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월의쉼표] 소설 같은 이야기

남상훈 2021. 3. 5.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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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어느 치킨집 사장의 미담을 접했다.

사장은 가게 앞에서 치킨 사달라고 보채는 아이와 그 옆에서 주저하는 고등학생을 보고는 그들에게 공짜로 치킨을 대접해주었다고 한다.

이 일화에 감동한 사람들이 다투어 그 치킨집을 찾았고 온라인 주문도 폭주하여 결국 사장이 영업을 일시 중단했다는 결말까지, 그야말로 소설 같은 이야기였다.

왜 형제는 하필 그날 그 시간 그 치킨집 앞에 있었고, 사장은 어쩌다 그들을 발견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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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어느 치킨집 사장의 미담을 접했다. 사장은 가게 앞에서 치킨 사달라고 보채는 아이와 그 옆에서 주저하는 고등학생을 보고는 그들에게 공짜로 치킨을 대접해주었다고 한다. 그 학생은 이른바 소년 가장이었는데, 수중에 돈이 5000원뿐인 상황에서 어린 동생이 치킨 먹고 싶다고 졸라 난처해하고 있었단다. 이 일화에 감동한 사람들이 다투어 그 치킨집을 찾았고 온라인 주문도 폭주하여 결국 사장이 영업을 일시 중단했다는 결말까지, 그야말로 소설 같은 이야기였다.

아니, 이 이야기가 소설이었다면 오히려 작위적이라든가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평가절하되었을 것이다. 소설이라면 마땅히 플롯에 따라 개연성 있게 이야기가 전개될 텐데 이 미담의 서사는 갑자기, 우연히, 어쩌다보니 일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삶에는 플롯이 없다. 왜 형제는 하필 그날 그 시간 그 치킨집 앞에 있었고, 사장은 어쩌다 그들을 발견했는가. 압권은 훗날 형이 사장의 형편이 어려워졌을까봐 이 일을 세상에 알리도록 코로나가 발발했다는 사실. 이토록 억지스럽고 작위적인 일이 놀랍게도 삶에서는 종종 일어난다. 나 역시 오래전에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십여 년 전, 고등학생 때였다. 야간자율학습을 끝내고 친구와 집에 가는 길이었다. 친구가 불쑥 배고프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마침 근처에 아직 영업 중인 만둣집이 있었다. 돈 생각이 난 것은 가게 앞에서였다. 우리의 전 재산은 달랑 천원이었다. 만두 1인분 값도 안 되는 돈이었다. 당황하여 서로 얼굴만 보고 있는데 가게 밖으로 나온 아주머니가 우리에게 물었다. 만두 먹게?

근데요, 저희가 천원밖에 없는데요, 혹시… 아주머니는 친구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를 가게 안으로 이끌었다. 고기만두와 김치만두가 수북이 담긴 접시가 우리 앞에 놓였다. 아주머니가 친구 말을 못 들었나 싶어 나는 다시 말했다. 저기요, 저희가 천원밖에… 아주머니가 웃으며 대꾸했다. 응, 알아. 만두를 다 먹고 천원을 내면서 친구가 말했다. 모자란 돈은 내일 드릴게요. 그러자 아주머니가 또 웃으며 대꾸했다. 모자란 돈 없으니 걱정 말고. 나중에 어른 되면 주변의 배고픈 학생들 잘 챙겨줘.

몇 년 후 친구와 내가 결식아동 후원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그 아주머니를 떠올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나저나 이 소설 같은 이야기를 누가 믿을까, 플롯도 없고 개연성도 없는데.

김미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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