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호의미술여행] 스스로를 깨는 시도

남상훈 2021. 3. 5.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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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세잔은 "모든 자연 속의 대상은 원통, 원추, 구로 환원해서 나타내야 한다"고 말했다.

인상주의의 눈으로만 파악한 감각세계가 혼란스럽다고 생각했고, 거기에 정신적 구성과 지적인 질서를 부여하려 했다.

물체의 형식적 구조에 관심을 집중해서 그림의 대상을 전후좌우 360도 각도에서 바라보고, 그 모습을 기하학적 형태로 분석하고 해체한 후 화면 위에 재구성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는 세잔에 머물지 않고, 물체의 조형적 탐구와 구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성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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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피카소의 뮤즈
폴 세잔은 “모든 자연 속의 대상은 원통, 원추, 구로 환원해서 나타내야 한다”고 말했다. 인상주의의 눈으로만 파악한 감각세계가 혼란스럽다고 생각했고, 거기에 정신적 구성과 지적인 질서를 부여하려 했다. 그 뒤를 이은 양식이 입체파였다.

세잔이 감각적인 경험을 지적인 원리와 조화시키려 했다면, 입체파는 지적인 원리를 보다 더 강조했다. 물체의 형식적 구조에 관심을 집중해서 그림의 대상을 전후좌우 360도 각도에서 바라보고, 그 모습을 기하학적 형태로 분석하고 해체한 후 화면 위에 재구성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하나의 시점에서 바라본 모습으로는 물체의 형태를 완전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입체파의 시작과 변화에는 파블로 피카소가 있었다. 그는 세잔에 머물지 않고, 물체의 조형적 탐구와 구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성과를 이뤘다. 아프리카 가면의 단순한 구조나 형식도 참고했는데, 아프리카 원시 미술이 사실적인 묘사보다 추상적인 형태 구성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카소는 그 후 한 방향의 예술에만 머물지 않았다. 스스로를 깨는 실험적 시도를 통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미술을 선보여 대가다운 면모를 나타냈다. ‘뮤즈’도 그런 작품의 한 예이다. 종전의 작품에서 형태가 두드러졌다면 이 작품에선 형태보다 색채가 강조된다.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가 날카로운 윤곽선을 중화시키며, 그림의 매력을 뿜어낸다. 그 의미는 무얼까.

한 여인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세 여인이 있다. 현실의 여인, 거울에 비친 여인 이미지, 그리고 그림 안의 여인 초상화가 서로 경쟁하듯 한 곳을 향해 간다. 참다운 모습은 어떤 것일까? 현실의 나, 세상에 비친 나, 아니면 내가 그리는 나 중에서. 그 답을 주어야 할 예술의 여신 뮤즈는 책상 위에 잠들어 있다. 아무래도 작가 스스로, 나 스스로 그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지금에 머문다는 것이 두려운 시절, 변화와 새로움을 위한 시간은 오고 있는데, 어떻게 나의 모습을 그려 나가야 할지.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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