은 금액은 1만7000원이었다. 2017∼2018년 8월 웹툰업계의 해적판 피해액은 1조8000억 원이 넘는다. 방송은 포맷 표절도 심각하다. 중국에서 ‘프로듀스 101’을 ‘우상연습생’으로 표절하는 등 최근 5년간 한국 예능 프로그램 18편이 20차례 표절 또는 도용당했다.
▷해적물 단속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음악은 발매 후 1주일, 방송은 본방송 종료 후 1일, 영화는 개봉 후 3개월 이내에 이뤄지는 불법 복제를 막지 않으면 경제적 피해가 막심해진다. 하지만 대부분 해외에 서버가 있는 불법 사이트를 개별 업자들이 일일이 찾아내기는 어렵고, 적발해도 콘텐츠 삭제를 요구하는 선에서 그친다. 한류는 한 해 10조 원이 넘는 시장이자 한국 소프트파워의 원천이다. ‘한류 콘텐츠는 공짜’라는 인식이 굳어지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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