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한예리, 단단한 연기와 유려한 몸짓
[TF초점] 2021년 배우 한예리의 재발견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연기는 빈틈이 없고 무용을 하는 일상도 매력적이다. 2021년 우리는 한예리를 재발견했다.
한예리는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미나리'(영화 정이삭)를 통해 널찍한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중이다. 작품은 개봉 첫날 4만 731명 관객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그리고 줄고 1위 자리를 지키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미나리'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는다. 한예리는 한인 가족의 어머니 모니카 역을 맡았다. 그의 남편 제이콥(스티븐 연 분)은 "성공한 아빠가 되고 싶다"며 농작물을 키우지만 날이 갈수록 은행 빚만 늘어난다. 큰딸 앤(노엘 케이트 조 분)은 팍팍한 미국 생활에 너무 일찍 철이 들었고 막내아들 데이빗(앨런 김 분)은 매사 천진하기만 하다.
모니카는 이 가족에서 가장 한국적인 캐릭터다. 세상 그 무엇보다 가족의 행복이 우선인 고전적인 어머니상으로 설정됐다. 자신만의 농장을 일군다는 꿈에 현실감을 잃은 남편이 못마땅해 언쟁도 벌인다. 자신의 욕심이 아닌 가족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서다. 남편과의 기 싸움이 끝나면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는 평범한 어머니로 돌아간다. 이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 '미나리' 속 모니카의 삶이다.
딱히 새로운 것 없는 캐릭터지만 한예리의 연기 때문에 현실감이 넘친다. 그는 여느 격정 드라마처럼 마구잡이로 감정을 쏟아내지 않는다. 마음을 추스르고 자신이 꿈꿔온 가족이란 무엇인지 조목조목 이야기한다. 여기에 자꾸만 차오르는 눈물을 참아내려는 표정 연기 역시 일품이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눈빛도 과장되지 않고 진솔해 마음을 움직인다.
다수의 독립영화로 주목받은 한예리는 영화 '해무' '최악의 하루', JTBC '청춘시대', SBS '녹두꽃', tvN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등의 상업성을 띤 작품에서 활약하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왔다. 그리고 독립, 상업 영화 사이에 정체성을 둔 '미나리'를 통해 다시 한번 그 진가를 보여줬다.
'미나리'는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잇단 수상 소식을 전해오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시작으로 최근 78회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까지 전 세계 영화제에서 77관왕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한예리는 2021 골드리스트(Gold List)에서 여우주연상을, '독립영화계 오스카'로 불리는 필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FISA)에서 여우조연상 노미네이트라는 쾌거를 이뤘다.
이제는 내달 25일 개최되는 93회 아카데미 수상마저 노린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Variety)는 '오스카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 BEST5'에 한예리의 이름을 올렸다. 할리우드 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와 콜라이더(Collider)는 각각 '오스카 여우주연상 예상 후보', '2020년 위대한 연기'로 한예리를 꼽았다. 연기상은 아니지만 직접 부른 '미나리' OST 'RAIN SONG(레인 송)'이 아카데미상(OSCAR) 예비후보의 음악상, 주제가상 2개 부분에 1차 노미네이트됐으니 한예리에게는 인상적인 나날이다.
한예리는 최근 한국에서 '미나리' 홍보 활동에 매진 중이다. 팀을 대표해 언론 인터뷰를 이어가고 있고 지난 2일에는 tvN 예능프로그램 '온앤오프'에도 출연했다. 유튜브를 보며 아침을 열고 지인들을 초대해 저녁 식사를 하는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상은 훈훈한 미소를 안기기 충분했다.
'온앤오프'에서 단연 눈을 사로잡은 것은 그가 최근 앞두고 있는 공연을 위해 무용 연습에 임하는 장면이다. 대학 시절까지 무용을 전공했고 그는 배우 활동 중에도 틈틈이 연습해왔다. 특유의 부드러운 음성으로 나지막이 대사를 읊조리고 몸을 움직이는 장면은 "아름답다"는 장면을 절로 나오게 한다. 이렇게 매력이 넘쳐나니 우리는 '미나리'에 이어 다시 한예리를 재발견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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