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문화] 클럽하우스가 뭐길래

남상훈 2021. 3. 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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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기반의 의사소통 방식
비대면시대 대화로 공감 '매력'
생면부지와 말섞기 쉽지 않아
사람을 대하는 자세 고민 필요

소셜미디어가 진화하고 있다. 텍스트나 사진, 그리고 영상을 이용해 소통하는 방법이 자리를 잡은 지는 꽤 된 편이다. 하지만 지난 한 달 사이에 소리로 소통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한 종류로 클럽하우스라는 이름이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팬데믹 시대에서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손쉬운 의사소통 방식이라고 극찬을 하는 사람이 생겨날 정도이다. 목소리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하는 나의 현재 감정 상태나 진실성 등은, 140자 텍스트나 잘 만들어진 영상에서는 읽어내기 쉽지 않다. 이 지점이 오디오를 기반으로 한 클럽하우스의 최고 장점이다.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한 뒤, 방을 개설하고, 참가자와 함께 그저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 소소한 일상의 잡담부터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거나 무거운 주제의 토론까지. 90년대에 유행한 PC통신으로부터 진화한 채팅 방식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굳이 소리로만 소통하는 방식이 과연 첨단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있다. 심지어 이 클럽하우스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사진 첨부나 텍스트 메시지 기능도 없다. 그리고 가입부터 활용을 하는 데까지 수많은 과정 또는 난관을 넘어서야 하기에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황우창 음악평론가
일단, 클럽하우스를 가입하려면 스마트폰 기종에 제약이 있다. 아이폰을 비롯해 오직 애플 기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가입하려면 기존 가입자가 나를 초청해야 가입할 수 있다. 점조직의 느낌이랄까, 또는 피라미드 마케팅이랄까, 사람에 따라서는 가입하기도 전에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겠다. 특히 안드로이드 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중고 아이폰을 사든, 어렵사리 초청장을 받거나 온라인 숍에서 초청장을 구입하는 무리수를 두든, 어쨌든 클럽하우스에 가입했다고 치자. 그 뒤로는 더욱 막막하다. 시간대나 요일별로 다양한 방들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상황에서, 내가 누구와 무슨 말을 나눠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다. 공통 관심사가 있다고는 하지만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들과 말을 섞는다는 건 적지 않은 인내심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제는 갈림길이다. 만일 단 한 사람이라도 나와 공통 관심사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한다면, 클럽하우스 가입 후 밤도 새우고 현실 세계와 점점 멀어지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클럽하우스를 주목하기 시작한 때는 2월 초부터였다. 특히 설날 연휴에, 그것도 예년과는 상황이 매우 다른 팬데믹 시대 속 연휴에 일부 아이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급격하게 퍼져나갔다. 코로나 시대의 애환을 대화로 확인하고 공감한다는 부분이 아마 큰 매력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동질감과 안도감을 공감하는 차원에서 클럽하우스는 힐링에 공헌을 한 셈이다. 또한 일론 머스크나 유명 연예인, 또는 일명 ‘셀럽’들이 직접 등장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줬다는 소문도 한몫했을 것이다. 유명인들과 사이버상에서 한 방에 모여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대. 라디오나 팟캐스트 등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오디오 방식의 미디어 종사자들이 잠시 긴장할 만도 했다.

하지만 클럽하우스가 이미 자리를 잡은 여타 사회관계망서비스 수준으로 올라가려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녹음 기능과 보안 관련 문제를 해결한 뒤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을 끌어안아야 돈이 된다는 기술적인 문제들은 뒤로하고, 이제 한 달 정도 지난 상황에서, 클럽하우스에 참여해 본 사람들 중에는 벌써부터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이미 꽤 있다. 밤새 이야기를 하느라 피곤한 탓도 있겠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인 관계로 정신적 피로감을 느낀다고 한다. 현실 세계에서든 사이버스페이스에서든, 사람들이 모인 곳은 과도기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지금은 이 클럽하우스의 미래나 정확한 용도, 또는 수익 구조를 소비자 입장에서 심각하게 고민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목소리로 감정까지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관계망서비스 속에서,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 하나 더 늘어난 것뿐이다. 집단지성이 작용하면서 서로 최선을 찾아가는 또 하나의 사이버 공동체가 생겨난 것일 뿐이다. 물론 안 해도 그만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눈앞에 해결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으니.

황우창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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