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번스' 떠난 연안부두에 '랜더스'
[경향신문]
쌍방울 해체 후 2000년에 재창단
2007년 창단 첫 우승 ‘왕조’ 시작
당시 주장 김원형, 팀 마지막 감독
서귀포서 ‘연안부두’ 부르며 작별
2007년은 KBO리그의 역사가 바뀐 시즌이었다. SK 와이번스가 창단 첫 우승을 했다. 후에 대한민국 에이스로 성장한 김광현은 당시 고졸신인으로서 한국시리즈 승리투수가 됐다. 그날 ‘한국 야구에 큰 투수가 나왔다’는 김성근 감독의 예언이 탄생하기도 했다.
SK 와이번스는 쌍방울 레이더스를 해체해 2000년 재창단한 구단이다. 꼴찌와 가난의 상징이던 쌍방울 시절의 설움을 겪은 선수단이 그대로 SK 유니폼을 입고 7년 만에 눈물의 첫 우승을 차지한 시즌이 바로 2007년이었다. ‘SK 왕조’의 시작이기도 했다. SK는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3차례 우승해 지금까지도 21세기 최강팀 중 하나로 불리고 있다.
SK 와이번스는 계투진을 끊임없이 투입해 잡을 수 있는 경기에는 사력을 다하던 ‘벌떼야구’로 KBO리그를 뒤흔들었다. “홈경기가 매진되면 팬티 차림으로 뛰겠다”던 공약을 이행한 이만수 당시 수석코치의 ‘팬티쇼’는 프로야구 마케팅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스포테인먼트’의 시발점이었다. 왕조로 가는 길에 ‘지옥 펑고’를 받았던 정근우와 최정은 국가대표로 이름을 날렸고, 김기태·조원우·김재현·박경완·이호준 등 화려한 역대 레전드가 와이번스의 ‘캡틴’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그중 ‘어린왕자’ 김원형은 2007~2008년 주장이었다. 쌍방울의 막내였고, SK의 창단 멤버였으며, 가장 역사적이었던 시기에 주장을 거쳐 이제는 사령탑이 된 김원형 감독이 SK 와이번스의 21년 역사를 직접 마무리했다.
SK 선수단은 5일 전지훈련 중인 제주 서귀포 강창학야구장에서 청백전을 끝으로 ‘와이번스’와 작별했다. 경기를 마친 뒤 ‘굿바이 와이번스’라는 이름으로 짧은 행사를 열고 20년 SK 역사를 정말로 마무리했다. SK 와이번스의 마지막 사령탑이 된 김원형 감독은 마지막 주장인 이재원과 함께 와이번스 유니폼에 사인을 했다. 이 유니폼은 투명 아크릴 박스에 고이 보관돼 역사에 남겨진다.
선수단이 와이번스와 작별하는 순간, ‘연안부두’가 야구장을 가득 채웠다. 지난 20년 동안 SK 홈경기가 열리는 문학구장에서 8회만 되면 어김없이 흘러나오던 와이번스 고유의 응원가다. 어딘지 모르게 구슬픈 멜로디의 연안부두를 함께 부르며 선수들 모두 SK 와이번스와 작별인사를 했다. SK 와이번스 역사 최고의 에이스인 김광현(세인트루이스)과 유일한 영구결번 보유자인 박경완 전 감독대행도 와이번스의 마지막 가는 길에 영상편지를 통해 인사했다.
김 감독은 “처음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와이번스라는 이름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오늘 경기장으로 나오는 길에 아쉬운 마음이 컸다. 지금까지 와이번스를 사랑하고 격려해주신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SK 와이번스로서 제주 훈련을 모두 마친 선수단은 이제 6일부터 ‘SSG 랜더스’로 변신한다. 김 감독은 SSG 랜더스의 초대 사령탑이 된다.
SK 구단을 인수한 신세계그룹은 이날 오후 ‘SSG 랜더스’라는 구단명을 공식 발표했다. 일찍이 추측한 대로 ‘상륙자들’이라는 뜻의 랜더스(LANDERS)를 구단명으로 정한 신세계는 “우리가 선보이는 새로운 야구문화를 인천에 상륙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며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처럼 ‘인천’ 하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새로운 상징이 되겠다”고 설명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최종 승인했다. 지난 2일 이사회에 이어 이날은 서면을 통해 구단주 총회를 열고 신세계의 회원자격 양수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신세계는 가입금 60억원을 내고 KBO 회원사로 이름을 올린다. 신세계는 2001년 해태를 인수하며 30억원을 납부한 KIA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창단’ 아닌 ‘인수’를 하면서 가입금을 냈다. 프로야구를 떠나는 SK도 25억원을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쓰겠다고 이례적 결정을 했다.
SSG 랜더스 선수단은 6일 인천으로 이동 한 뒤 8일부터 부산에서 연습경기 일정을 시작한다. 일단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초반까지는 지난 시즌 이벤트용으로 입었던 ‘인천군 유니폼’을 입을 예정이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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