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6일 "학교가 부족해"..남의 학교서 입학식 한 중학생들 [오래전이날]

김지원 기자 2021. 3. 6. 00: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오래전 ‘이날’]은 196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81년 3월6일 “학교가 부족해”...남의 학교서 입학식 한 중학생들

“중학생이 됐다는 부푼 꿈에 들떠있는 학생들이 자기 학교가 없어 남의 학교에서 입학식을 치르고, 교실과 운동장이 없어 정상 수업을 받지 못해 얻는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한 학부모의 하소연입니다. 1차 베이비붐 이후인 1960년대 후반생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던 1981년, 서울의 인구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었습니다. “사람 자식은 서울로 보내고 가축은 시골로 보내라”는 속담도 있듯 자녀 교육과 일자리 찾기를 위해 상경 인구는 매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이에 1960년엔 244만여명에 불과하던 서울 인구는 1970년 522만여명으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었고, 1980년(835만명)을 거치며 극적으로 상승합니다. 전국 인구 가운데 서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도 1960년 9.9%에서 1970년 17.6%, 1980년 22.3%로 급증했습니다.


문제는 학교 등 필수적인 사회 인프라 설립이 서울로 인구가 유입되는 속도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1981년 3월6일자 경향신문 7면엔 <‘교사(校舍)없는 개학’ 신설중학 - 15개교 거의 공사중...곁방살이 신세>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기사 내용에 따르면 1981년 서울지역 신설 중학교(15곳)에 배정된 신입생들은 총 1만9000여명으로, 학교 건물조차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고 합니다. 운동장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교사가 있다곤 해도 신축공사가 계속되고 있어 하루종일 공사 소음에 시달리느라 수업이 아예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하네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고대하던 입학식조차도 다른 학교에 비해 약 5일이나 늦었다고 합니다. 다른 중학교들은 이미 2일 입학식을 일찌기 마치고, 4일부터 정상수업에 들어갔지만 신설학교에 배정된 학생들은 늦으면 7일에야 입학실을 마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운동장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을 정도니 학습에 필요한 책걸상이나 실험교구, 음악실 등이 마련돼있을리가 만무했죠. 이 때문에 학부형들이 학교로 찾아와 교장, 교사들에게 항의 소동을 벌이는 통에 죄 없는 교사들까지 피해를 보았다고 합니다.

특히 준비가 늦은 곳 가운데 하나는 아직 입학식조차 치르지 못한 잠원중학교(7일 예정)로, 4000여평의 운동장엔 흙무더기가 쌓여있고 1330명을 수용할 예정인 24개 교실도 거의 창문, 밑바닥 교사가 끝난 정도라 책걸상조차 들여놓지 못한 상태였다고 하네요.

서울 성동구에 건설 중이던 면목중학교의 경우 사정이 더 심각했는데요. 입학 시즌에도 공사가 65% 정도밖에 진척이 되지 않아서 2학기에나 입주가 가능했다고 합니다.

기사 사진엔 정 가운데의 단상을 중심으로 좌우로 나뉜 학생들이 도열한 모습이 보이는데요. 사진의 왼쪽에 있는 학생들은 신설 중학교인 면목중학교 학생들로, 아직 교사가 마련되지 않아서 같은 신설학교인 신내중학교 학생들(오른쪽)과 함께 뒤늦은 합동입학식을 치렀다고 합니다.

이 같이 ‘학생 수가 너무 많아서 생기는’ 문제들을 학령 인구가 점차 줄어들어 폐교 위기, 학급 정원 수 감소 등의 이야기들이 나오는 지금 시점에서 바라보니 다소 격세지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자료에 따르면 1980년에 약 1440만명이던 학령인구(6~21세)는 2010년에 995만명으로 줄었고, 2018년엔 824만명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초·중·고교 학생들로 범위를 좁히면 2007년엔 776만명이던 학생 수가 2019년엔 546만여명, 2021년엔 527만여명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오는 6월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민동의 청원 방식으로 국회에 제출한다고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밝혔습니다. 과밀 학급을 해소해 코로나19 감염병 국면에서도 대면 수업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인데요. 앞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등에도 학급 당 학생수 적정 수준을 20명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학령기 인구가 크게 줄고 있는 상황임에도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 과밀학급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학생들의 교육권을 위해 적정 수준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한편 40년 전 1981년 기사에 등장했던 ‘지각 입학식’의 비운의 주인공 중 하나였던 면목중학교의 1회 졸업생들과 지난해 초 졸업한 37회 졸업생 수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1회엔 1137명, 37회는 197명으로 무려 5.7배 차이네요.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